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137억 년 전, 빅뱅(Big Bang)에 의해 탄생되었다. 이후 지금까지 점점 팽창하고 있는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에 따라 우주 공간의 밀도는 낮아지고 있다.
이렇게 끝없이 팽창하다보면 미래의 우주는 지금보다 은하와 별의 밀도가 훨씬 낮은, 아주 어두운 공간이 되고 말 것이라는 것이 천문학계의 예상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예측이 최근 국제 천문 프로젝트의 조사를 통해 사실인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끌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스오알지'(phys.org)는 8월 10일자 기사를 통해 국제 천문 프로젝트가 시간이 지날수록 우주 공간이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하면서, 그 원인으로 우주의 팽창과 함께 별의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을 제시했다. (전문 링크)
우주가 어두워지는 이유는 팽창과 소멸
우주가 어두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국제 프로젝트는 ‘GAMA(Galaxy And Mass Assembly)’다. 우주론과 은하의 진화를 연구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로서, NASA와 ESA(유럽우주기구) 등 전 세계의 우주연구기관들이대거 참여하고 있다.
GAMA 프로젝트 소속 연구진은 우주 공간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는 이유로, 팽창과 함께 별의 탄생과 사망을 꼽았다. 이들은 장시간의 관측을 통해 별의 생성 활동이 8억 년 전에 이미 정점을 찍었고, 이후에는 급격히 하락하면서 빛을 내는 별들의 탄생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어서 별의 탄생이 감소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가설을 내세웠다. 별은 일종의 에너지 역할을 하는 수소 원자와 헬륨 원자를 융합시켜 빛을 내는데, 기존 별들이 우주에서 소모하는 에너지가 많아질수록 이를 통해 새로 탄생해야 할 별들의 개수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NASA와 ESA 등이 보유한 지상 및 우주 공간의 천체 망원경을 모두 활용하였다. 은하계 내의 별 들 중, 달의 1000배 정도 되는 22만개의 별들을 골라내어 관측했다.
그 결과, 이들 별에서 나타난 적외선에서 자외선 영역에 이르는 파장은 그 세기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을 파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주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다는 사실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서호주대학의 사이먼 드라이버(Simon Driver) 교수는 “파장의 세기를 조사한 결과, 우주는 20억 년 전의 빛에 비해 그 절반에 불과한 에너지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하며 “이 같은 현상은 우주가 조금씩 느리게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덧붙였다.
만물의 이치가 그러하듯, 은하도 생성된 초기에는 활발하게 새로운 별이 탄생하지만, 나이를 먹게 되면 새로운 별의 탄생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주 공간도 별의 탄생은 줄어들고, 그동안 밝았던 별은 빛이 사라지게 됨에 따라 어두워지게 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관측 결과다.
이에 대해 드라이버 교수는 “별들이 늙어가고, 우주 팽창도 계속 진행된다면 남는 것은 결국 어두운 우주 공간일 것”이라고 전망하며 “그러다 결국에는 원자까지 암흑 에너지에 의해 파괴되는 ‘빅립(Big Rip)’ 현상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새로운 우주 종말론인 빅립
빅립이란 우주가 산산조각이 나는 현상으로, 팽창이 가속화되던 우주가 220억 년 뒤에는 크게 찢어지면서 종말을 맞게 된다는 이론이다. 미 다트머스대와 캘리포니아 공대의 공동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 새로운 우주 종말론을 제시했다.
빅립 이론이 발표되기 전만 하더라도 우주 종말론은 ‘빅크런치(Big Crunch)’가 대세였다. 우주가 팽창하다가 결국은 다시 수축하여 결국은 블랙홀처럼 한 점으로 돌아간다는 가설로서, 빅뱅 현상과 반대되는 이론이라 할 수 있다.
공동 연구진의 책임자인 미 다트머스대의 로버트 칼드웰(Robert Caldwell)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우주의 팽창이 어느 순간 멈추게 될 때, 은하는 해체를 겪게 되고, 행성은 태양계에서 떨어져 나가며, 마지막 순간에는 원자마저 산산조각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별과 별, 행성과 행성, 은하와 은하가 서로 밀어내는 힘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그것이 바로 서로 끌어당기는 우주중력 보다 우주 팽창을 가속화 하는 에너지인 ‘암흑에너지(dark energy)’ 때문에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우리 우주가 풍선처럼 이 팽창하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 버린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편 암흑에너지는 1998년에 ‘아담 리스(Adam Riess)’를 비롯한 과학자들이 초신성을 연구하던 중 처음으로 내놓은 가설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들 가운데, 별이나 행성, 그리고 가스 등은 4%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시작된 이 이론은, 우주의 나머지가 23%의 암흑물질과 73%의 암흑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가설의 핵심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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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8-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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