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생활에서 TV는 생활필수품의 하나다. TV를 통해 정보를 얻고 쇼핑을 하고, 오락 프로그램을 즐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TV를 볼 때는 소파에 앉거나 비스듬히 기댄 채 거의 움직임이 없는 자세를 취한다. 때로는 스낵을 손에 들고 먹으며 ‘바보 상자’에 몰입하기도 한다.
최근 열린 2017 미국심장학회(AHA)에서 발표된 예비 조사에 따르면, TV를 오랫 동안 시청하면 권장 양 만큼 운동을 하더라도 혈관에 이물질이 쌓이는 혈전이 증가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논문 공저자인 미국 버몬트대(벌링턴)의대 메리 쿠시먼(Mary Cushman) 교수는 “TV 시청 자체는 나쁜 것 같지 않지만, TV를 보는 동안 스낵을 먹으며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운동해도 TV ‘자주 많이’ 보면 혈전 위험
장시간 TV 시청은 동맥이 막혀서 발생하는 심장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서구인들을 대상으로 팔다리와 골반 및 폐의 정맥에 혈전이 생기는 정맥 혈전색전증(VTE)과 TV 시청과의 관계를 밝힌 최초의 연구다.
연구팀은 ‘아테롬성 동맥경화증 위험도 연구’(the Atherosclerosis Risk in Communities Study)에 참여한 45세에서 64세 사이의 중년 참가자 1만5158명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TV 시청과 정맥 혈전색전증 발생 위험과의 관계를 밝혀냈다. 아테롬성 동맥경화증은 동맥이 굳어지고, 내부에 이물질이 쌓이는 질환이다.
- TV를 ‘매우 자주’ 보는 사람들은 ‘아예 안 보거나 드물게 보는’ 사람들에 비해 정맥 혈전 발생 위험도가 1.7배 높았다.
- 권장 양 만큼 신체활동을 하면서 TV를 ‘매우 자주’ 보는 사람들은 ‘아예 안 보거나 드물게 보는’ 사람들에 비해 정맥 혈전 발생 위험도가 1.8배 높았다.
- 팔다리 등 말단 부위에 생기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혈전과 폐의 혈전 모두 TV를 많이 볼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TV를 많이 보는 사람들 가운데 비만자가 더 많았으나, 비만하기 때문에 혈전 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비율은 25%에 그쳤다.
필요한 프로는 녹화했다 광고 빼고 시청
버몬트대 의대 ‘혈전과 지혈 프로그램’ 책임자이기도 한 쿠시먼 교수는 “더 만족스럽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라”고 권했다. 그는 “TV 앞에 러닝 머신이나 고정식 실내 자전거를 갖다 놓고 운동을 하면서 TV를 보고, TV 보는 시간을 30분 정도 줄여 그 시간에 산보를 할 수도 있다”며, “좋아하는 쇼가 있다면 그 시간에 산보를 하면서 프로를 녹화해 두었다가 나중에 광고를 빼고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30만명에서 많게는 60만명에게서 정맥 혈전색전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맥 혈전색전증은 심장마비나 뇌졸중 다음으로 흔한 혈관 질환으로, 60세 이상 연령층에서 가장 많이 생기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의사도 장시간 TV시청 여부 문진 필요
정맥 혈전색전증을 예방하려면 장시간 TV시청을 피하는 한편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운동 등 신체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쿠시먼 교수는 “의사들은 자신의 환자들에게 운동을 얼마나 하느냐와 함께 TV나 컴퓨터 앞에 얼마나 오랫 동안 앉아있는가를 물어볼 필요가 있다”며, “최근에 수술을 했거나 임신이나 출산, 암이나 이전의 혈전에 의해 정맥 혈전색전증 위험이 높아져 있다면, 의사는 피를 묽게 하는 처방을 하거나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라고 권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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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11-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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