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형태의 조직으로도 분화, 발달시킬 수 있는 새로운 만능 줄기세포가 발견됐다. 이 줄기세포는 배양되는 배아에서 어떤 부위에 위치해 있었느냐에 따라 향후의 특성이 달라지게 된다. 이는 그동안 과학연구에 사용됐던 줄기세포들이 시간상 어떤 발달단계에 있었느냐에 따라 특성이 구분됐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솔크 연구소 연구팀은 6일자 ‘네이처(Nature)’지에 이 줄기세포를 이용해 실험용 쥐의 무생육성 배아(nonviable mouse embryos)에 인간 줄기세포를 통합시키는 신뢰성 있는 방법을 처음 개발했으며, 이 방법으로 인간 줄기세포가 초기단계의 조직으로 분화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후안 카를로스 이즈피수아 벨몬테(Juan Carlos Izpisua Belmonte) 로제르 기유맹 석좌교수는 “우리가 찾아낸 이 부위 특이적(region-specific) 줄기세포들은 실험실에서 발달이나 진화, 질병을 연구하는 데 엄청난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독창적인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일련의 줄기세포들을 ‘부위 선택적 만능 줄기세포(region-selective pluripotent stem cells, 약칭 rsPSCs)’라고 명명했다. 이 rsPSCs는 기존의 인간 만능 줄기세포보다 실험실에서 배양하기가 훨씬 쉽고, 특히 세포 치환 치료법에 필요한 대량생산과 유전자 편집(세포의 DNA 고치기)에도 유리한 것으로 보고됐다.

줄기세포의 ‘공간적 특성’ 새롭게 부각시켜
이 줄기세포를 생산하기 위해 솔크 연구진은 인간 줄기세포들이 일단 실험실 수준에서 공간 지향적이 되도록 유도하는 화학 신호 조합을 개발했다.
그런 다음 이 공간 지향적 인간 줄기세포(즉, 인간 rsPSCs)를 분할된 쥐 배아의 특정 부위에 삽입한 후 실험실에서 36시간 동안 배양했다. 연구진은 이와 별도로 새 기술을 기존의 기술과 비교하기 위해 기존 방식대로 배양한 인간 줄기세포를 쥐 배아에 삽입해 배양했다.
확인 결과 기존의 전통방식대로 처리한 인간 줄기세포는 쥐 배아에 융합되는데 실패한 반면 인간 rsPSCs는 초기단계의 인체 조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초기 배아단계에 삽입된 세포들은 모든 세포와 조직 그리고 인체의 여러 기관으로 만들어지기 위해 역동적인 변화를 겪는다. 실제로 인간 rsPSCs는 초기 발달단계에서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으로 알려진 세 가지의 주요한 세포층으로 분화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세포가 더 이상 분화하지 않도록 중지시켰으나 각 배엽들은 이론상 인체의 특정 조직이나 기관으로 발달할 수 있다.
벨몬테 교수팀은 조셉 에커(Joseph Ecker ), 앨런 새거텔리언(Alan Saghatelian) 교수와 함께 새 세포들의 특성을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그 결과 rsPSCs들이 DNA의 염기서열을 바꾸지 않고도 DNA에 대한 화학적 수정 패턴을 통해 어떤 유전자의 발현 여부를 조정하는 독특한 후생적 특성과 함께, 뚜렷한 분자적 및 변태적(metabolic) 특성을 보여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전 우(Jun Wu) 박사(박사후 과정)는 “이 줄기세포들의 부위 선택적 상태는 실험실 배양 줄기세포의 측면에서 아주 기발한 것이며, 인간 줄기세포가 어떻게 여러 종류의 조직과 기관을 만들 수 있는 파생물로 분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타이밍만이 아니라 줄기세포의 공간적 특성도 고려해야 하며, 재생의학에서 요구되는 기능성이 있고 성숙한 세포 종류를 만들기 위해서는 줄기세포의 이 두 가지 측면을 반드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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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5-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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