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활용해 암을 제거하는 면역 표적 치료는 현재 가장 이상적인 암 치료법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치료법의 문제는 암세포가 면역시스템을 억제해 효과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노스웨스턴대 합성 생물학자들은 면역세포를 인공적으로 재배선(rewiring)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냈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조슈아 레너드(Joshua N. Leonard) 부교수(공대 화학 및 생물공학)는 “면역시스템을 기반으로 여러 종류의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면역치료법은 현재 가장 유망한 암 치료법의 하나”라며, “우리가 재배선 가공한 간단한 세포를 이용하면 그동안 가장 골치 아픈 장벽으로 여겨졌던 종양 부위의 면역억제 현상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화학 생물학’(Nature Chemical Biology) 12일자에 발표됐다.

암과 다른 질병 퇴치에도 유용
암이 발생하면 암 종양 부위에서 면역 방해 분자들이 분비돼 면역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을 막는다. 연구진은 유전학적으로 인간 면역세포를 가공해 암세포에서 분비되는 분자들을 즉각 감지하고 오히려 그에 대항해 더욱 활성화되도록 만들었다.
자연상태에서는 관찰되지 않는 일종의 이 맞춤 기능은 임상적으로 매력적이고 암 면역치료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포의 입출력 기능을 재배선하는 보편적인 접근법은 비단 암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을 퇴치하는 데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레너드 교수는 “환자 치료 상황을 관찰하다가 우리 몸에 무슨 문제가 있고 이를 어떻게 교정하면 되겠다는 것을 알았으나 생각을 실제 치료법으로 전환할 수 있는 도구가 없었다”며, “관련 기술을 개발해 먼저 필요한 세포 기능을 구상한 뒤 구상한 대로 원하는 기능을 갖춘 세포를 만들어내게 됐다”고 밝혔다.
환자 치료를 위해 의사들은 면역세포가 암 세포 코 앞에서만 활성화되기를 원하지만 현재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그런 모든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합성 생물학 활용해 처음으로 세포 재배선 가공
이번 연구는 레너드 교수팀과 함께 노스웨스턴대 의대의 임상 종양학자와 면역학자 및 기초 암 연구자, 합성 생물학자들 간의 긴밀한 협동 연구로 이루어졌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처음으로 포유류의 세포가 광범위한 생리적 관련 신호를 감지하고 반응하도록 재배선하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논문 제1저자인 켈리 슈워츠(Kelly A. Schwarz) 레너드 연구실 대학원생은 “이번 연구는 이 분야에서의 핵심적인 기술적 갭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매우 흥분되는 작업”이라며, “가공한 세포를 프로그램이 가능한 치료법으로 활용할 수 있어 엄청난 효용성이 있고, 임상에도 조만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포 기능의 기초 연구 도구로 활용 가능
가공된 세포들은 특별하게 암 종양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인 혈관 내피 성장인자(VEGF)를 감지한다. 이 성장인자들은 직접 면역반응을 조종하고 어떤 점에서는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배선된 세포들이 VEGF를 감지하면 가까운 면역세포들이 그 부위에서 활성화되도록 자극하는 인터루킨2(IL-2)를 분비하게 된다. 가공되지 않은 정상적인 T세포들은 VEGF에 노출돼도 인터루킨2를 분비하지 않는다.
이번 작업은 배양 세포를 통해 수행됐고, 동물실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레너드 교수팀은 이 세포 프로그래밍 기술을 암 면역치료에 적용하는데 먼저 초점을 맞췄으나 손쉽게 명확한 세포 가공 및 치료 응용기술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의 성과는 하나의 모듈로서 다른 합성 생물학적 혁신과 결합돼 더욱 정교한 세포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레너드 교수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생물학자들이 복잡한 다세포 유기체 안의 세포들이 어떻게 서로의 기능을 조율하는가 하는 시험 불가능했던 이론들을 테스트 해볼 수 있는 기초 연구의 새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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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12-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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