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따라 특정한 기능을 지닌 세포로 분화하는 배아줄기세포의 ‘다분화능력(pluripotency)’을 유지시키는 신호의 조절에 관여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움직임이 최초로 규명됐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한진관(50, 韓振官) 교수팀은 척추동물의 등-배(dorsal -ventral) 구조 형성을 제어하는 액티빈/노들(Activin/Nodal) 신호 조절 기작에 Rap2 GTPase라는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결과는 ‘셀(Cell)’의 자매지인 ‘디벨럽멘탈 셀((Developmental Cell)’지의 온라인판을 통해 7월 8일 공개됐다.
이번 연구성과가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노들 단백질이 척추동물의 체축(體軸)을 형성할 뿐 아니라 내부 장기 비대칭 발생에 있어서도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며, 노들 신호전달계가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다분화 능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것으로 최근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노들 단백질이 속해 있는 TGF(Transforming Growth Factor)-β 단백질의 신호 조절은 암이나 비정상적 면역반응과 같은 병리현상의 치료법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관련 학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TGF-β 계열 단백질들은 세포의 성장, 분화, 접착, 이동을 조절함으로써 초기 배(embryo) 발생과 조직의 항상성(homeostasis) 유지에 관여한다. 특히 이 단백질들은 척추동물의 초기 배 발생과정에서 원시배엽 형성과 특징적인 세포 분화를 유도해 몸체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TGF-β 계열 단백질 중에서도 액티빈과 노들 단백질은 농도에 따라 각기 다른 성질을 가진 세포의 분화를 유도한다. 이는 각 세포가 분화할 때 발생하는 유도신호의 세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이 신호의 세기는 신호물질의 농도 뿐 아니라 신호물질과 결합해 만들어진 수용체의 키나아제(kinase) 활성이 얼마 동안 지속되는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규명돼 왔다.
이번 포스텍 연구진은 랩2(Rap2 GTPase)라는 유전자가 액티빈/노들 신호의 세기를 증가시키는 현상에 착안해 랩2의 기능을 분석한 결과, 랩2가 액티빈/노들 수용체를 분해하는 에스매드7(Smad7)의 역할을 방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랩2 유전자가 증가하면 에스매드7이 억제되어 액티빈/노들 수용체의 키나아제 활성이 오래 유지된다는 것이다. 액티빈/노들 수용체는 신호가 없을 경우 세포 내부와 세포막 사이를 순환하는 성질을 갖고 있는데. 이때 랩2가 이 순환 과정을 촉진함으로써 세포막에 일정 수의 수용체를 유지하게 해 적은 신호물질에도 세포가 반응할 수 있게끔 세포의 반응도(responsiveness)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규명됐다.
연구진은 또 척추동물의 초기 배(胚)의 등과 배 조직에 따라 랩2와 에스매드7이 상호 비대칭적으로 나타남으로써 각각의 조직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신호의 세기를 치밀하게 조절한다는 사실도 추가적으로 밝혀내 척추동물의 등ㆍ배 구조 형성에 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한진관 교수는 "이번 성과는 발생현상에 대한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심장이 오른쪽에 있는 등 장기 위치의 기형 예방법과 TGF-β 작용으로 인해 유발되는 암 치료법 개발의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정혜경 기자
- 저작권자 2008-07-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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