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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09-29

후성유전학 생체시계로 수명 예측 인구의 5%는 빠른 노화로 수명 짧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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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건강한 생활방식을 유지해 온 사람이 때로 일찍 사망하는 것일까. 우리는 주위에서 겉보기에 ‘병도 없이 멀쩡하던’ 사람이 조기에 사망하는 예를 더러 보게 된다. 국제적인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그 해답은 DNA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유전학자 스티브 호바스(Steve Horvath)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나이가 인체 DNA에 미치는 변화를 기록하고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하여 개인의 수명을 평가한 결과, 시간에 따른 나이와 상관 없이 생물학적 나이가 많을수록 조기에 사망하는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는 7개국 과학자 65명이 참여했고, 연구 결과는 의학저널 ‘노화’(Aging) 28일자에 소개됐다.

주 연구자인 호바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체 노화의 원인에 대한 귀중한 단서를 제시하는 한편 노화를 늦추는 적확한 방법 개발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건강해도 조기에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생물학적 시계가 수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Credit: SuperStock ⓒ ScienceTimes
건강해도 조기에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생물학적 시계가 수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Credit: SuperStock

25개 기관 참가, 1만3000명 DNA 분석

25개 기관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대표적인 통계연구로 알려지는 ‘프레이밍햄 심장 연구’(Framingham Heart Study)와 여성 건강 이니셔티브(Women’s Health Initiative)를 포함한 13개 데이타군을 활용해 미국과 유럽인 1만3000명 이상의 혈액 표본에서 DNA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호바스 교수가 2013년에 개발한 ‘후성유전학적 생체시계’(epigenetic clock)를 비롯한 다양한 분자적 분석방법을 적용해 각 개인의 노화율을 측정했다. 이 생체시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화학적으로 DNA를 변화시키는 ‘DNA 메틸화’를 추적해 혈액과 다른 조직들의 노화를 계산해 낸다. 연구팀은 시간적 나이와 혈액의 생물학적 나이를 비교해 각 개인의 기대수명을 예측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브라이언 첸( Brian Chen) 미국 국립노화연구원( National Institute on Aging) 박사후 과정 연구원은 “후성유전학적 생체시계로 코카서스인과 히스패닉, 미국 이주 아프리카인(흑인)의 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며, “나이나 성별, 흡연, 체질량지수, 벙력과 혈구수 같은 전통적 수명 위험요소들을 산입해 조정한 후에도 생체시계의 예측은 잘 작동했다”고 밝혔다.

스티브 호바스 교수가 개발한 생물학적 시계를 나타낸 그림. 이 시계는 다양한 인체 조직과 세포 타입의 나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UCLA
스티브 호바스 교수가 개발한 생물학적 시계를 나타낸 그림. 이 시계는 다양한 인체 조직과 세포 타입의 나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UCLA

인구 5%는 빠른 노화율 보여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호바스 교수는 “인구의 5%는 생물학적으로 더 빠른 노화율을 보여 기대수명이 짧아지는 결과를 나타낸다”며, “노화의 가속화는 이들 성인의 사망 위험을 어느 연령층에서든 50%까지 높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똑같이 60세로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흡연을 하는 피터와 조를 비교해 보자. 피터의 후성유전학적 노화율이 상위 5% 안에 들고 조의 노화율은 평균치에 해당한다면 향후 10년 안에 조가 사망할 확률은 60%인데 비해 피터가 사망할 확률은 75%로 높아진다.

호바스 교수는 “건강한 생활방식이 기대수명을 연장하는데 도움은 주겠지만 타고 난 노화과정이 장수를 방해한다”며, “그렇더라도 흡연이나 당뇨, 고혈압 같은 위험요소들은 개인의 후성유전학적 노화율보다 더 강력하게 사망률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수행한 UCLA 스티브 호바스 교수 ⓒ UCLA
연구를 수행한 UCLA 스티브 호바스 교수 ⓒ UCLA

“DNA 메틸화가 노화 나타내는 생체표지자”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생물학적 나이를 알 수 있는 생체표지자를 발견하려 애써왔다. 하버드대 노화연구소 더글라스 킬(Douglas P. Kiel) 교수는 “노인을 진료하다 보면 환자의 시간적 나이와 생리학적 나이에 차이가 있어 놀라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는 DNA 메틸화를 생물학적 나이의 생체표지자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고, DNA 메틸화가 노화를 가속시킨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노화를 늦추고 건강수명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노화와 죽음에서 정확하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모르는 상태다. 테미스토클레스 아시미스(Themistocles L. Assimes) 스탠포드대 심혈관의학 조교수는 “시간적 나이와 관련된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노인들의 직접적인 사인이 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아마도 그런 변화들은 단지 어떤 질병을 일으키거나 병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생각돼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성유전학의 메카니즘. ⓒ Wikipedia / NIH
후성유전학의 메카니즘. ⓒ Wikipedia / NIH

후성유전학 생체시계로 노화방지약 검증 가능

세계보건기구(WHO)는 2017년에 전세계 65세 이상 인구가 역사상 처음으로 5세 이하 어린이 수를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50년이 되면 60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1%에서 두 배로 늘어난 2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여러 나라는 인구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함께 증가하는 질병이나 장애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준비가 미흡한 형편이다.

호바스 교수는 “앞으로 노년의 건강한 삶을 20년까지 연장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신약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를 알기 위해 수십 년을 기다릴 수는 없다”며, “후성유전학적 생체시계를 이용하면 3년 안에 노화방지 약의 효과를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대는 이 후성유전학적 생체시계에 대해 임시 특허를 신청해 놓았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09-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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