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은 베이징과 칭다오 등 일부 지역에서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항문을 이용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해 논란이 되었다. 기존의 핵산 PCR 검사나 혈청 항체 검사가 아닌 항문 검사를 실시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무증상 감염자 때문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항문 쪽보다 목과 코 부분에서 먼저 사라지는 특성을 보인다. 그 때문에 무증상 감염자나 호흡기 증상이 사라진 사람들의 경우 기존 검사 방식이 아닌 항문 검사를 해야 더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다. 코로나19는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가 특히 많아 모든 국가의 방역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데 항문 검사를 하지 않고도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들을 미리 가려내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양상을 빠르게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UCSD)의 연구진이 개발한 하수 처리 로봇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모든 환자는 대변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인 RNA를 배출하게 된다. 이 배설물들은 하수도를 타고 지역 하수 처리장으로 유입되는데, 하수 속 바이러스 농도를 확인하면 하수도가 연결된 지역의 코로나19 감염 정도를 예측할 수 있다.
캠퍼스에서 2명의 무증상 감염자 찾아내
UCSD 마이크로바이옴 혁신센터의 롭 나이트(Rob Knight) 교수팀은 지난해 여름부터 300개 이상의 건물이 산재한 대학 캠퍼스의 하수 샘플 채취장 100여 곳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인하기 위해 매일 시료 수집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1개월 후인 어느 금요일 오후, 한 단과대학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양성반응이 감지됐다. 연구진은 즉시 해당 건물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하루빨리 바이러스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하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그 결과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650명 이상의 사람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그중 두 명이 무증상 감염자임이 확인된 것. 해당 캠퍼스는 그 사실을 즉각 통보했으며, 그들은 스스로 자가격리되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 같은 프로그램 덕분에 약 1만 명의 학생들이 있는 UCSD 캠퍼스가 다른 대학 및 주변 지역 사회보다 훨씬 낮은 코로나19 발병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연구진은 샌디에이고 카운티의 인근 해안에 위치한 하수처리장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시료를 수집했다. 그곳은 UCSD 캠퍼스를 포함해 샌디에이고에 거주하는 230만 명의 시민들이 버린 모든 배설물이 거치게 되는 곳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환자의 비강 면봉에서 채취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하수 표본을 직접 검사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하수에는 모든 시민의 배설물이 섞여들므로 바이러스 농도가 낮아 감염 정도를 정확히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병 사례, 1주일 빨리 예측
이에 따라 연구진은 40분마다 24개의 샘플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하수 처리 로봇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인 RNA를 샘플에서 추출해 중합효소연쇄반응(PCR)으로 바이러스가 남기는 특유의 유전자 손상 패턴을 찾아낸다.
연구진에 의하면 이 시스템은 약 500명의 사람이 근무하는 건물에서 단일 코로나19 사례를 식별할 수 있다. 또한 이 기술은 기존의 하수 검사법보다 빠르고 정확하며 비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이 화장실에서 변을 본 후 변기 물을 내리면 폐수는 약 8시간 이내에 하수처리장에 도달하게 된다. 또한 증상이 생기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을 안 이후 검사를 받는 것과 달리 화장실은 누구나 이용한다는 게 하수 기반 검사법의 장점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할 경우 기존의 코로나19 검사법보다 코로나19 발병 사례를 최소 1주일 이상 더 빨리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미생물학회 학술지 ‘엠시스템즈(mSystems)’ 3월 2일 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롭 나이트 교수는 “하수 기반 역학 연구처럼 대규모 전염병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은 진단 검사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사회적 거리두기 기회가 적은 취약 집단 및 커뮤니티 감시에 특히 유용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방법이 더 널리 채택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이성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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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3-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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