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미국과의 갈등으로 인해 “오는 2020년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 운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선언은 미국의 우주개발계획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에 큰 파문을 던졌다. 미국은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의 비행을 마지막으로 지난 2011년 7월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중단한 상태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우주인을 수송할 수 있는 우주왕복선은 러시아의 ‘소유즈(Soyuz)’ 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지상으로부터 350킬로미터 상공에 건설되어 있다. 미국과 러시아, 일본, 유럽 등 각국에서 파견한 우주인들이 장기간 체류하며 각종 실험과 우주 관찰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이를 위해 국제우주정거장에는 우주인들의 식량과 과학 장비 등의 보급품과 우주인 교대를 위해 자주 우주왕복선이 오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오는 2016년에 다시 우주왕복선 계개발 계획을 가동시킬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1년 NASA는 “아틀란티스호가 지구에 착륙하면 다시 왕복선을 띄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공표한 바 있어 개발의 시기는 예측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미 항공우주국의 고민은 갈수록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아틀란티스의 마지막 카운트다운
지난 2011년 7월 8일 플로리다 우주발사기지. 우주왕복선 조종사가 조종석에 벨트로 단단히 몸을 고정시켰다. 발사 카운트다운이 곧 있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관제실에서 수시로 보내는 기내 무선방송은 현재 기상상태가 대단히 양호하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5분전이 되자 관제 실에서는 유압펌프를 가동시키는 보조동력장치(APU) 스위치 누름을 지시했다. 우주왕복선 내부에 촘촘히 들어찬 유압호스로 유압이 힘차게 흐르면서 아틀란티스 호는 드디어 본격적인 발사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우주선 조종사들은 헬멧의 선바이저를 내리고, 비상 산소통을 열었다. 관제 실에서 ‘무사 임무 완수’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무선으로 들려오고, 조종석 내부는 폭풍 속의 고요함으로 가라앉았다. 이때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는 조종실 내의 환기장치에 장착된 모터뿐이다.
그 대신에 조종사들은 몸속에서 발사 전의 극도의 긴장감으로 아드레날린이 평소보다 몇 배씩 솟구침을 느꼈다. 마지막 카운트다운이 시작됐고, 아틀란티스호는 힘차게 발사대를 날아올랐다.
사실 지구 대기권을 돌파한 이후에도 조종사가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우주왕복선에 설치된 컴퓨터가 모든 정보를 종합해 자동조종으로 궤도에 우주왕복선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만일 조종사가 컴퓨터로부터 조종 권한을 넘겨받게 되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긴급 비상상황이 발생할 때이다”고 말한다.
우주왕복선은 원심력과 중력의 상호작용에 의해 궤도에 진입한다. 국제우주정거장이 있는 궤도는 지상으로부터 340킬로미터 떨어진 저궤도. 이에 우주왕복선은 무려 시속 2만7천800킬로미터의 빠른 속도로 궤도를 돌게 된다.
일회 발사 비용 1조 7천억 원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 우주선은 항공기와는 전형 다른 개념으로 방향을 바꾼다. 좌우의 날개는 우주궤도에서는 의미가 없다. 우주선의 코에서부터 날개, 몸통, 꼬리 등의 모든 부위에 설치된 자세제어로켓에 의해 방향이 바뀌기 때문이다. 조종간을 움직일 때마다 자세제어로켓이 분사되고 작용-반작용 법칙에 의해 우주왕복선의 방향은 전환된다.
아틀란티스 호는 자세조종을 한 후에 국제우주정거장과의 도킹(Docking)을 준비한다. 속도는 시속 2만7천800킬로미터. 과연 이렇게 빠른 속도로 우주정거장과 도킹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문제는 절대속도가 아니라 서로 접근할 때 생기는 상대속도”라고 말한다. 우주왕복선과 똑같은 속도로 국제우주정거장도 돌기 때문에 상대속도가 완만하다면 도킹은 위험하지 않은 것.
따라서 우주왕복선이 국제우주정거장을 따라잡아서 도킹하려면 상대속도를 따라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오히려 우주왕복선의 속도를 낮추어야 한다. 우주선의 속도를 높이면 궤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궤도역학상, 궤도가 높아지면 우주선의 속도는 낮아지고, 궤도가 낮아지면 우주선의 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즉, 로켓을 역분 사해서 우주선의 속도를 줄이면 궤도가 낮아지면서 우주선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우주정거장과 도킹을 할 수 있게 된다. 우주왕복선이 임무를 마치면 자세제어로켓으로 대기권에 재진입한 다음에 좌우 날개를 이용해서 항공기처럼 지상 착륙하면 된다. 아틀란티스 호는 12일간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했다.
전문가들은 “NASA에서 아틀란티스 호와 같은 우주왕복선을 한 번 발사하는데 드는 비용이 1조 7천억 원이다”고 말한다. 미국은 우주왕복선 탄생 이후 총 135번의 발사를 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7월 8일 아틀란티스 호 발사를 끝으로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마쳤다.
이렇듯 우주왕복선 개발은 천문학적 비용과 과학을 총망라하는 높은 기술 수준이 없으면 불가능한 사업이다. 우주왕복선의 양대 구도인 미국이 엄청난 비용 문제로 3년전 우주왕복선을 포기하면서 현재 러시아는 지구상의 유일한 보유 국가로 군림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이번 선언이 우주왕복선을 정치 무기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향후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우주왕복선 건설 사업에 불을 댕길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4-05-23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