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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권예슬 리포터
2024-02-23

정신질환 발생 위험 예측하는 AI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 조기 개입해 치료 효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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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 간호사인 정다은(박보영 분)이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주변인들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냈다. ⓒNetflix

‘우리는 모두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있는 경계인들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 나오는 대사다. 이 드라마는 정신건강의학과 간호사의 시점으로 환자들과 주변인들의 상황을 그려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신질환의 경계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우울증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환자는 100만 명 이상이며, 정신질환 진료 경험자는 3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중증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 수가 서울시에서만 9만 4,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서울시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1% 수준이다. 정신질환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병’임을 보여주는 통계다.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회복된다.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에 개입할 경우 환자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은 최소화하면서, 더 좋은 치료 결과를 낸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8일 국제학술지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는 정신질환 발생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여, 조기 진단에 도움 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한 성과가 실렸다.

 

뇌 MRI 빅데이터로 학습 

▲ 뇌 자기공명영상(MRI) 이미지. ⓒGettyImages

 

정신질환은 질병이나 부상, 약물이나 알코올 남용, 유전적 영향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임상적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 중 30%만이 외현적 증상이 나타나고, 나머지 70%는 증상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생각, 행동 및 감정의 변화 등 외현적으로 표출되는 요소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표지와 같은 추가 판단 근거가 임상에서 필요한 이유다.

코이케 신주케 일본 도쿄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진은 정신질환 발병 전후 뇌의 구조적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에 연구진은 정신질환 발병 위험에 놓인 사람들을 식별하기 위해 뇌 자기공명영상(MRI) 이미지를 활용하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정신질환 발생을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위험에 처한 사람들과 건강한 사람들의 뇌 구조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알아냈다.

우선 연구진은 전 세계 21개 국가, 2,000명 이상 참가자의 뇌 MRI 데이터를 구축했다. 참가자들은 네 그룹으로 구분됐다. 뇌 MRI 촬영 이후 정신질환이 발생한 참가자, 정신질환이 발생하지 않은 참가자, 후속 상태가 불확실한 참가자 그리고 대조군인 건강한 사람이다. 연구진은 참가자들 뇌의 해부학적 차이를 식별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학습시켰다. 개발된 AI는 뇌 MRI 이미지를 분석해 건강한(할) 사람과 향후 외현적 정신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구분한다. 개발된 AI는 73%의 정확도로 정신질환 발병 위험이 있는 사람을 식별했다.

▲ 파란색은 정신질환 발병 위험이 임상적으로 높은 사람들이 차이를 보이는 뇌 영역을 보여준다. 색이 더 어두운 부분은 건강한 사람과 향후 정신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을 구분하는 데 핵심적인 뇌 영역이다. ⓒZhu et al./Molecular Psychiatry

 

예측 정확도 높이는 후속 연구 진행 중

카메라의 종류에 따라 사진 결과물이 다르듯, MRI 장비 역시 동일한 장면도 다른 이미지처럼 촬영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차이를 보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코이케 교수는 “정신질환에 대한 MRI 연구는 뇌 발달의 변화와 MRI 장비의 차이로 인해 정확하고, 비교 가능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며 “우리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를 보정하고 정신질환 발병을 예측하는 데 적합한 분류기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청소년의 정신 건강 돌봄에 큰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신질환 발병이 가장 흔한 연령은 뇌와 몸이 많은 변화를 겪는 청소년기나 초기 성인기다. 기존 기법으로는 뇌의 변화를 감지한다고 해도, 이 변화가 신체 발달로 인한 자연스러운 변화인지 정신질환으로 인한 변화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AI를 통해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면, 조기 개입을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다행히 대부분 정신질환은 치료 가능하고, 대부분의 환자들이 완전히 회복한다.

▲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는 뇌에 생긴 변화가 신체 발달로 인한 변화인지, 아니면 정신질환 발병으로 인한 변화인지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생물학적 판단 지표로 변화의 원인을 판단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GettyImages

연구진은 AI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코이케 교수는 “일본의 국가 뇌 과학 프로젝트인 ‘Brain/MINDS Beyond’를 통해 뇌의 변화를 더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분류기를 구축하고 있다”며 “정확도를 더욱 높인 후에는 의료 현장에 적용하여 잠재적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4-02-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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