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셋째 주에 57개의 나라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세계 뇌 주간 행사는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뇌의 구조와 신비를 알아보는 의미 있는 강연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는 올해로 3회 째인데,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뇌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고 청소년들에게는 과학에 대한 꿈과 비전을 갖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서울대, 아주대, 한림대, KAIST, 충북대, 전남대, 전북대, 포항공대, 경상대에서 다채로운 강연이 마련되었다. 서울대 강연은 6명의 교수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뇌의 구조에서부터 누구나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인간의 통증과 정신병에 이르기까지 그 냉용이 흥미로웠다. 서울대에서 이루어진 강연을 소개한다.
1%의 어떤 것 --서울의대 서 유헌 교수--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가 99% 같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단 1%의 나머지 유전자 때문에 인간은 동물과 구별되는 감성과 이성 등의 여러 특질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중 오직 인간에게만 있는 언어 유전자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며 문명을 발전시키는 얼마나 큰 원동력이 되었는가!
또 우리 인간들은 왜 인생의 30%를 잠자는 것에 소비해야 하는 것일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 뇌는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어떤 기억은 보존시키고 또 두려웠던 기억들은 제거한다고 한다. 뇌를 통해 습득되고 기억된 것이 대대로 이어지기도 해서 정신병이나 IQ등은 유전적 요인이 50%이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뇌의 전두엽 부분에서 장애를 일으켜 범행을 저지르는 연쇄 살인범이나 치매 환자, 그리고 천재는 모두 뇌를 통해 엄청난 유전적 영향을 받은 것이다.
뇌 속으로의 여행 --연세의대 박 경아 교수--
그렇다면 우리가 늘 곱창처럼 꼬불꼬불한 것으로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뇌는 어떤 구조로 이루어진 것일까? 일단 뇌는 중추신경계의 하나로 크게 뇌와 척수로 구분되어진다. 뇌는 사실 1400g으로 꽤 무겁지만 뇌를 감싸고 있는 뇌척수 액의 부력으로 실제로 우리는 50g정도로만 느끼게 된다.
뇌를 해부하다보면 아주 잘 드는 칼로 잘라도 힘들만큼 여러 두텁고 질긴 막으로 뇌가 철저히 보호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겉에서부터 정막, 연막, 거미막 이라는 3가지 막에 둘러쌓여 있는 대뇌는 크게 전두엽(운동), 측두엽(청각), 후두엽(시각)으로 나뉘며 각각 몸의 관장 부분이 달라서 하는 일도 다르다.
좀더 자세히 나누자면 6개의 엽으로 구성된 뇌는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 측두엽, 섬엽, 변연엽이 유기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돌아간다. 그래서 뇌의 어느 한군데에 이상이 생기면 생각은 멀쩡하지만 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마음대로 몸을 가눌 수는 없다든지 몸은 괜찮지만 정신분열이 일어난다든지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 뇌가 지배하는 정신과 육체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 경진 교수--
과거에는 데카르트의 심신 이원론적 사고에서 보는 것과 같이 신체와 정신을 분리해서 생각했었지만 현대에는 몸과 마음을 신경생물학적 언어로 통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모든 인간의 의식은 생리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것은 뇌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스마트 마우스(Smart Mouse, 똑똑한 쥐)의 대조군을 통한 행동의 변화를 관찰함으로써도 이해할 수 있다.
요즘은 MRI나 CT 촬영으로 뇌 질환을 진단할 수 있게 되었고 뇌의 활동성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신약을 개발하기에 유리하다. 곧 나타날 고령화 사회에서 문제시 될 노인의 퇴행성 뇌질환(치매)에도 신약개발은 큰 효자가 될 것이다. 신경과학발전의 버스는 이미 출발했고 윤리가 그 뒤를 따르는 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 쥐의 탄생 --KIST 신 희섭 교수--
인간은 태초에 부여받은 발생학적 특질과 함께 선택적 경험을 통한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된다.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유전자 조작이 가져올 크고 작은 변화들을 예측해 볼 수 있다. 고양이를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생쥐라도 본능과 조상 대대로 축적되어 온 경험적 유전자들로 인해 생쥐는 고양이 털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 하지만 공포심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는 고양이털에 서슴없이 다가간다.
인간의 뇌를 이해하기 위해 동물들은 종종 실험의 대상이 되곤 한다. 반복적 학습을 통한 것보다 유전자 조작을 통한 종의 변화는 더 뚜렷하고 확고하다. 그러한 돌연변이 생쥐를 제조하려면 유전자가 조작된 줄기세포를 이식하여 세포를 배양하고 포배아를 형성해서 대리모에 넣어주면 된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복제도 이와 흡사한 방법이다. 뇌 과학은 우리의 육체와 정신을 이해하는 기본이 되고 각종 뇌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개발에도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소장을 가위로 잘라도 전혀 통증이 없다? --고려의대 나 흥식 교수--
우리 몸은 통각과 촉각의 공조체제로 긴밀하게 유지된다. 통각은 우리 피부에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지만 그 감각은 느리게 오고 촉각은 반대로 감각은 빨리 오지만 그 배열간격은 듬성하다. 인간의 몸 시스템은 그 보호정도에 따라 중요도를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일단 단단한 두개골로 쌓여있는 데다가 칼로 베기도 어렵다는 막으로 보호되어 있는 뇌가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기관이고 다음은 갈비뼈가 보호하고 있는 심장과 허파, 그리고 간, 신장, 생식기관, 소화기관, 뼈, 골격근, 피부 순이다.
배의 골격근으로 보호되어 있는 소장은 그래서 외부의 충격에 민감하기보다 소장내의 음식물의 소화 상태에 따라 통증을 느끼기도 그렇지 않기도 한다. 우리가 느끼는 통증은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으로 그 중요도나 역할에 따라 통증의 정도나 부위도 다르다는 것은 신기한 섭리다.
정신질환과 창조성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서울의대 권 준수 교수--
버지니아 울프, 반 고흐, 헤밍웨이, 뉴턴, 기 형도, 김 광석, 이 중섭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예술가 중에는 정신질환을 앓았던 사람이 많다. 정신질환으로 자살하는 경우도 많은, 이같은 예술가들의 생애 어느 곳에서 그토록 위대한 창조성이 나오는 것일까. 예술의 다른 한쪽 면에 있는 광기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특정한 사람만이 걸릴 것 같은 정신질환은 사실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찾아갈 수 있는 병이다. 실제로 미 국민의 15%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약품 처방 순위를 보더라도 우울증 등 정신병 치료제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정신질환은 구체적으로 사고, 감정, 행동의 장애로 나타날 수 있고 각각의 증세도 다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보고 있다. 현대인들이 흔하게 앓고 있는 정신병에는 강박증, 우울증, 조울증 등이 있다.
정신과 육체를 지배하는 뇌는 말할 필요도 없이 인간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뇌가 없는 생명체는 존재할 수도 없다. 몸과 마음에 관계된 많은 질병을 치료하고 인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한 뇌 연구는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계속되고 있다.<이송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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