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초기 ‘무증상 감염’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 각국 보건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세계 각지에서는 무증상 감염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돼 관계자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확진자 2명이 발생한 이후 무증상 감염자가 잇따라 발생해 방역 당국을 긴장케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전체 감염자의 절반 이상이 경미하거나 무증상 감염자를 통해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유증상 감염보다 무증상 감염 가능성이 더 커
연구를 진행한 곳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다.
연구를 이끈 제이 버틀러(Jay C. Butler) 전염병 담당 부국장은 9일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학적 모델을 활용, 전체 감염자 중 59%가 무증상 감염자들로부터 감염될 가능성이 있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59% 가운데 절반이 넘는 35%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 감염자에 의해, 나머지 24%는 증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는 사람으로부터의 감염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조용한 전파’로 표현되는 무증상 감염의 위험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공개 의료저널 ‘JAMA네트워크’ 7일 자(현지 시간)에 실렸다. 논문 제목은 ‘SARS-CoV-2 Transmission From People Without COVID-19 Symptoms’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왔고, 의료현장에서는 무증상 감염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발견돼왔다.
그러나 그 사례를 데이터화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증상이 있는 코로나19 환자를 식별하고 격리하는 것만으로는 신종 바이러스(SARS-CoV-2)의 지속적인 전파를 제어할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CDC의 버틀러 전염병 담당 부국장은 “백신 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기 전까지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추가 감염이 우려되고 있다.”며,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그동안 해오던 인위적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수학적 모델을 사용해 전체 감염 과정을 무증상 감염과 비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버틀러 부국장은 “연구를 위해 ‘매우 단순한 수학적 모델(a fairly simple mathematical model)을 사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백신 접종 기간 중 무증상 감염 가능성 줄여야
논문은 ‘간단한 모델’을 사용해 ‘증상이 있는 개인’과 ‘증상이 없는 개인’을 분석해, 이 두 가지 유형의 감염자를 통해 어떻게 바이러스가 감염되는지 그 비율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모델링 결과 증상이 있는 경우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바이러스가 전염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세대 개인이 증상이 나타날 때쯤에는 3세대가 이미 감염되고 있을 만큼 빠른 전파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것.
‘매우 경미하거나 거의 인식할 수 없는 증상을 보이는 개인’ 때문에 발생하는 무증상 감염의 경우는 샘플링 및 증상 스크리닝이 어렵기 때문에 정량화가 매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통해 바이러스가 감염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모델링 결과 증상이 있는 사람들로부터의 감염보다 증상이 없는 사람으로부터의 감염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경미한 증상으로부터의 감염 가능성이 35%, 무증상자로부터의 감염 가능성이 24% 등 59%의 가능성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버틀러 부국장은 “분석 결과 신종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전염된 후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훨씬 뒤늦게 나타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논문이 발표되면서 과학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 맥길 국제결핵센터 리처드 멘지스(Richard Menzies) 소장은 “CDC 논문이 수학적 모델이기는 하지만 믿을만하고 확실한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다.”며 놀라움을 표명했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 대학의 전염병학자 무지 세빅(Muge Cevik) 교수는 모델의 일부 가정에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학적 모델에서 무증상 환자의 상대적 전염성에 대한 추정치를 너무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것.
논문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시행되고 있는 백신 접종과 관련, 무증상 감염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백신 접종 후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이로 인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접종자로 인해 바이러스를 퍼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
질문을 받은 버틀러 부국장은 “지금까지 개발된 백신이 무증상 감염자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으며, 이번 연구 모델에서 다루는 시나리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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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1-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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