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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6-12-22

글은 잘 써도 말은 못하는 이유? 과학서평 / 뇌과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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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대한 관심이 요즘처럼 높아지는 때도 별로 없지 않을까 한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은 뒤 인공지능의 미래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뇌에 대한 관심도 깊어졌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우리가 아는 뇌에 대한 지식은 단편적이다. 인간이 뇌를 과학적으로 어떻게 이해하게 됐는지 ‘맥락’을 잡기는 쉽지 않다.

‘뇌과학자들’은 맥락을 잘 잡아준다. 원제 The tale of the dueling neurosurgeons(결투하는 신경외과의사들의 이야기)에 나타나듯이, 무엇보다 재미있고 알기 쉬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나 매우 특이한 뇌 질환에 시달린 사람에 대한 소설 같은 이야기를 엮어서 뇌과학의 발전과정을 설명해주는 솜씨는 매우 뛰어나다.

미국 대통령을 암살한 정신병자들

미국 대통령을 암살한 두 범인의 이야기는 뇌질환이 어떻게 사람을 과대망상과 범죄로 이끌어주는지를 보여준다.

제임스 가필드(James Garfield 1831~1881)  20대 대통령을 암살한 찰스 기토는 신이 “가필드를 죽여라.”는 계시를 했다는 망상에 시달렸다. 그 계시에 맹목적으로 따른 기토는 기차역에서 가필드 대통령에 2m 가까이 다가가 권총을 발사했다. 가필드는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사형선고를 받아 교수형으로 사라진 기토는 “나는 이제 주님께로 갑니다”는 시를 읽고 사망했다.

샘 킨 저 / 이충호 옮김 / 해나무 값 20,000 ⓒ ScienceTimes
샘 킨 저 / 이충호 옮김 / 해나무 값 20,000

사탄에 유혹됐다는 설명 대신, 부검을 통해서 기토의 뇌 표면의 바깥쪽 껍질, 고등사고 기능을 제어하는 ‘회색질’이 "정상인보다 엄청나게 얇으며 크게 손상된 것을 발견했다"고 에드워드 찰스 스피츠카(Edward Charles Spitzka)는 증언했다. 만성 뇌질환을 겪은 확실한 정신병환자였던 것이다.

역시나 25대 윌리암 매킨리(William Mckinley 1843~1901) 대통령을 저격한 리온 촐고시 역시 재판의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미운 털이 박힌 탓에 정신병환자라는 변호사의 말은 전혀 먹히지 않고 전기의자에 앉아 사망했다. 가필드 대통령 암살범을 진료했던 에드워드 찰스 스피츠카의 아들 에드워드 앤서니 스피츠카(Edward Anthony Spitzka)가 이번에는 촐고시의 부검에 대한 결과를 요약했다.

그는 정신이상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면서도 ‘순환장애나 화학적 교란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단서를 달았다. 당시에는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했지만, 촐고시는 뇌세포가 신호를 전달할 때 뇌세포 사이에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화학적인 ‘신경전달물질’이 교란돼 나타나는 정신질환 환자였다. 촐고시는 매킨리를 암살해야 한다는 생각을 결코 떨쳐버릴 수 없는 정신분열증 환자였던 것이다.

‘뇌과학자들’이란 책은 이같은 사건과 사건 뒤에 있는 뇌과학의 다양한 발전과정을 소설같이 써 내려간다. 뇌과학의 역사를 이렇게 체계적이고 알기 쉽게 설명한 저자의 탁월한 이야기 솜씨에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뇌과학의 발전에 따라 발견된 뇌에 대한 단편지식을 얻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로 떨어져 있는 뇌세포가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은 전기발사(스파크)와 화학물질 분비(스프) 등 2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 스파크당과 스프당은 엄청나게 싸웠다.)

언어능력은 예외적으로 뇌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뇌는 특정한 역할을 하는 영역이 나뉘어져 있다.(이를 국재화라고 한다.) 그러나 언어에 대한 능력은 다르다. 뇌에서 ‘언어 장소’는 어느 한 군데만 있는게 아니다. 언어를 이해하고 만들어내는 데 관여하는 지역은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군데이다.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은 멀쩡한데도 말하는 능력을 잃거나, 말하는 능력은 멀쩡한데 언어를 이해하는 능역을 잃는 일이 그래서 일어난다. 말은 잘하는데 글은 잘 못쓰거나, 글을 읽어도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한 현상이 이래서 일어난다. 어떤 뇌졸중 환자는 명사만 기억하고 동사만 기억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부수적으로 얻는 것이 하나 있다. 유튜브 등에 올라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내용을 올리는 사람들의 정신병적 특징이 여러 가지 망라되어 있다. 자신이 죽었다고 철썩 같이 믿는 코타르 증후군, 수 백 명이 자기 남편의 대역으로 나타났다는 카프그라 증후군, 두 손이 서로 다른 행위를 하는 통재불능의 손 증후군, 숫자를 보면서 색깔이 떠오르는 공감각( 共感覺 synesthesia) 도 있다.

히말라야 등 여러나라를 탐험한 영국의 제임스 홀먼 (James  Holman·1786~1857)은 눈이 안 보이지만 지팡이를 두드려서 생기는 음파를 분석해서 공간을 감지했다. 이것도 대표적인 공감각 현상이다.

저자 샘 킨(Sam Kean)은 대학에서 물리학과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미국과학작가협회 특별상을 받았다. 세 번째로 쓴 이 책은 2014년 아마존의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6-12-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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