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가 우주를 탐사해야 하는 이유는 우주를 통해 ‘인류가 어떻게 기원했는지?’와 같은 심오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인류는 항상 호기심으로 움직여왔고, 탐험을 멈춘 적이 없어요.”
“우주 탐사는 인류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언젠가 인류가 지구를 떠나야만 할 상황이 생겼을 때를 미리 대비해야 하기도 하고요.”
“우주 그리고 다른 행성을 연구하는 것은 지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단서가 됩니다.”
“지금 당장 예측할 수 없지만, 결국엔 우주탐사를 위한 기초과학 연구가 인류에게 실용적 혜택으로 가져올 것은 확실합니다.”
지난 25일 대전 도룡동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문화센터에 세계 각국에서 행성 탐사 임무를 이끄는 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IBS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이 개최한 ‘IBS 행성과학과 우주탐사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IBS가 마련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6명의 과학자는 지금 인류가 왜 우주 탐사를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마다의, 그리고 한결같은 대답을 내놨다.
랄프 로렌츠, “인류 기원에 대한 심오한 답을 찾기 위해”

랄프 로렌츠 미국 존스홉킨스 응용물리학연구소(JHU-APL) 박사는 화성과 금성에서 실측을 수행하는 행성 탐사 임무에 참여해 온 공학자이자 기초과학자다. 현재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을 탐사하기 위한 무인 드론 탐사선 ‘드래곤플라이(Dragonfly)’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로렌츠 박사는 행성 탐사가 지구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넓힐 것이라고 말한다. 탐사를 위한 도구나 신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기술의 발전을 도모할 수도 있다. 전반적 산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로렌츠 박사는 “‘무엇보다도 인류가 어떻게 기원했으며, 과연 유일한 생명체일까?’와 같은 심오한 질문에 대한 답을 우주에서 찾을 수 있다”며 “성당을 건축하는 데도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듯, 우주 탐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쟝-밥티스트 빈센트 “전 국민이 스타벅스 커피 1잔 마시는 값 모으면 우주탐사 가능해”

쟝-밥티스트 빈센트 독일 항공우주센터(DLR) 연구원은 소행성이나 혜성 같은 태양계 소천체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태양계 내로 진입하는 새로운 혜성을 근접 비행하며 탐구하는 ‘혜성 인터셉터(Comet Interceptor)’ 임무와 우주선으로 소행성을 충돌시킨 DART(이중소행성경로변경실험) 이후 변화를 자세히 관측하는 ‘헤라(HERA)’ 임무가 대표적이다.
우주 탐사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빈센트 연구원은 “인류는 항상 호기심으로 움직여 왔고, 문명의 역사에서 탐험을 멈춘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과거 선조들이 지평선 넘어 바다를 탐험했듯, 인류 본연의 탐험 정신 자체가 우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우주탐사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인식에 관해서도 의견을 남겼다.
“10억 달러 규모의 우주탐사라고 해도 이 예산을 개개인으로 따져 환산해 본다면 스타벅스에서 사 마시는 커피 1잔 정도다. 물론 소중한 세금이지만, 국가 전체 예산에서 우주탐사에 드는 돈이 큰 것은 아니다. 파리 올림픽만 해도 100억 달러 정도의 예산이 들어갔다. 소중한 세금이 흩뿌려지는 것은 아니다. 우주탐사에 투자한 예산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창출에 도움이 된다.”
김은혁, “한강에 다리 건설도 처음엔 논란”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김은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우주탐사의 실용적 가치를 강조했다. 단기간은 아니지만, 우주를 탐사하기 위한 노력 자체가 장기간이 흐르면 결국엔 소정의 대가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한강에 처음 다리를 놓을 때만 해도 다리를 왜 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지만, 결국엔 편리한 교통이라는 혜택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주탐사에 있어 기초과학의 역할도 강조했다. 1970년대부터 화성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고, 이러한 기초과학 연구가 축적된 덕분에 정확한 화성 대기에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안전한 탐사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충분한 기초과학 연구가 이뤄져야 미래 우주탐사를 위한 연구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오레그 콜라브레브,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제2의 지구’를 찾기 위해”

오레그 콜라브레브 러시아 우주연구소(RSRI) 수석 과학자는 인류가 더 이상 지구에서 거주할 수 없는 환경이 되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우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구와 비슷한 또 다른 행성을 찾기 위한 기초 지식과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주탐사의 실용적 측면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언급했다. 콜라브레브 수석 과학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감지를 위해 개발했던 적외선 기술은 전쟁 후 구 소련으로 넘어와 천문학 연구 용도로 사용됐다”며 “러시아는 현재 화성과 금성을 탐사하면서 개발한 기술을 지구의 지구온난화 문제를 측정하고, 해결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하이 카스피, “‘아폴로 효과’처럼 미래 세대를 위한 영감이 될 것”

목성 궤도선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요하이 카스피 이스라엘 와이즈먼 과학 연구소 교수는 우주탐사를 육아에 빗대어 설명했다. 외동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모든 애가 다 우리 애 같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둘째를 키워봐야 애마다 개성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연구해 봐야 지구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증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스피 교수는 “60년대에는 세계 각국이 달을 가기 위한 경쟁이 있었는데, 기술 발전을 도모했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아폴로 효과’라고 불리며 어린아이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며 “이스라엘과 한국처럼 방위 예산이 많은 국가의 경우 국방 기술을 우주 탐사에 사용한다면 긍정적 생태계 조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너 닉슨, “아인슈타인도 GPS 개발을 위해 연구를 하진 않았다”

코너 닉슨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은 우주탐사를 위한 기초과학 연구는 끝내 인류를 위한 실용적 혜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공룡의 멸종 원인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할 수 있음을 알게 됐고, 지금은 소행성 충돌로부터 지키기 위한 우주 실험을 진행하는 것처럼 개발 방향은 예측이 어렵다. 닉슨 연구원은 “뉴턴이 지구의 움직임을 연구할 때 위성 기술의 발전을 고려하지 않았고,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제시할 때 GPS 기술로의 응용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기초과학을 연구한다는 것은 근본적 질문에서 시작하고, 이 답을 찾는 과정에서 어떤 혜택이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 yskwon0417@gmail.com
- 저작권자 2024-08-02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