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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빈 리포터
2025-06-20

딥러닝 기반 가상 염색을 통한 3차원 조직검사 기술 개발 홀로토모그래피 영상에 H&E 염색을 재현하여 기존 병리학 진단의 한계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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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을 통한 조직검사로 질병의 유무와 정도를 판단한다 ⒸGetty Images
내시경을 통한 조직검사로 질병의 유무와 정도를 판단한다 ⒸGetty Images

건강검진을 받을 때 내시경을 하면 질병이 의심되는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어 조직검사를 하게 된다. 떼어낸 조직은 4μm 정도의 아주 얇은 두께로 잘린 후 병리학자가 현미경으로 관찰함으로써 질병의 유무와 정도를 판단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조직을 얇게 자른 단면은 색이 거의 없어 투명하기 때문에 조직의 세부 구조를 명확하게 관찰하려면 염색이 필수적인데, 이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 바로 H&E 염색이다. H는 핵을 파란색으로 염색하는 헤마톡실린(hematoxylin)을, E는 세포질을 분홍색으로 물들이는 에오신(eosin)을 의미한다.

H&E 염색은 조직의 세부 구조를 파악하는데 유용하다 ⒸGetty Images
H&E 염색은 조직의 세부 구조를 파악하는데 유용하다 ⒸGetty Images

H&E 염색법은 조직의 구조를 한눈에 파악하게 해주지만 2차원 평면 정보만 제공한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입체적으로 연결된 조직의 미세구조나 세포 간 상호작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2차원에 더하여 깊이 방향의 정보가 필수적이다. 만약 H&E 염색을 통하여 조직 전체를 3차원으로 관찰하려면 연속 절편(serial section)을 통해 수십 장의 얇은 조직 절편들을 만들어 일일이 관찰하고 디지털로 재구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는 노동집약적인 작업이다.

 

가상 염색으로 재현한 H&E 조직검사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조직 분석 기술이 개발되었다. 한국과학기술원 박용근 교수 연구팀은 지난 5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제 H&E 염색 없이도 병리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3차원 가상 염색 기술을 구현한 내용을 담은 연구를 발표하였다.

기존 H&E 염색과 새로운 가상 염색을 통한 3차원 조직검사 방법의 비교 ⒸNat Commun
기존 H&E 염색과 새로운 가상 염색을 통한 3차원 조직검사 방법의 비교 ⒸNat Commun

핵심 기술은 홀로토모그래피(holotomography)이다. 홀로토모그래피는 3차원을 뜻하는 Holo와 단면의 의미하는 Tomo, 기록을 뜻하는 Graphy가 합쳐진 합성어인데, 빛이 생체 시료를 통과할 때 발생하는 굴절률 변화를 측정하여 세포나 조직의 내부 구조를 3차원적으로 관찰하는 비표지 이미징 기술을 의미한다. 형광 염색이나 항체 표지 과정이 없기 때문에 시료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관찰이 가능하고, 따라서 세포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 관찰할 때 매우 유용하다.

홀로토모그래피는 3차원 영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의 2차원 단면을 통한 조직검사 방식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세포 간의 입체적 배열이나 조직 내부의 특이적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중요한 차별점을 갖는다. 예를 들어 종양 조직 내에서 암세포가 주변 정상 조직과 어떻게 경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혹은 혈관과의 위치 관계는 어떠한지 등을 보다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홀로토모그래피 영상은 우리가 흔히 보는 H&E 염색 이미지와는 외형적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병리학자가 즉시 진단에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홀로토모그래피와 가상 염색 기술의 접목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홀로토모그래피 영상에 인공지능 기반의 가상 염색(virtual staining) 기술을 접목하였다. 가상 염색은 딥러닝을 이용해 염색하지 않은 시료의 이미지에 가상의 색을 입혀 실제 염색 이미지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H&E 염색을 진행한 대장암 환자 조직을 일반 광학 현미경과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으로 각각 촬영하여 2,500여 쌍의 데이터를 확득하였고, 이 중 약 2,000쌍은 딥러닝 학습용, 나머지 500여 쌍은 성능 검증용으로 사용하였다. 그 결과 가상 염색된 이미지는 실제 H&E 염색 이미지와 매우 유사했으며, 조직 내 세포핵의 수와 면적 비교에서도 높은 일치도를 보였다.

동일한 대장암 환자 조직을 광학 현미경과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으로 각각 관찰하여 딥러닝 학습에 사용하였다 ⒸNat Commun
동일한 대장암 환자 조직을 광학 현미경과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으로 각각 관찰하여 딥러닝 학습에 사용하였다 ⒸNat Commun

연구팀은 더 나아가 이 기술을 3차원 조직 분석에도 적용하였다. 일반적인 H&E 염색에서는 약 4μm 두께의 얇은 조직 절편만을 사용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10μm 두께의 조직을 홀로모토그래피로 촬영하여 3차원 영상 정보를 얻었고 여기에 가상 염색을 적용하였다. 그 결과 대장 조직의 분비샘(gland)과 장내 공간(lumen)과 같은 복잡한 미세구조들을 세포 수준에서 입체적으로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20μm 두께의 보다 두꺼운 조직에서도 홀로토모그래피와 가상 염색 기술의 접목이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가상 염색 결과를 실제 H&E 염색과 비교한 결과 높은 유사도를 나타냈다 ⒸNat Commun
가상 염색 결과를 실제 H&E 염색과 비교한 결과 높은 유사도를 나타냈다 ⒸNat Commun

 

3차원 조직 진단 기술의 확장 가능성

이번 연구는 단순히 조직 염색의 결과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 실제 병리학적 정보를 3차원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병리학자나 연구자가 익숙한 H&E 염색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3차원 정보까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활용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염색 시약이나 절편 제작이 필요 없으므로 고가의 장비나 인력 의존도를 줄일 수 있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샘플을 처리할 수 있어 고속 진단에도 유리하다.

홀로토모그래피 영상 기술은 조직이 두꺼워질수록 다중 산란에 따른 화질 저하가 나타난다는 기술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박용근 교수는 "두꺼운 조직을 이미지화할 때 화질이 떨어지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광학 조건 개선과 더불어 두꺼운 시료에 특화된 복원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기반 보정 모델을 함께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기존 H&E 염색이 가지고 있던 2차원 정보의 한계와 복잡한 준비 과정 문제를 극복하고, 쉽고 빠르고 조직의 3차원 구조를 파악하여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기술은 병리 진단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등 다양한 의료 및 생명과학 분야에서의 조직 분석에도 폭넓게 응용될 수 있다.

정회빈 리포터
acochi@hanmail.net
저작권자 2025-06-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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