러시아 현지 평가 둘째 날인 5일, 대한민국 예비 우주인들의 최초 무중력 체험인 무중력 항공기 탑승이 진행되었다.
가가린 센터에 있는 무중력 훈련 비행기는 폭 4m, 길이 45m로 미국이나 프랑스 등에 있는 훈련기보다 동체 폭과 길이가 더 크고 내부 또한 두 배 이상 크기다. 약 3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고 6천 미터 상공에서 9천500미터 상공까지 포물선 모양으로 비행을 하며 중력과 원심력이 같아질 때 무중력을 경험할 수 있다. 1회 비행에서 포물선 형태의 비행으로 무중력을 각 20초간 열 번 체험하게 되는 것. 이날은 2회 탑승, 총 20회 무중력 체험이 진행되었다.
첫날보다 더욱 이른 시간인 아침 6시, 후보들은 서둘러 가가린 센터로 이동했다. 무중력 비행에 앞서 센터 내에 있는 훈련장에서 교관들로부터 사전 교육을 받고 일류신76(무중력 비행기)이 있는 공항으로 다시 이동.
모스크바에 오면서 일주일간의 훈련 중에 가장 기대를 모았던 프로그램이어서인지 우주인 후보 모두가 설레고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비행기 안에서는 무중력 상태에 익숙해지기 위해 비행기 옆면의 철봉을 잡고 몸의 균형을 잡는 훈련부터 시작하여, 봉을 잡고 이동하는 훈련, 무중력 공간을 점프해서 수평, 수직, 대각선으로 이동하는 훈련, 줄을 잡고 상하좌우를 오가는 훈련, 우주복을 혼자서 입고 벗는 훈련, 100kg의 짐을 이동하는 훈련 등 약 14가지의 훈련이 행해졌다.
무중력 비행을 마치고,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될 후보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장준성 씨 인터뷰
* 무중력 체험을 했는데 어땠나?
- 즐거운 경험이었다. 남들이 쉽게 하지 못 할 좋은 경험을 제가 하게 돼서 기쁘다.
* 어지럽거나 울렁거리지 않았나?
- 무중력 상태에서 느끼는 힘든 건 없었고 그 상태를 얻기 위해 급상승하고 급하강하는 데서 고통이 수반되는 것 같다. 얼굴을 정 중앙에 놓고 가만 있으면 괜찮지만 고개를 좌우로 흔들거나 위아래로 돌리면 평형을 유지해주는 귀의 전정고리가 뒤틀리면서 쏠림 현상 때문인지 멀미 증세가 났다.
* 놀이기구와 비교하면 어떤가?
- 놀이기구와 비교했을 때 즐거움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중력의 두 배 이상 힘을 받기 때문에 그 후에 따르는 울렁거림이나 어지러움이 있었다.
* 첫 번째 탑승과 두 번째 탑승을 비교하자면?
첫 번째 탑승에서 회를 거듭할수록 속이 뒤틀리며 울렁거렸는데 두 번째 탑승에서 우주복 착용 및 격한 움직임 등 레벨을 높였는데도 몸이 적응해서인지 두 번째가 좋았던 것 같다.
* 훈련 중에 겪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 좌우로 이동하는 훈련에서 벽을 발로 차고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헛발질로 나가지 못해서 중간에 멈춰버렸다. 물 속과는 달리 무중력상태에서는 손에 닿는 물체가 없으면 허공에서 아무리 발버둥치고 별짓을 다 해봐야 이동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혹시라도 우주에서 이런 상태가 되면 누가 도와주지 않는 이상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 고산 씨 인터뷰
* 몸이 안 좋았었는데?
- 가서 비행기 안에서 간단한 그 날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올라갔다. 비디오에서 봤던 모습과 똑같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자유낙하, 그네 탈 때의 느낌이었다. 20초씩 10번 짧았지만 훈련목적으로는 맞는 것 같다. 두 번째 비행에서 우주복 입고 상하 좌우 테스트를 했다.
* 교관들은은 어땠나?
- 처음에는 무뚝뚝해보였는데 시간이 지나자 잘해줬다.
@ 이진영 씨 인터뷰
* 전투기 조종사인데 익숙하지 않았나?
- 아무래도 비행환경이니까 다른 사람보다는 용이했다. 비행단계가 어떤 단계인지도 알고 있고 해서 편했다
* 느낌은?
- 교육할 때 봤던 과정과 똑같이 일어났고 재밌었다. 다른 사람들은 비행기 내려와서 중력변화에 의한 후유증이 있었지만 전투기를 많이 타서인지 그런 점에서는 익숙하고 편했다.
(이진영 씨는 특별히 교관들 중에서도 캡틴이 담당했다고 한다.)
@ 박지영 씨 인터뷰
* 비디오 보던 것과 많이 다른가?
- 비디오에선 부드럽게 잘하던데 그만큼 편하게 하진 못했다. 첫 번째 비행에선 힘들었는데 두 번째 비행에선 편하게 했다. 첫 번째 두 번째 비행의 교관들 모두 잘해주었다.
* 친구들에게 무중력 상태를 어떻게 설명해줄 건가?
- 근데 이게 너무 달라서... 놀이기구와는 완전히 다르고 설명할 방법이 없을 거 같다.
* 우주에 나가면 오랫동안 무중력 상태를 경험해야 할 텐데?
- 운동을 열심히 해 놔야 할 거 같다. (웃음)
* 비디오랑 많이 다른 느낌이던가?
- 비디오랑은 똑같았는데 생각했던 거보다 많이 다르다. 스킨스쿠버 때는 저항감이 크지만 무중력이라는 상태는 전혀 다른 거더라.
* 첫 번째, 두 번째 어떻게 다르던가?
- 첫 번째는 G가 언제 걸리고 하는지 몰라서 힘들었는데 두 번째 비행에선 익숙해졌다.
* 친구들에게
- 머리카락이 하나하나 서고 조금만 건드려도 이동하고 사람을 돌리면 공중에서 마구 돈다.
@ 이소연 씨 인터뷰
* 아침에 식사했나?
- 적당히 모두들 다 했다. 잠도 다른 날보다는 조금 더 잔 거 같다.
* 첫, 두 번째 비행의 차이점은?
- 첫 번째 G 테스트 할 때는 묶어놓고 가만히 앉아서 압력을 느꼈지만 안전장치를 다 풀었을 때 압력감은 많이 낯설었다. 내 몸이 떴을 때의 낯설음. 두 번째 비행에선 타이밍도 알고 해서 여유도 부리고 즐거웠다.
* 누가 제일 즐기던가?
- 소리는 내가 젤 많이 질렀고 여유는 이진영 소령님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었다. 여자들이 많이 타서 그런지 교관들도 낯설어 하는 거 같더라.
* 어떤 느낌?
- 어릴 때 액션영화 보고 자면 꼭 꿈을 꿨는데, 그게 현실로 나타난 것 같아서 신기했다. 내 몸이 가벼워진 느낌.
* 장기간 무중력을 느껴야 한다면?
- 적응할 때까지는 고생스럽지 않을까...
* 키도 크고 허리도 얇아지고 한다던데?
- 압력이 낮아져 디스크가 눌리지 않아 키도 크고 허리도 가늘어진다던데 얼굴이 커지는 건 곤란하다.
무중력 비행기 탑승을 마친 후 후보들은 미르호 견학과 자기 PR 평가 시간 일정이 남아 있었다. 러시아어로 ‘평화’라는 뜻을 지닌 ‘미르’ 호는 1986년에 인류 최초로 발사돼 2001년까지 우주 공간에 오랜 기간 머물며 지구궤도를 8만8천여 회 돌고 36억㎞를 비행, 12개국 우주인 104명이 이곳에서 1만6천500여 건의 과학실험을 했다. 이런 임무를 수행했던 미르호의 외형과 내부 조형을 실물과 똑같이 제작한 것이다.
한국 우주인 심사위원단 앞에서 진행되는 우주인 자기 PR 평가는 미르호를 배경으로 진행되었다, 이 발표의 목적은 후보 자신의 적합성을 심사위원들에게 알리고, 대중 앞에서 얼마나 명료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약 2분간의 발표와, 5분에 걸친 질의 응답시간, 후보들은 제각기 사진과 글, 기타 여러 도구들을 활용하여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후보자 중 기혼자 2인 중 한 명인 김영민 씨는 “내 아이들에게 훗날 최초의 우주인으로 기억되는 멋진 아빠이고 싶다”고 말했다.
- 한종수, 김해경
- 저작권자 2006-12-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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