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50세 연령대가 100세이상 장수하는 확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 32개의 국가 중 26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BMC International Health and Human Right라는 국제학술지를 통해 원광대 김종인 보건복지학부 교수는 OECD 소속 32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지난 1961년 당시 50세에서 54세 사이의 사람이 2011년 100세를 넘겨 장수하는 '100세인 도달률'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논문에 따르면 100세인 도달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이었는데, 일본은 인구 1만명당 100세인 도달률은 116.8%였다. 뒤를 이어 캐나다가 70%, 스위스가 63.1%, 호주가 59.6%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1%로 26위를 기록했다.
장수는 더이상 축복이 아니다
장수는 예로부터 일종의 축복으로 여겨졌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말이 있듯, 죽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과거 계속되는 삶을 영위하고자 노력했던 진시황을 통해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의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100세까지 산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라는 말처럼 100세 수명 시대가 열렸다. 유엔은 2050년이 되면 전 세계적으로 100세 인구가 30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우리나라 역시 2011년에 태어난 아이가 100세 이상 살 가능성은 100명 중 3명 꼴이라고 한다. 한 해에 태어나는 47만여 명 가운데 1만400여 명은 100년 이상 살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장수는 더이상 축복이 아니다. 국민 10명 중 4명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질환이 많아지고,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장수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기간으로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오래 사느냐이다.
다시 말해, 병실에 누워 100년을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면서 사는 것이 진정한 장수라고 할 수 있다.
많이 움직이고 많이 웃자
가정의학과 김현수 전문의는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자주 움직이지 않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면서 "많이 움직이고 많이 웃으면서 적극적인 생활을 하면 건강하게 오래살 수 있다"고 하였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키기가 어려운 것이 바로 이 같은 말이다.
전문가들은 장수의 조건으로 운동과 영양, 관계, 배움, 참여를 비결로 꼽기도 한다. 특히 무엇인가에 '참여'하는 것을 전문가들은 권유하고 있다. 김현수 전문의 역시 "편하게 지내는 것이 휴식의 핵심이지만 장수의 비결은 아니다"라며 "열심히 일하고 치밀하게 사는 사람이 오래 살았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이미 증명된 바"라고 하였다.
우리나라 100세인 중 3분의 2는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며, 여전히 집안일이나 동네일에 참여하는 생활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건강한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장수의 비결이라는 뜻이다.
유전자의 힘도 커
장수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유전자이다. 2010년 5월 한 잡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아레스틴'이라고 불리는 단백질은 수명을 직접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예쁜꼬마선충으로부터 수명과 관련된 복합 단백질을 분리해냈는데, 아레스틴 없이 태어난 예쁜꼬마선충은 수명이 3분의 1 더 길었다는 것이다.
이미 이전의 연구에서도 인슐린과 같은 성장 인자 전달의 활동이 감소하게 될 경우, 예쁜꼬마선충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파리나 쥐는 물론이고 라론증후군을 가진 에콰도르인의 수명이 늘어난 것처럼 사람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2011년 미국노인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100세 노인들은 그보다 수명이 짧은 사람들에 비해 특별히 건강에 좋은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혀지기도 했다. 107세의 한 할머니는 90년 동안 흡연을 해왔음에도 장수를 했는데, 이는 곧 100세까지 장수할 수 있는 것은 유전자의 힘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원들은 유전자는 결국 확률의 게임이기 때문에 장수를 위해서는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처럼 과음하지 않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머지않아 노화된 세포를 제거할 수도
2011년 11월 네이처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쥐를 상대로 실시한 실험에서 노쇠한 어떤 특정 세포를 제거하면 노화와 관련된 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화가 촉진된 쥐의 몸에서 '노쇠화세포'라고 불리우는 세포를 수차례 제거한 결과, 노화와 관련된 백내장과 피부노화가 줄어든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낡은 세포들이 노화와 관련된 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쇠화세포를 모두 가진 쥐와 비교했을 때, 노쇠화세포를 제거한 쥐는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근육이 더 강했고 백내장이 적었으며 피부의 주름도 적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이들 낡은 세포들은 주변의 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 신호를 내보낸다고 추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접근법은 노쇠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만드는 백신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수명 연장에 이용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이다.
100세인 도달률 : 인구 1만명당 100세인 도달률은 1961년 당시 50세에서 54세인 인구로 지난 2011년 100세 인구를 나눠 1만을 곱한 값을 말한다. 예를 들어 도달률이 20%라는 이야기는 10명 중 2명이 100세까지 산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5년 구간으로 나눠 계산하기 때문에 실제 100세까지 사는 비율은 4%로 떨어져 100명 중 4명이 100세까지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쁜꼬마선충 : 세포의 분화과정을 밝히는 실험모델로 사용되어 유명해진 선형동물로 흙속에서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약 1mm 크기의 선충류이다. 비교적 단순한 형태를 지닌 다세포 생물로, 이 선충을 실험모델로 사용하여 각 생명체에서 세포가 어떤 과정을 거쳐 분화되며 사멸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이 처음으로 규명되었다. 라론증후군 : Laron Syndrome. 성장호르몬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용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결과로, 라론증후군인 남자 가운데 가장 키가 큰 기록은 140cm, 여자는 124cm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 전문의인 쿠에바라-아귀레 박사가 1988년 에콰도르의 희귀한 유전성 왜소증 집단을 연구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
- 이슬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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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3-04-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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