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식탁을 건강에 좀더 유익하게 꾸며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넘치는 건강정보 홍수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먹는 것이 실제로 도움이 될까.
얼마 전 육류 위주의 ‘황제 다이어트’가 살을 빼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해서 한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적이 있다. 국내 의학단체들이 나서 육류 위주의 식사가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를 한 이후 이 열풍은 좀 잠잠해 진 듯하다. 살을 뺀다는 특정 목적을 위해 한 시적으로 실시할 때 일부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지속적으로 실천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게 건강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강에 좋은 식단은 세계 도처에서 발견된다. 지중해식을 비롯해 해물을 위주로 한 일본식, 청국장과 김치 같은 발효식품이 들어있는 한식, 역시 발효 유제품인 요구르트를 많이 먹는 동유럽 식단 등이 대표적이다.
채식 위주의 지중해식 식단(MedDiet)은 육식을 즐겨먹는 서양인들이 ‘실천하기가 좀 어려운 동경의 식단’으로 알려진다. 습관이 된 육식을 줄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양전문가들은 일찍부터 지중해식 식단의 장점을 파악하고 건강과 관련한 많은 연구를 통해 우수한 점을 알려왔다.
한식도 의학적 측면에서 충분하고 장기적인 연구를 수행한다면 건강에 유익한 면을 더욱 많이 발견하고 부족한 면은 새롭게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불포화지방산인 올리브 기름 많이 먹어
지중해식 식단은 남유럽 지중해 연안 사람들의 식생활에 널리 쓰이는 올리브 기름이 많이 포함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불포화지방산인 올리브유에는 올레인산이라는 항산화물질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폴리페놀이 많이 들어 있어 심장병 예방 등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연어 참치 정어리 등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 그리고 항산화작용과 혈소판 응집 억제효과가 있는 적포도주를 곁들이면 심장 건강에는 더 없이 좋은 식단이 된다.
지중해 식단을 따르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38%나 줄일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지중해 식단에서 생선은 일주일에 1~3회, 포도주는 여성이 한 잔, 남성은 두 잔 정도 권장된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지중해 식단이 뇌의 부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영국 에딘버러대 미셸 루치아노(Michelle Luciano) 박사팀이 미국신경학회 기관지 ‘뉴로롤로지’(Neurology) 4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3년 이상 지중해 식단을 유지한 노인들은 적극적으로 지중해식을 들지 않은 노인들에 비해 뇌 부피가 더 컸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선을 더 많이 먹거나 육류를 덜 먹는 것은 뇌의 부피와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중해식 꾸준히 먹으면 뇌 부피 덜 줄어들어
연구팀은 연구 수행을 위해 치매가 없는 70세 안팎의 스코틀랜드인 967명의 식생활습관 정보를 모았다. 이중 562명은 73세쯤에 뇌 MRI를 촬영해 뇌의 전체 부피, 회백질 부피, 뇌의 외피에 해당하는 대뇌 피질의 두께를 측정했다. 이어 이들 촬영자 가운데 401명은 76세에 다시 두 번째 뇌MRI 촬영을 실시했다. 이 측정치를 가지고 대상자들이 얼마나 지중해 식단을 잘 따랐는지를 비교해 봤다.
그 결과 지중해 식단을 잘 따르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충실히 따른 그룹에 비해 3년 동안 뇌 부피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식단에 따른 총 뇌 부피의 차이는 0.5%로, 이는 정상적인 노화에 따라 줄어드는 뇌부피의 절반에 해당한다.
루치아노 박사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뇌는 줄어들고, 학습과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뇌세포가 상실된다”며, "이번 연구는 지중해 식단이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또 하나의 증거를 추가해 준다"고 말했다.
지중해식, 세계 모든 지역에서 인지기능 저하 늦춰
지중해 식단이 기억력 같은 인지기능 저하를 늦춘다는 연구는 지난해 8월에도 나온 적이 있다. 호주 스윈번기술대 인간정신약리학센터 로이 하드먼(Roy Hardman) 연구원은 ‘프런티어스 인 뉴트리션’에 발표한 논문에서 2000~2015년 사이 16년 동안 지중해 식단이 인지기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조사한 135개 논문 가운데 심사 기준에 맞는 18개 논문을 분석했다.
하드먼 연구원은 그 결과 “놀랍게도 지중해 연안이 아닌 다른 세계 여러 지역에서도 지중해 식단이 인지기능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주의력과 기억력, 언어능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기억력 분야에서는 지연 인식과 장기 기억 및 작업 기억, 집행 기능과 시각적 구성 등이 향상되었다.
하드먼 연구원은 “지중해식 식단이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는 것은 기억에 나쁜 영향을 주는 몇몇 위험요소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야채는 많이, 붉은 살코기는 멀리
지중해식 식단은 전통적인 서양 식단과는 달리 녹말과 붉은 살코기를 줄이고 고섬유질 야채와 가금류 또는 생선 소비를 권한다. 지방도 다른 대중적인 식단에 비해 적지가 않다.
미국 텍서스 A&M 의대 심장병학자 존 어윈(John P. Erwin III) 교수는 "지중해 식단은 야채를 더 많이 먹고, 올리브유나 카놀라유와 같은 불포화지방산으로 버터와 다른 지방을 대체하기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미국 텍서스 A&M 의대 건강과학센터 등에서 추천하는 지중해식 식단의 서양인 기준 하루 평균량은 다음과 같다.
- 전분 아닌 채소 4 ~ 8 접시 섭취
- 2 ~ 4개의 과일
- 좋은 단백질 공급원인 콩과 견과류 1~3회 섭취
- 현미, 통밀 등 전체 곡물(全穀)을 4~6회 섭취
- 저지방 낙농제품을 1 ~ 3회 섭취
- 일주일에 1~3회 생선(연어, 참치, 송어, 정어리 등)이나 닭고기 및 오리고기 섭취
- 고기를 꼭 먹어야 하는 사람은 한 달에 3~4회 햄버거 허용
- 저녁식사 때 포도주 한 잔을 곁들이고, 올리브 잎 차를 즐겨 마신다
지중해 식단은 심장병 예방과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는 외에 노화과정도 늦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윈 교수는 “지중해 식단은 단순한 다이어트라기보다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이기 때문에 효과를 보려면 규칙적인 실천이 중요하다”며, “하루 한 시간 내외의 운동과 병행하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식도 김치 등을 너무 짜지 않게 만들면 건강에 좋은 식단이다. 여기에 야채와 견과류, 불포화지방산을 더 많이 섭취하고 육류를 줄이는 지중해식단의 장점을 더하면 우리 가정의 식탁을 한층 신선하고 건강하게 꾸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7-01-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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