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도 홍천에 있는 한 은행나무 숲이 25년만에 비밀스런 문을 열어 화제이다. 1만3천평에 2천 그루가 심어져 있는 이 숲은 한 개인이 은행나무 묘목을 하나하나 사들여 5m 간격으로 심어놓은 곳으로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가을이 되면 노란색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은행나무는 꼭 이곳이 아니더라도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전국 곳곳에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사용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만 하더라도 전체 가로수 중 은행나무 비율이 꽤 높은 편이다. 이렇게 장소를 잘 찾아낸다면 도심 속에서도 한껏 단풍을 느껴볼 수 있다.
단풍을 구경하고자 하는 사람, 은행 열매를 줍고자 하는 사람들로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 주위는 늘 북적거린다. 과연 은행나무의 이로움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사랑을 받는 것일까.
플로보노이드와 징코라이드, 혈액 순환에 효과 높아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사랑을 받는 이유는 질소와 아황산가스, 납 성분을 정화하고 오염된 땅을 회복시키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은행나무의 잎과 열매는 식용과 약용으로 활용됐다. 목재의 재질도 우수해 바둑판, 소반, 도마 제작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가구, 공예에도 널리 이용됐다.
은행잎은 한의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서양의학에서도 1960년대 혈액을 맑게 하는 약효가 발견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혈액순환 개선약 셋 중 하나는 은행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 정도로 많이 애용되고 있다.은행잎에 있는 플로보노이드와 징코라이드 성분이 말초혈관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줘 말초혈관 장애, 노인성 치매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은행잎에 관한 세계 특허가 90여종에 이른다. 현재 국내 제약회사와 화장품회사에서 관련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항균작용도 뛰어나 갖가지 벌레의 유충과 식물에 기생하는 곰팡이, 바이러스 등을 죽이고 번식을 억제한다. 경북 상주시 낙동면에 있는 한 농원에서 은행잎 생즙 원액을 희석해서 고추가 뿌리내리는 시기부터 수확기까지 세 번에 걸쳐 생즙을 살포한 결과 탄저병과 역병을 완전히 방제하기도 했다. 진딧물도 한포기당 1~2마리로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시중에는 은행잎 성분을 이용한 제품들이 다양
민간에서는 혈관 벽에 탄력성이 생긴다해서 차를 끓여 마시거나 은행잎 엑기스를 두피에 직접 바르기도 한다. 한 화장품 회사에서도 염색 후 모발과 두피를 진정시키고 모근을 강화시켜주기 위한 제품으로 은행잎 추출물을 이용한 한방 염모제를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시중에는 은행잎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나와있다. 약리효과를 바탕으로 한 의약품과 건강 보조제가 대표적 상품들이다. 생활용품과 화장품은 혈액순환 장애를 개선하고 항균성분에 주목해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경희대 치과대학의 임상실험을 통해 은행잎에 MMP 활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치약 제품도 생산되고 있다. MMP는 잇몸을 구성하는 단백질 콜라겐을 분해하는 효소이다. 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에 은행잎 추출물을 활용해 항균 필터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이 상품은 신종플루가 유행할 당시 인기를 끌었다.
고약한 냄새의 원인은 ‘비오볼’ 때문은행나무의 열매인 ‘은행’도 은행잎에 뒤지지 않는 효능을 갖고 있다. 우선 은행은 외종피, 중종피, 내종피로 나눠져 있다. 외종피인 경우 ‘비오볼’이라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것이 고약한 냄새의 주된 원인이다. 뿐만 아니라 독성이 있어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중종피는 시중에 가장 많이 유통되는 형태로 살구씨처럼 딱딱하고 하얀색을 띠고 있다. 가장 안에 있는 내종피는 열을 가하면 쉽게 벗겨진다. 내종피에도 은행의 독성이 여전히 남아있어 한꺼번에 많이 먹거나 날로 먹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은행은 예로부터 천식을 다스리고 폐의 기를 도와주는 열매로 알려져 있다. 아미그달린이란 성분이 기침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호흡 기능을 왕성하게 하고 염증을 없애며 결핵균의 발육 억제에도 효과가 있다. 신경조직 성분인 레시틴과 아스파라긴산도 있어 뇌혈관을 개선시켜 신경쇠약과 전신피로를 풀어준다. 또한 야뇨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많아 소변 억제작용이 뛰어나다. ‘본초강목’에서도 ‘은행을 먹으면 소변이 자주 나오거나 쌀뜨물처럼 흐린 증상을 낫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 김연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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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10-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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