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상황에서 외과 수술을 하지 않고도 심장 발작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나노기술 기반의 새로운 약물 전달 시스템이 개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심장은 3개의 관상동맥에 의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데, 어느 하나라도 막혀버리면 아무런 경고 없이 그대로 죽을 수 있는 심장마비나 심근경색이 올 수 있다. 혈관이 막히면 혈액 공급을 받지 못한 심장이 멈춤으로써 뇌 등 주요 장기의 기능도 멈추게 된다.
이때에는 막힌 혈관을 뚫어주거나 넓히는 시술을 해야 한다. 보통은 ‘카테터’라는 길고 가는 관을 혈관 안에 넣어 좁아진 부위를 넓히거나, 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를 관상동맥에 설치한다.
심각한 심장마비 환자에게는 협착된 관상동맥을 확장하기 위해 피부를 통해 카테터를 삽입하고 스텐트를 유치하는 시술을 하기도 한다.
심장마비를 방치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식을 회복한다고 해도 팔다리 마비나 반신불수 등과 같은 뇌졸중이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심장질환과 뇌졸중 등의 심혈관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한다.
최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채플힐대학(UNC)의 연구진은 외과적 개입 없이 심장 발작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다공성 나노겔을 개발했다.
온라인 과학 전문 매체 ‘phys.org’에 의하면, 직경 250나노미터의 이 다공성 나노겔의 구체 내부에는 tPA와 Y-27632라는 두 가지 약물이 적층된다.
혈전의 모든 물질에는 섬유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다공성 나노겔에는 섬유소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단백질이 코팅되어 있어 나노겔이 혈전에 도달하면 달라붙게 된다.
그 후에는 Y-27632를 둘러싸고 있는 tPA가 혈전 부위에서 누출되어 섬유소를 분해하고 혈전을 용해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혈전 자체를 목표를 삼는 tPA가 모두 방출되면 다음에는 Y-27632가 나노겔을 빠져 나가 재관류 손상을 줄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심장마비의 경우 모든 환자가 카테터 등의 수술 진료에 신속히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혈전을 제거한 후에도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막힌 조직에 신선한 혈액을 공급할 경우 재관류 손상이라고 하는 자체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재관류 손상은 흉터를 유발하고 심장 조직을 딱딱하게 해서 정상적인 심장 기능을 할 수 없게 한다.
Y-27632는 흉터를 유발하는 세포의 강성을 제한함으로써, 이 영역의 세포가 더 많은 소성을 유지해 정상적인 심장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크기 작아서 좁은 혈관도 치료 가능해
연구진은 생체 외 실험을 통해서 tPA와 Y-27632가 수 분 내에 혈전을 용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임상시험은 아직 수행하지 않았지만, 준비 시간이 많이 필요한 수술보다 더 빨리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실험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연구진은 심장 발작 후 자신들의 기술이 그냥 tPA 및 Y-27632를 주입하는 것보다 흉터를 제한시키고 심장 기능을 더 잘 보존할 뿐더러, 실험 동물이 약물을 전혀 투입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훨씬 더 상황이 좋아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tPA와 Y-27632가 표적 지역 밖의 신체 부위에서 작용하기 시작하면 자칫 위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tPA는 출혈을 일으킬 수 있으며, Y-27632는 세포 수축이 필요한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다공성 나노겔의 나노 구조가 두 가지 약물이 다른 조직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구진은 자신들이 개발한 나노겔의 경우 크기가 매우 작아 카테터를 사용해 도달하기에는 너무 좁은 혈관까지도 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고 밝혔다.
연구진의 다음 단계 연구 목표는 나노겔의 안정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더 큰 동물 모델로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애슐리 브라운 박사는 기술 개발이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비용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며 ‘phys.org’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약물 전달 시스템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는 치료제보다 약간 더 비싸야 하지만 약물이 표적화되므로 투여량이 더 적을 수 있다.
이는 곧 시장에 나와 있는 기존 의약품과 비슷한 비용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연구결과는 저널 ‘ACS Nano’에 ‘이중 전달 마이크로겔 치료법을 이용한 심근경색의 허혈성 및 섬유성 합병증의 표적치료법’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기존보다 3배 빠른 심장마비 진단법 개발
한편, 심장마비를 기존 방법보다 3배나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도 최근에 개발됐다.
잠재적인 심장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응급 상황에서 시간과 속도가 생명이다. 따라서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를 앓았는지의 여부를 신속히 결정할 수 있는 향상된 진단법의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 텍사스대학의 레베카 비겐 박사팀은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심장마비나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즉시 알아낼 수 있는 새로운 혈액검사법을 개발했다.
이 혈액 검사법의 핵심은 심장 근육이 손상을 입을 때 혈액 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근육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트로핀을 찾아낼 수 있는 고감도 센서 속에 숨어 있다.
기존의 방법으로 트로핀 단백질을 찾아내는 데엔 3시간이 걸리는 반면, 연구진이 개발한 고감도 센서는 단 1시간 만에 그 결과를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정확도 역시 기존 방법보다 높아 전통적인 분석법으로는 3시간 동안 80.4%의 환자를 찾아낼 수 있는 반면 새로운 혈액 검사법을 사용하면 83.8%를 진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고감도 혈액 검사법은 지난해 미국에서 처음 승인을 받아 최근 제한된 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성규 객원기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18-08-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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