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의 역사, 하지만 위험한 현실일 뿐?
달콤한 맛에 대한 인류의 사랑은 7-8세기 아랍 세계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역사서들에 따르면 당시 새롭게 건설되던 아름다운 도시 바그다드에서 사람들은 설탕이 들어간 셔벗, 꿀을 넣어 조리한 죽, 튀겨서 시럽을 입힌 페이스트리, 캔디 등 달콤한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 '설탕(sugar)'이라는 단어 자체도 아랍어 '수카르(Sukkar)'에서 유래했으며, 11세기 십자군 원정 이후 이 달콤함에 대한 열망은 이국의 문물과 함께 서양으로 전파되었다.
당시에는 단 음식이 '간헐적으로만' 즐기는 '간식'이었으며, 오후의 피로를 달래는 작은 보약 정도로 여겨졌다. 설탕은 사치재로 과거에는 흔하게 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현재 설탕은 전 세계 어디서나 존재한다. 미국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식품 및 음료 제품의 60% 이상에 첨가당이 포함되어 있으며, 심지어 샐러드, 수프, 그래놀라와 같은 건강식품으로 여겨지는 제품에도 설탕이 들어있다.
식품 라벨을 살펴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코카콜라는 100ml당 10g의 당을 함유하고 있으며, 토마토 스프 한 캔에도 7-8티스푼의 설탕이 포함되어 있다.
북미인은 하루 평균 약 17티스푼의 첨가당을 섭취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설탕의 과량 섭취에 대하여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통적으로 마른 체형을 유지하던 남아시아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현대 식단은 과거에 비해 너무나 많은 설탕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건강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의료진과 건강 전문가들은 당뇨병과 비만 등 질환의 원인으로 설탕을 지목하고 있다.
설탕 과다 섭취: 물질 중독인가 행동 중독인가?
설탕이 중독성이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달콤한 음식을 폭식하거나 설탕을 갈망하며 심하게는 금단 증상을 일으키는 것, 그리고 이 현상에 반동된 피로감 등은 모두 설탕 중독과 관련된 고전적인 행동 패턴으로 여겨진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만성적인 설탕 과다 섭취는 도파민 전달 신호와 스트레스 관련 경로에 변화를 일으켜 뇌의 신경 경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물질 사용 장애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유사하며, 설탕에 대한 갈망과 과다 섭취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설탕이 실제로 중독성 물질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설탕은 니코틴이나 코카인처럼 뇌의 도파민 보상 경로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과학자들은 설탕을 과량 섭취할 때 발생하는 도파민의 보상 시스템이 식품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있다.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의 캐롤 다빌라 대학 정신과 의사 옥타비안 바실리우와 같은 다른 과학자들은 설탕 함량이 높은 음식을 먹을 때 느껴지는 즐거움이 사람들로 하여금 단맛에 중독되도록 한다고 주장한다. 즉 설탕 자체에는 중독성이 없지만 단맛을 섭취할 때 느끼는 감각이 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단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설탕 과다 섭취가 일반적으로 물질 중독이 아닌 행동 중독으로 간주되는 이유이다.
설탕 중독의 원인과 건강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어린 시절 힘든 경험을 한 사람들의 뇌가 단맛이 주는 쾌락에 쉽게 반응하여 설탕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호주 퀸즐랜드 공과대학의 신경과학자 셀레나 바틀렛과 케리 길레스피는 "설탕 소비는 감정 조절과 깊이 얽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떻게 설탕 과다 섭취와 중독의 패턴에 빠지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감정적 스트레스가 몸이 단맛을 갈망하도록 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설탕이 주는 단맛은 뇌가 우울한 감정을 진정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장기적인 우울증과 불안은 달콤한 맛이 주는 즐거움을 갈망하도록 부추겨 설탕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실제로 어린 시절 겪은 스트레스가 뇌의 보상 체계에 영향을 미쳐 설탕처럼 강렬한 단맛을 가진 음식을 찾도록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다수 보고 되어 있다.
사실 중독성이 있든 없든 장기간 설탕을 과량 섭취하면 건강에 매우 해롭다. 바실리우는 실제로 많은 연구들의 과학적인 증거들은 체중 증가 여부와 관계없이 설탕 과다 섭취 자체가 "건강에 극도로 위험하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설탕을 과도하게 섭취했을 때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해 왔다.
여성의 경우 하루 6티스푼 이상, 남성의 경우 9티스푼 이상의 설탕을 꾸준히 섭취할 경우 충치나 만성피로, 당뇨병, 비만, 심혈관 질환 등 수많은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고설탕 식단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학적 장애 및 치매와도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주당 4회 이상 탄산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은 주당 1회 미만을 마시는 사람들보다 우울증을 느낄 가능성이 두 배 더 높았다는 결과도 있다.
설탕 중독을 극복하는 방법과 정부의 역할
설탕을 끊는 데 입증된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중독을 이기기 위해서는 실제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과학적인 증거 기반 전략들로 강박적 행동 패턴을 식별하고 이를 수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지행동치료(CBT)와 같은 행동을 통해 설탕 중독을 극복할 수 있다. 금단 증상을 피하기 위해 첨가당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혈당 수치를 조절하기 위해 단백질과 섬유질 섭취를 늘리며, 구조화된 식사 계획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영양 전략도 효과적일 수 있다.
안타깝게도 매우 소수의 사람들만이 스스로 설탕 중독을 극복할 수 있다. 설탕은 이미 "새로운 담배"로 묘사될 정도로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가 되고 있다. 바실리우는 "정부적 차원에서 건강한 식품 소비를 독려하고 초가공 식품의 과도한 홍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 4개 주에 도입된 설탕세는 사람들이 당분이 많은 식품과 음료를 구매하지 않도록 저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임이 입증되었다. 실제로 설탕 음료에 대한 세금이 33% 인상되자 탄산음료 판매가 33% 감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세금을 인상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람들의 설탕 섭취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특정 식품에 설탕세가 부과되었을 때 사람들은 설탕을 줄이기보다 이에 대응하여 다른 대체제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멕시코에도 탄산음료에 설탕세가 도입되자 소비자들은 탄산음료를 대신해서 과일 주스를 구입하는 양상을 보였다. 과일 주스 역시 설탕 함량이 높았지만 단순히 세금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국 단순히 탄산음료의 자리가 과일 주스로 대체되었을 뿐 사람들은 당 섭취를 줄이는 데에는 별반 관심이 없었다.
영국 정부 역시 2018년에 설탕 함량에 따라 식품에 대한 세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2단계 설탕세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제조업체들은 탄산음료의 설탕 함량을 줄이게 되었고, 전반적인 소비도 감소했다. 건강 전문가들은 탄산음료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종류의 고설탕 제품을 설탕세 부과 대상으로 포함한다면 설탕세의 효과가 더 강력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설탕에 대한 사회적,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현대 식품 환경에서 설탕의 영향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 정부와 식품 기업, 그리고 개인이 함께 협력해야 할 시점이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5-05-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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