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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7-10-18

채식 다이어트로 유방암 호전 “야채 섭취는 후성유전학적 암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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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암을 치료 가능한 유방암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식이요법이 발견됐다. 유방암은 전이가 잘 될 뿐 아니라 여성성의 상징인 유방을 절제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암 중의 하나다.

미국 앨라배마대(UAB) 연구팀은 자연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레포츠(Scientific Reports)’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특별한 채식 위주 식단이 열쇠”라고 밝혔다.

이 대학 생물학 교수이자 통합 암센터 시니어 과학자인 트리크비 톨렙스볼(Trygve Tollefsbol) 교수와 유안유안 리(Yuanyuan Li) 생물학과 연구 조교수는  유방암을 포함한 치명적인 질병에서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메커니즘으로 후성유전학(epigenetics)적 기법을 활용해 연구를 수행했다. 후성유전학은 DNA 염기서열이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전자 발현 조절을 연구하는 유전학의 한 분야다.

연구팀이 실험용 식이식물에서 추출한 화합물로  쥐의 유방암을 예방, 치료하는데 효과를 봤다고 발표했다. 폴리페놀 성분이 많은 녹차와 항암 효과가 있는 설포라판을 함유한 브로콜리와 양배추.
연구팀은 식이식물에서 추출한 화합물로
쥐의 치명적 유방암을 예방, 치료하는 성과를 거뒀다. 연구에 활용된 폴리페놀 성분이 많은 녹차와 항암 효과가 있는 설포라판을 함유한 브로콜리와 양배추.

ER-음성 유방암으로 해마다 수십만 명 사망

모든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양성이거나 음성으로 분류된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음성 유방암은 ER-양성 암에 비해 호르몬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이는 ER-음성 유방암이 통상 매우 공격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톨렙스볼 교수는 “애석하게도 ER-음성 유방암을 앓고 있는 여성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이 많지 않다”며, “이런 유형의 암은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ER-음성 유방암을 예방,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톨렙스볼 교수팀은 이 같은 사실을 염두에 두고 ER-음성 유방암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메카니즘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암 예방법은 주로 단일 화학 화합물 사용에 집중돼 있었다.

식품에서 부작용 없는 약 성분 찾아

톨렙스볼 교수는 “많은 임상 현장에서 치료 연구를 위해 한번에 두 개 이상의 약을 조합해서 쓰지 않은 이유는 부작용이나 알려지지 않은 잠재적 위험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잘 상호작용할 것이라고 확신한 화합물들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화합물들이 서로 비슷하게 도움이 되는 생물학적 효과를 가지고 있었고, 효과를 나타내는 기전은 달랐으나 상호 간 방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통상적인 식품에서 두 가지 화합물을 식별해 냈다. 이 화합물들은 암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따라서 인체에 투여되면 ER-음성 유방암에서 ER 유전자를 성공적으로 ‘발현’시킴으로써 항암제인 타목시펜과 같은 에스트로겐 수용체 저해제로서 암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톨렙스볼 교수는 “우리가 암과 싸울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후성유전학을 이용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은 일상의 식단에서 발견되는 화합물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야채에는 이러한 유형의 화합물이 듬뿍 들어있어 어머니들이 항상 자녀들에게 채소를 많이 먹으라고 권한 이유를 이제 과학이 옳다고 증언해 준다”고 말했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앨라배마대 생물학과 트리크비 톨렙스볼 교수. Credit :
연구를 수행한 미국 앨라배마대 생물학과 트리크비 톨렙스볼 교수. 톨렙스볼 교수는 "우리가 암과 싸울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식품 속에 들어있는 화합물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redit : UAB

브로콜리나 양배추에 많은 설포라판과 녹차의 폴리페놀이 효과적”

녹차에서 발견되는 또다른 화합물도 톨렙스볼 교수의 이전 연구에 따르면 암 유전자의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화합물들은 올바로 사용되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발현 변이를 조절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브로콜리 새순 같은 십자과 채소에 있는 설포라판(sulforaphane)과 녹차의 폴리페놀 성분 등으로 구성된 식이식물 유래 화합물 조합이 심한 ER-음성 유방암을 일으킨 쥐를 성공적으로 예방 및 치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추가적인 연구 결과 이 두 가지 식이화합물의 효과적 메커니즘이 ER 유전자 조절 영역에서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방암을 일으킨 실험용 쥐는 병합 투여한 식이요법으로 종양이 ER-음성에서 ER-양성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쥐의 유방암을 에스트로겐 수용체 억제제인 타목시펜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게 됐다.

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전세계적으로 해마다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 ER-음성 유방암을 예방,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공한다”며, “다음 단계로 인체 임상시험을 통해 이 치명적인 질병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7-10-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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