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는 사람의 치아가 잘 정돈되어 있다면 좋은 첫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상대방에게 자칫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치아는 보이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먹는' 행위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기능적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능적으로나 미적으로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칫솔질을 하는데, 칫솔질을 하다 피가 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한국 사람들이 흔하게 앓는 치아 관련 질병 중 하나가 바로 치주질환이라고 부르는 잇몸병이기 때문이다.
잇몸병은 말 그대로 잇몸에 병이 나는 것인데, 치아와 잇몸 사이에 치태(플라크)와 치석이 생기면서 박테리아가 번식하게 된다. 번식한 박테리아가 잇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잇몸병인데, 온갖 합병증을 유발하는 질병의 뿌리이다.
잇몸병은 단순히 치아에만 영향을 미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젊어서 잇몸병이 있는 사람이 나이가 들어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다는 연구가 지난 2009년 7월 발표됐다. 모닉 지메네즈(Monik Jimenez) 보스턴 치과대학(Boston University Goldman School of Dental Medicine, USA) 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이 24년간 퇴역군인 11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퇴역 군인에 대한 치과 진료 자료를 바탕으로 잇몸 질환과 뇌혈관 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하였다. 뇌혈관 질환은 뇌졸중 또는 일과성 허혈성 발작에 한정했다. 왜냐하면 뇌혈관 질환은 상당히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뇌혈관 질환의 범위를 한정한 뒤,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잇몸병으로 인한 치주 뼈의 손실이 있을 경우 뇌졸중이나 일과성 허혈증이 확실하게 증가했다. 65세 이전에 잇몸병에 발생할 경우에는 이런 증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런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이유는 잇몸 감염증이 뇌혈관 염증 반응을 유발하거나, 염증에 잘 걸리는 특징이 잇몸병과 뇌혈관 질환 모두를 일으키는 때문이다. 또는 건강에 부주의한 사람일수록 잇몸병이 많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잇몸병 유발 세균, 동맥경화 위험 증가시켜
문제는 잇몸병을 유발하는 세균이 동맥경화를 비롯한 여러 질병의 위험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캐롤린 젠코(Caroline A. Genco) 보스턴 치과대학(Bosto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USA) 연구팀이 학술지 'PLoS Pathogens'를 통해 발표한 내용이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잇몸병을 유발하는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라스(Porphyromonas gingivalis)라는 구강 내 세균이 잇몸병은 물론이고 동맥경화의 위험까지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세균은 치아와 잇몸 사이를 파고들어 잇몸에 염증을 일으켜 잇몸병을 유발하는 세균이다.
즉, 이 세균이 혈관에도 염증을 일으키고 혈관 벽을 두껍게 만들어서 동맥경화의 위험인자가 되는 것이다. 여러 연구를 통해 이 세균이 심장질환, 치매, 류마티스 관절염 등 다양한 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그래서 이 세균이 단순히 입 속 건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전신건강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이 세균은 치아에 쌓이는 치석이 원인이 된다. 치석은 치태가 제거되지 않고 쌓여 형성된 물질로, 세균의 온상이다. 그래서 치석이 한번 형성되면 치석 위로 치태가 쉽게 달라붙어 세균의 번식이 가속화된다. 평소에 칫솔질을 올바르게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올바른 칫솔질을 하지 않으면 치태가 제거되지 않기 때문이다.
칫솔 없던 고대인, 잇몸병은 더 적었다
그렇다면 칫솔이 없었던 고대인들은 어땠을까. 지금보다 더 잇몸병에 시달렸을까. 칫솔과 치약은 물론이고 전문의마저 없었던 고대인들은 현대인들보다 잇몸병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적었다. 프란시스 휴즈(F. J. Hughes) 킹스 컬리지 런던 치과대학(Kings College London Dental Institute, UK) 교수팀은 200~400년 사망한 영국 성인 303명을 대상으로 두개골을 조사하였다. (원문링크)
조사 대상이 된 두개골은 잉글랜드 남부 파운드 베리 묘지에서 출토되어 영국 자연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것이다. 오늘날 영국인들의 기원인 앵글로-색슨 족의 두개골이다. 조사한 결과, 심각한 잇몸병을 앓았던 사람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늘날 영국 성인의 30%가 잇몸병에 시달리는 것과 비교한다면 가벼운 수준이다.
잇몸병과 같은 치아 질환은 치태와 치석에 의한 만성 염증인 경우가 많다. 칫솔 없이는 막을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칫솔이 없던 고대인들에게서는 왜 이런 염증이 적었을까. 연구팀은 그 원인을 올바른 생활습관과 식습관에서 찾고 있다.
현대인들은 흡연과 같은 나쁜 생활습관을 갖고 있으며, 당뇨병이 나타나기 쉬운 식습관을 갖고 있다. 이런 습관들이 건강 상태를 악화시키고, 이로 인해 잇몸병이 나기 쉽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쉽게 말해, 현대인의 구강은 고대인들보다 훨씬 불결하고, 양치질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치아가 악화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양치질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고대인에게서는 잇몸에 감염이나 농양의 흔적이 많았고, 조사 대상자의 절반에게서 충치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결국 올바른 식습관과 함께 올바른 칫솔질을 해야 치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5-04-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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