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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조재형 객원기자
2010-07-22

위험한 열대야, 잠이 중요한 이유 몸의 재충전 시간, 수면 충분히 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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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장마가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다. 한낮에 이어 밤에도 무더위는 계속 돼 우리의 잠을 방해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잠들기 전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하고 와도 금방 더워져 선풍기나 에어컨 없이 잠들기 힘들다. 겨우 잠이 들었다가도 더위를 참지 못하고 끈적끈적한 땀에 젖은 채 새벽에 눈뜨는 경우도 있다. 열대야가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다.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사이의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열섬현상이 일어나는 도심지역에서 잘 발생하며 최근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점도 한몫을 한다. 게다가 비가 오기 전 습기가 많은 날엔 불쾌지수가 배로 올라가면서 짜증이 치솟는 밤이 많아지고 있다.

열대야가 왔을 때 가장 먼저 우려되는 피해는 바로 우리의 건강이다. 그 이유는 신체에 필수불가결한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루 동안 방전된 신체의 충전

보통 수면은 일반적으로 뇌파를 측정했을 때 진폭이 평소보다 작아진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잠을 자는 도중에도 뇌파가 높아지는 구간이 있으며 주기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명확히 얼마만큼의 구간이라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어 수면을 단계별로 나눠 말한다.

잠이 깊어질수록 뇌파의 주파수는 낮아져 1~3Hz 정도에 도달하며, 수면 도중 주기적으로 주파수가 높아지는 구간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때를 REM(rapid eye movement)수면이라고 한다. 이는 수면 도중 호흡과 맥박이 빨라지고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현상을 보여 이름이 붙여졌으며 이 때 대부분 꿈을 꾼다.

잠이 중요한 이유는 우선 뇌가 휴식을 취한다는 데 있다. 무의식 상태가 되고 신체활동이나 생각 등을 하기 위해 뇌에서 명령을 내리는 일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뇌는 우리가 받는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신경세포에 신경전달물질을 전달하게 되는데 하루의 생활을 통해 부족해진 신경전달물질을 수면을 통해 보충한다고 한다.

낮에는 대부분 깨어있는 상태로 일이나 공부를 하며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인다. 그리고 직립보행을 하거나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 척추에도 많은 무리가 가며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점점 피곤한 상태가 된다. 지친 뇌와 근육, 척추 등이 유일하게 쉬는 시간이 바로 수면상태인 것이다.

실제로 특히 활동량이 많았던 날 잠자리에 들 때 여기저기 욱신 거리다가도 푹 자고 나면 개운해지고 피로가 풀리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수면 부족하면 질병, 정신질환 등 문제 생겨

이런 신체의 휴식시간인 수면이 부족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우선 앞서 말했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호르몬 분비와 물질대사에 문제가 생기게 돼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질병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수면부족은 비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 역시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있어서 생기는 것이다. 

우리가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랩틴 호르몬 분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늦은 밤이 되면 저녁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고파진다. 이로 인해 과식, 폭식을 하게 되고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면부족은 우울증도 유발할 수 있다. 청소년의 경우에는, 성장호르몬이 대부분 오후10시에서 오전 2시 사이에 분비되는 것으로 볼 때 성장 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다.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오후 10시에서 오후 2시는 세포의 재생이 활발하게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에 수면이 부족하다면 피부가 나빠질 수 있으며 두피건강도 나빠져 탈모나 염증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밤 지새우면 음주와 같은 증상

이런 수면 부족 현상은 개인적인 건강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직장인들의 경우, 퇴근 후 잦은 회식자리와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수면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울증이나 신경질적인 태도가 동료나 상사와의 불화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업무상 과실이 발생할 수 있다.

수면부족이 유발한 사고들도 많아 수많은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기도 한다. 실제 교통사고의 23%가 졸음운전에 의한 것이며, 이로 인한 사고가 보도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처럼 수면부족은 과로와 판단력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에 중요한 직책이나 임무를 맡고 있는 사람에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우면 다음날 아침 어지럽고 몽롱한 기분이 드는데, 이와 같이 수면 부족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술에 취했을 때와 비슷하며 혈중 알코올 농도 0.1%일 때와 비슷한 판단력 저하를 보인다고 한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일 경우 면허 정지의 수준이며 0.1%라면 만취상태에 가깝다.

기억력과 창의력까지… 적당한 수면의 영향


수면은 부족하면 이처럼 개인의 건강을 해치는 일부터 심각한 재앙까지 초래할 수 있지만 충분하다면 매우 긍정적인 영향들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학창시절 시험공부를 한다고 잠을 적게 자거나 시험 전날엔 아예 밤을 지새우는 경우도 많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행동이다. 앞서 말했듯이 수면부족은 판단력 저하를 일으키며 술 마신 상태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술 마시고 시험을 보러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부한 것 다 잊어버릴 까봐 잠을 못자겠어” 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오히려 잠을 자야 기억이 더 잘 된다.

깨어있는 동안 학습한 내용이 복잡한 형태로 기억된다고 하면 잠을 자는 동안 이 복잡한 내용들이 논리적으로 정리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연구와 실험에서 학습 후 충분히 잠을 잔 사람이 그렇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기억하는 정보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기억이 정리되는 과정은 REM수면 도중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보다 생소하며 복잡한 학습 후에는 이 REM수면이 증가하고 REM수면 도중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에서 리듬이 발생함으로 보아 기억의 메커니즘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아냈다. 또한 REM수면을 방해할 경우 중추신경계에서 단백질의 합성 및 신경전달물질의 활성화에 장애를 주기 때문에 기억 장애가 나타난다는 연구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면은 창의성의 보고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수면 중 발생하는 꿈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활동을 하거나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모차르트는 자신의 모든 작품이 꿈에서 나왔다고 말했고 괴테는 과학적 문제의 해결법이나 작품의 영감들을 꿈에서 얻었다고 했다. 아인슈타인은 꿈에서 보이는 유용한 정보들을 기록하기 위해 머리 곁에 필기구를 놓고 잠들기도 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꿈에서 영감을 얻어 업적을 만든 과학자나 예술가들이 많으며 심지어는 일부러 꿈에서 경험하는 초현실적인 장면들을 기록하기 위해 잠을 깸과 동시에 기록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가 평소 심각하게 고민했던 기억의 정보들이 REM수면을 통해 정리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영감이 떠오르는 것이라고 예측해 볼 수 있다.

하루 7~8시간 수면으로 건강을 지키자

이처럼 잠은 우리에게 건강뿐만 아니라 학습능력과 창의력까지 가져다 줄 수 있다. 영국 수면 학회의 연구 결과, 인간은 7~8시간이 최적의 수면시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6시간 15분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최적 수면 시간은 나이별로 다르게 나타나는데 어린이의 경우 9~10시간이 적정 수면시간이다.

성인은 직장에서의 업무 스트레스와 잦은 회식 자리로 인해, 청소년과 수험생의 경우 ‘4당5락’이란 말에 현혹돼 공부를 하느라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이 매우 많다. 게다가 요즘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면서 숙면을 방해해 우리의 건강과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자기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거나 따뜻한 우유 한잔으로 포만감을 들게 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일, 시험을 위해 노력하거나 유흥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적당한 수면으로 건강을 지키고, 정신을 맑게 하며, 꿈을 통해 기발한 아이디어나 창의적인 생각들을 끄집어 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0-07-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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