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요산 객원기자] 바다 달팽이, 즉 청자고둥(Cone Snail)의 독에서 추출한 약이 암이나 AIDS 환자의 통증을 줄이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학협회지(JAMA·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최신호에 따르면 다른 진통제가 듣지 않는 암 또는 AIDS 환자들에게 청자고둥의 독에서 추출한 지코노타이드(ziconotide)를 투약한 결과 환자 절반 이상에서 통증이 줄거나 없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JAMA에 따르면 지코노타이드는 중독성이 없는 새로운 차원의 약으로 모르핀보다 1천 배나 강한 약효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청자고둥은 침입자를 막거나 먹이를 무력화시킬 때 독을 내뿜는다.
에모리대학 의대의 마이클 바이아스-스미스(Michael G. Byas-Smith)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암이나 AIDS를 앓는 환자 111명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는 지코노타이드를, 다른 그룹에는 플라시보(위약·僞藥)를 투여했다.
그 결과 지코노타이드를 투여한 그룹에서 53%가 통증이 줄거나 완전히 사라졌다고 응답했다. 반면 플라시보를 투여한 그룹에서는 17.5%만이 같은 대답을 했다.
바이아스-스미스 교수는 암·AIDS로 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나 모르핀이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 지코노타이드를 단독으로, 또는 모르핀과 같이 투여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코노타이드를 다량 투여하면 혈압저하, 어지럼증 같은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원재료인 청자고둥 자체가 급속도로 사라지는 것도 지코노타이드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바다 오염과 아름다운 껍질을 노리는 남획 등으로 청자고둥의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광주과학기술원 자료에 따르면 청자고둥은 주로 인도양과 태평양에 사는 포식성 바다달팽이로 껍질은 노랑, 연분홍, 담청색 등이 뒤섞인 아름답고 현란한 모양을 띤다. 이 때문에 청자고둥은 오래 전부터 패류 수집가들이 선호해 왔다. 크기는 3∼15cm에 이르며 세계적으로 약 500여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남해안과 제주 해안에 2종이 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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