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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오랑우탄의 죽음이 남긴 교훈 인간에서 동물로 전파되는 역감염 연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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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독일의 한 동물원에 살던 새끼 오랑우탄이 갑작스레 목숨을 잃었다. 그러자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인 페타(PETA)는 사망한 새끼 오랑우탄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 이유는 코로나19가 유럽에서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새끼 오랑우탄의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으며, 죽기 전까지 치명적인 증상이나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는 사육사들의 증언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환자가 자신의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이나 고양이를 감염시킨 사례는 여러 건 보고되었다. 그리고 지난 4월 초에는 뉴욕의 동물원에서 호랑이 및 사자 7마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 동물들은 무증상 확진자인 사육사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가 자신의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이나 고양이를 감염시킨 사례는 여러 건 보고되었다. ⓒ 게티 이미지

흔히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이라고 하면 동물에서 유래된 병원체가 인간에게 전파되는 경우만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병원체는 결코 한 방향으로만 전파되지 않는다. 인간의 병원체가 동물을 감염시키기도 하는데, 이를 역인수공통감염병(reverse zoonosis)이라 한다.

2003년 사스 유행 당시 인간과 작은 육식동물 간의 전염이 양방향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확인됐다. 또한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때는 21개국에서 동물들 간의 감염이 보고됐는데, 그중 대부분은 인간에게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역감염이 정말 위험한 이유

특히 돼지의 경우 인간에서 유래한 바이러스를 잘 받아들인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인간의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가 돼지 개체군에서 발견되는 사례들이 잦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1년 이후 인간 유래 유전자를 포함한 돼지 독감 바이러스가 450건 이상의 동물 감염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 같은 역감염은 때때로 동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더 위험한 것은 그것이 다시 인간들에게로 전파되는 상황이다. 그때는 정말 인간이 통제하기 힘들 만큼 위험한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탄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코로나19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인간에서 다른 동물로 전파된 사례가 발견되긴 했지만 그런 사례는 매우 적다. 또한 코로나19에 걸린 고양이라고 해도 서로 간에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더구나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전파된 신생 감염병의 대부분은 가축이나 반려동물이 아닌 야생동물에게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에서 동물로 역감염된 병원체가 다시 인간으로 전파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현대인들의 생활환경이 야생동물과의 접촉 기회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변모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는 약 1300개의 동물원이 있으며 도심지에도 동물 카페를 비롯해 수없이 많은 동물 체험 시설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런 시설들의 경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축이나 반려동물보다 야생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들이 더욱 인기가 많다.

늘어나는 야생동물 체험시설의 부작용

그런데 체험을 하는 고객들은 손으로 동물들을 만지는 것은 물론 직접 먹이를 주기도 하며, 심지어 자신이 먹던 음식을 동물에게 던져주기도 한다. 이런 행위는 일반 동물원이나 자연 상태를 보전하는 국립공원에서도 벌어진다.

한편, 산업화된 가축업도 문제다. 인간의 병원체를 잘 받아들이는 돼지의 경우 지역과 대륙 사이를 이동하며 전 세계에서 온 다른 돼지 종의 바이러스 및 인간 바이러스와 맞닥뜨린다. 이러한 환경 조건은 바이러스에게 돌연변이나 새로운 유전자 조합을 일으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인간에서 동물로 전파되는 역감염에 대한 연구가 미래의 팬데믹을 예방하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 Arvydas Lakacauskas(Pixabay)

그럼에도 인간이 동물에게로 전파하는 역감염 질병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드물다. 특히 국내의 경우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반려동물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조사 연구 및 관련 통계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는 인간을 깨끗하고 수준 높은 종으로 생각하는 대신 동물은 모든 병원균을 가진 종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오만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인간과 동물의 건강을 하나로 생각하는 ‘원 헬스(One Health)’의 관점이 일상에 자리 잡아야 한다. 어쩌면 인간에서 동물로 전파되는 역감염에 대한 연구가 미래의 팬데믹을 예방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0-05-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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