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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강봉 객원기자
2020-04-13

코로나19 기원 놓고 ‘갈등’ 격화 중국의 논문 사전심의 조치에 과학계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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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중국은 코로나19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 기원을 연구하는데 소극적이었다.

13일 ‘CNN’에 따르면 중국 교육과학기술부는 “신종 바이러스의 기원을 다룬 연구 보고서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발표돼야 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하달한 바 있다.

해외 언론들은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과학자들이 코로나19가 시작된 원인을 연구한 논문을 발표할 경우 관련 기관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심사를 받아야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잦은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원인인 신종 바이러스의 기원을 다른 논문 발표를 놓고 중국 정부가 더 강력한 사전심의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과학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신종 바이러스의 최초 서식처로 확인되고 있는 박쥐. ⓒ 위키피디아

“발병 원인은 보건‧경제보다 더 중요한 사안”

그러나 중국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지난 11일 중국 외교부는 논문을 통제하는 이유를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한 과학적 문제”라고 답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연구를 정치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한 대학 웹사이트에 논문 규제(?)와 관련된 내용이 올라왔다 사라진 사실을 통호 CNN과 중국 정부 사이에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에서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원인을 정치적인 이유에서 찾고 있다. 최초의 발병이 중국에서 발생했다는 연구결과가 공표될 경우 중국 정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것.

런던 소아스 차이나 연구소(Soas China Institute)의 스티브 창(Steve Tsang) 소장은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코로나19 발병 원인에 대한 사안은 경제, 보건을 넘어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환자가 200만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초기 대응 실패의 원인이 중국이었다는 여론을 극히 경계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미국, 프랑스 등 일부 국가들이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을 제기할 때마다 “일부 국가들이 발원지 논란을 일으키며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 중국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중국의학저널(CMJ)’, ‘중국역학저널(CJE)’ 관계자는 “그동안 논문을 학회에 제출하려면 사전에 수차례의 사전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불만을 표명했다.

이들은 “현재 직간접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이런 사전심의 조치가 중국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불신을 가져와 향후 국제 사회로부터 중국의 논문들을 모두 불신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중간숙주 통한 진화 과정, 아직 수수께끼

코로나19 사태가 최고조에 이른 지금 상황에서 신종 바이러스의 기원을 찾아내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떤 동물로부터 전염됐으며, 어떤 과정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됐는지 그 뿌리를 밝혀냈을 때 백신, 치료제 개발이 더 빨라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가 어떤 동물로부터 어떻게 발생했으며, 어떤 과정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됐는지 숨어 있는 사실을 완전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13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 중 거의 확실한(almost certain) 것은 신종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박쥐가 신종 바이러스(SARS-CoV-2)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그 안에서 강력한 면역력을 보이며 진화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는 박쥐 안에 있던 바이러스가 어떤 과정을 거쳐 사람에게 전염됐냐는 것이다.

그동안 신종 바이러스의 기원을 추적해온 과학자들은 신종 바이러스에 대항해 박쥐가 강한 면역력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자 바이러스가 박쥐가 아닌 또 다른 서식처를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사람이라는 서식처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쥐에게서 사람으로 직접 전달된 것이 아니다. 진화를 통해 사람이 아닌 또 다른 동물을 선택했으며, 그중의 하나가 천산갑이라는 것이다.

호주 시드니 대학의 바이러스학자인 에드워드 홈즈(Edward Holmes) 교수는 “신종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되기 전 또 다른 동물에 전염돼 있었는데 사람들이 이 동물들에게 접근하면서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천산갑은 사람에게 신종 바이러스를 전파시킨 중간숙주로 의심받고 있는 여러 동물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사람과의 접촉이 가능한 너구리(racoon dog), 오소리(ferret badger) 등 다수의 동물들이 또 다른 중간숙주로 거론되고 있다.

박쥐에 이은 중간숙주를 찾아내는 일은 신종 바이러스의 진화 과정을 밝혀내는 일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새로운 사실을 통해 백신, 치료제 개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CNN’ 등 주요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연구결과를 사전심의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신종 바이러스의 기원은 물론 코로나19 관련 논문 전체를 대상으로 심의를 확대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중국 정부가 협의를 거쳐 대책위원회를 설치한 결과다. 신종 바이러스의 기원을 놓고 갈등이 더 격화될 전망이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hanmail.net
저작권자 2020-04-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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