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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08-19

“습하면 바이러스 비말 더 멀리 퍼진다" 습도에 따라 3.5~5m까지 날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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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부쩍 늘어나면서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은 서울과 경기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고,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에서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의 모든 모임과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강경책을 발표했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의 호흡이나 대화, 기침 같은 자연적인 호흡 활동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옆 사람과는 2m 이상 거리를 두라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어떻게 전파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옆 사람과 통상 2m 이상 거리를 두도록 하고 있으나, 유체 역학적 연구 결과 습도가 높으면 비말이 5m 이상 확산되는 것으로 밝혀져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Pixabay / fernando zhiminaicela

습도 높으면 공기 중 떠 있는 시간 23배 길어

이런 상황에서 미국 미주리대 연구팀은 미국 물리원(AIP)이 발행하는 ‘유체 물리학(Physics of Fluids)’ 18일 자 온라인판에, 공기 흐름과 유체 흐름이 바이러스가 포함됐을 수 있는 내쉰 숨의 작은 습기 방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Transport and fate of human expiratory droplets—A modeling approach)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모델을 통해 내쉰 숨 방울(비말)의 궤적에 영향을 주는 공기 난상류(air turbulence)의 모습을 한층 정확하게 보여주었다.

모델을 사용한 계산에서는 무엇보다 습한 공기가 중요하고도 놀라운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계산 결과 높은 습도는 중간 크기 비말이 공기 중에 떠 있는 시간을 23배까지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상인이 호흡을 통해 내쉬는 비말의 물방울(droplet) 크기는 10분의 1 미크론에서 1000미크론까지 다양하다. 비교를 하자면, 사람의 머리카락은 지름이 약 70미크론 정도이고, 전형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입자 크기는 10분의 1 미크론 미만이다. 내쉬는 비말의 가장 일반적인 크기는 직경이 50~100미크론 정도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내쉬는 비말에는 바이러스 입자 이외에도 물이나 지질, 단백질이나 소금과 같은 다른 물질도 포함돼 있어 바이러스 입자보다 훨씬 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공기를 통한 숨 방울의 이동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 특히 증발을 통한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도 고려했다.

높이 1.6m에서 자유 낙하하는 지름 100미크론 크기의 물방울이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받아 땅에 떨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의 양을 보여주는 컬러 도표. 표의 왼쪽 축은 상대습도(RH), 아래는 온도(T), 오른쪽은 시간별 색 눈금을 나타낸다. 노란색 호(arc) 아래에서는 물방울이 색 눈금에 표시된 시간(초) 안에 땅에 떨어진다. 호의 위, 예를 들어 습도 20%에 온도가 섭씨 30도인 환경에서는 물방울이 완전히 증발돼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습도가 높을수록 물방울이 땅에 떨어지는 시간이 길어진다. © Binbin Wang

습한 공기에선 5m까지 날아가

연구팀은 공기 난상류에 대한 개선된 지식을 활용해 토출된 비말 주변 공기 흐름의 자연적인 변동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 결과를 내쉰 숨 방울과 크기가 비슷한 입자를 대상으로 한 다른 모델링 연구 및 실험 데이터와 비교했다.

연구팀이 만든 모델은, 지름이 87미크론으로 비말 방울과 크기가 거의 비슷한 옥수수 꽃가루 데이터와 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서는 습도가 비말 방울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조한 공기가 자연 증발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습도가 100%인 공기에서 시뮬레이션한 결과, 지름이 100미크론 이상의 약간 큰 비말 방울들은 숨을 내쉰 근원으로부터 약 6피트(1.83m) 거리의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지름 50미크론 정도의 그보다 작은 비말 방울들은 매우 습한 공기에서 16피트(약 5m) 정도까지 좀 더 멀리 이동할 수 있었다.

연구를 종합해 보면 습도가 좀 더 낮은 공기에서는 확산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습도가 50%일 때 지름 50미크론짜리 숨 방울은 3.5m 이상을 이동하지 않았다.

지난 7월 6일 생의학저널 PMC에 발표된 연구에서 비말 전달과 에어로졸이 전파되는 고위험 과정을 나타낸 그림. 이 연구에서는 기침에 의해 공기 난상류 가스가 2m 이상 퍼질 수 있고, 무증상 감염 환자가 일상적인 말을 하면 전염성 비말이 1~2m 이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이번 연구에서는 습도가 높으면 비말이 5m 이상 비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습도 높은 요즘엔 철저한 대비 필요

연구팀은 또한 기침을 모방하기 위해 맥동하는 제트 모델도 검토했다.

논문 저자인 빈빈 왕(Binbin Wang) 토목 및 환경공학과 조교수는 “비말에 묻어있는 바이러스의 양이 부피에 비례한다면, 바이러스의 70%는 기침하는 동안 땅바닥에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 교수는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면 감염원 가까이에 있는, 바이러스가 포함된 에어로졸을 흡입할 가능성을 감소시키고, 비말 방울이 사람들에게 떨어지는 기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을 현저하게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긴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됐으나, 앞으로도 비 예보가 있고 한동안 고온다습한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루 중 습도가 요즘처럼 60~90%대를 유지하게 되면 바이러스 보유자가 내쉰 비말 방울이 4~5m까지 이동할 수 있으므로,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치밀한 마스크 착용이 요구된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8-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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