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방송 및 신문 등을 통해 여름 기간 동안 코로나19 이외에 다른 감염병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관계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여름에 주로 발생하는 감염병으로는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로 전파되는 노로바이러스를 비롯하여 세균성이질과 장티푸스, 그리고 장출혈성 대장균 등이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는 병원성 대장균에 의한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여 사람들의 우려를 낳은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음식배달은 또 다른 변수다. 대면을 최소화할 수 있으므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은 낮출 수 있지만, 위생 문제는 오히려 접객업소들보다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혼란 속에서도 안전한 식생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일 온라인상에서는 ‘제32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이 개최되어 주목을 끌었다.
‘음식과 바이러스’라는 주제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와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감염예방을 위한 올바른 식생활 방법을 국민들에게 제공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바이러스와 숙주의 상관관계 이해 필요
‘식품과 식중독 바이러스’에 대해 발제를 맡은 최창순 중앙대 생명공학대 교수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신종 감염병의 상당수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며 “새롭게 출현하고 있는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와 숙주의상관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숙주 특이성(host specificity)’과 ‘장기 및 표적세포에 대한 친화성(tropism)’이 높아서 숙주 이외의 종으로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는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매일 먹고 마시는 물과 음식 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바이러스는 사람이 아닌 세균이나 기생충, 또는 식물 등에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이런 바이러스들에 의한 인체감염은 거의 보고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물을 숙주로 이용하는 일부 바이러스는 종간 장벽을 넘어 사람에게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원인체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사람과 동물이 살아가는 생태계 환경의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기후변화나 도시화 같은 환경의 변화가 이전 같으면 사람들이 접촉조차 할 수 없었던 야생동물 등의 생태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어, 예상치 않게 사람에게 심각한 질환을 일으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역시 이 같은 원인으로 박쥐에게서 사람으로 전해졌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대면 음식 배달 늘수록 노로바이러스 주의해야
최 교수는 “인수공통감염병 중에서도 식품을 매개체로 하는 노로바이러스(norovirus)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노로바이러스는 대부분 음식물이나 사람 간의 신체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데, 채소나 과일 등을 제대로 세척하지 않거나 어패류 등을 조리하지 않고 그대로 섭취할 경우 감염의 우려가 높다.
증상으로는 설사와 복통, 그리고 구토 등이 일반적인데 설사 증세가 심할 경우 물을 충분히 섭취하여 탈수를 방지하고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자연환경에서 장기간 생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온에서는 10일 정도, 냉동 상태에서는 수십 년까지 생존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아 손실된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는 수준에서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 성인의 경우 노로바이러스 감염 후 1~3일 이내 자연 치유가 가능하다.
요즘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외식 문화가 배달이나 택배 같은 비대면 방식으로 바뀔 때는 더욱 노로바이러스 같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체에 대한 감시를 한시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의견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에서 모바일을 통한 음식 배달 거래액은 지난 2017년 2조 3543억 원에서 2019년에는 9조 877억 원으로 매년 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 음식 서비스 거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비대면 방식의 음식물 섭취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비대면 형태의 음식 서비스 거래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접객 중심의 음식점에 비해 조리 과정과 음식점 위생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고, 유통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8~9월에는 연간 식중독 환자의 절반이 집중적으로 발생되는 만큼, 먹거리 안전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로바이러스는 주로 겨울철에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계절에 상관없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체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 교수는 “구토나 설사는 노로바이러스 증상의 특징”이라고 밝히며 “한 번의 구토나 설사를 통해 적게는 30만 명에서 많게는 3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전염시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최 교수는 철저한 위생만이 식중독 예방의 유일한 방법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안전이 확보된 식재료를 구매하여 사용하는 것도 노로바이러스 예방 방법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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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9-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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