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가 헤엄치는 소리, 심장 근육세포의 박동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예민한 미세 장치가 개발됐다. 이에 따라 소리로 박테리아의 존재와 활동을 탐색하고, 세포가 암으로 변해가거나 바이러스로부터 공격을 받는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이 장치는 인체 장내에 사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세균이 있는 용액에 넣었을 때 아주 미세한 160펨토뉴턴(1펨토뉴턴=1000조분의 1뉴턴, 1뉴턴은 약 0.1Kg중)의 힘까지 검출할 수 있다. 또 박동하는 쥐의 심장세포를 배양해서 실험한 결과 사람 귀의 한계보다 1000배나 낮은 -30데시벨의 소리까지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 음향 모니터링하는 초미니 청진기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UCSD) 공대 연구팀이 개발해 15일자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발표한 이 장치는 사람의 머리카락보다 약 100배 정도 가는 나노 크기의 광섬유로 만들어졌다.
연구를 이끈 도널드 서벌리(Donald Sirbuly) UCSD 공대 나노공학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전에는 추적할 수 없었던 미시 세계의 상호작용이나 변화를 탐지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개척했다”고 말했다.
서벌리 교수는 이 장치의 응용이 가능한 분야로 △단일 박테리아의 존재와 활동 탐지 △ 어떤 형태의 결합이 형성되거나 붕괴되는 것을 감시 △정상 세포가 암으로 변하거나 바이러스에 공격 당했을 때 신호를 보내는 세포의 기계적 행동 변화 감지 △생체 내에서 세포 음향을 모니터링하는 미니 청진기 역할 등을 꼽았다.
원자력 현미경보다 10배 더 민감
서벌리 교수팀이 개발한 광섬유는 분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극소량의 작은 힘을 측정할 수 있는 원자력 현미경(AFM)보다 최소한 10배는 더 민감하다는 것. 또 AFM은 부피가 크지만 이 광섬유는 직경이 수백 나노미터에 불과하다. 서벌리 교수는 이 장치가 “광학 집게의 민감성을 가진 미니 원자력 현미경”이라고 자랑했다.
이 장치는 아주 얇은 산화 주석(tin dioxide)으로 만들었고, 얇은 폴리에틸렌 글리콜 막을 입힌 후 금 나노입자를 붙여놓았다.
이 나노 광섬유를 세포 용액에 담그고 빛 줄기를 광섬유로 보낸 후 광섬유를 통해서 온 빛 신호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장치를 활용한다. 빛 신호는 강도에 기반을 두고 있어 광섬유가 주변 세포로부터 나오는 힘이나 소리를 얼마나 많이 잡아내는지를 나타내게 된다.
빛 신호를 정량화해 목표 탐색
서벌리 교수는 “작은 힘과 소리를 바로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 장치를 사용해 정량화한다”며, “이 장치는 새로운 고해상도의 나노기계학적 탐색 도구”라고 설명했다.
장치가 작동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빛이 광섬유를 따라 이동하면서 금 나노입자와 강하게 상호 작용해 기존의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신호로 빛을 산란시킨다. 특별한 강도를 나타내는 이 빛 신호들은 살아있는 세포가 함유된 용액에서는 강도가 변한다. 세포에서 나오는 힘과 음파가 금 나노 입자와 부딪히면 고분자층으로 밀려들어가 광섬유의 표면과 분리된다. 나노 입자를 광섬유에 더 가깝게 밀면 광섬유에서 나오는 빛과 더 강하게 상호 작용하므로 빛 신호의 강도가 증가한다.
연구팀은 이 장치를 보정해 신호 강도가 여러 수준의 힘이나 소리와 일치되도록 했다.
고분자층 조절하면 감도 조절 가능
이번 작업의 핵심은 광섬유의 고분자층이다. 이 고분자층은 스프링 매트리스처럼 매우 민감하게 작용해 세포에서 나오는 미약한 힘과 소리를 서로 다른 두께로 압축했다. 서벌리 교수는 이 폴리머 층이 조절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만약 더 큰 힘을 측정하기를 원하면 더 뻣뻣한 고분자 코팅을 사용할 수 있고, 감도를 높이기를 원하면 하이드로겔과 같은 부드러운 고분자를 사용하면 된다.
연구진은 앞으로 단일 세포의 생체 활성과 기계적인 움직임 측정에 나노 섬유를 사용할 계획이다. 또 매우 민감한 생체 청진기를 만들기 위해 광섬유의 ‘듣기’ 능력을 개선하고, 새로운 이미징 기술 개발을 위해 음향 반응도 새롭게 조정할 예정이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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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5-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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