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에 개정된 개인정보 보호법은 하위법령을 마련하는 절차를 거쳐 오는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의 가명 처리 등 데이터의 활용성에 대한 다양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빅데이터와 초연결이 만들어낼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이번 개인정보 보호법의 개정을 통해 개인정보에 대한 규율 체계를 비롯해 개인정보의 거버넌스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날 것인지에 관해서도 논의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AI 시대, 바람직한 개인정보 거버넌스 실현 방안은?
이에 한국인공지능법학회는 2일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바람직한 개인정보 거버넌스 실현 방안’을 주제로 웨비나를 열었다. 웨비나는 웹과 세미나의 합성어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상에서 세미나를 여는 것을 뜻한다.
이날 웨비나에서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데이터3법 개정에 따른 프라이버시 집행시스템의 변화와 나아갈 방향-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안전한 데이터 이용을 위한 사회적 규범 정립이 시급하고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령과 감독 기능의 분산이 필요해 데이터3법이 개정됐다”며 “이로써 데이터의 이용 및 보호와 관련된 감독·집행 권한과 조직을 개보위로 최대한 일원화하고 명실상부한 개인정보 보호 컨트롤 타워로 격상시키는 등 프라이버시 거버넌스 체제의 전면적인 개편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나 오늘날 개인의 자아실현과 존엄성을 구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보의 안전한 처리와 보호만큼이나 개인의 디지털 경제에의 참여와 가치 창출을 가능케 하는 정보의 활용이 중요한 디지털 인공지능 시대다.
김 교수는 “디지털 시대의 프라이버시는 정보 주체의 권리이자 경제 참여의 도구”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개보위의 정책적 존립 이유는 프라이버시의 유동적(evolving), 다면적(multi-dimensional), 비동질적(heterogeneous)인 성질로 인해 야기되는 상충관계를 해결하는 등 프라이버시의 적정한 구현에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개보위가 프라이버시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김 교수는 ‘주창 기능(privacy advocacy)’ 수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서 주창 기능이란 프라이버시에 대한 개보위의 정책적 내용과 방향에 대해 사회 전반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뜻한다.
코로나19 개인정보 침해, 개보위 입장 표명했어야
그 사례로 김 교수는 최근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비롯된 역학조사와 동선 공개를 둘러싼 프라이버시 논란을 들었다.
김 교수는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 과정에서 이뤄진 동선 공개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했다는 여러 논란들이 있었다”며 “동선 공개는 올 3월에 개정된 감염병 예방법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에 법률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 개보위의 입장 발표가 없었다. 하지만 개보위는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에 대해 평가하고 의견을 내는 주창 기능을 수행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 후에 이어진 전문가 토론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강신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코로나19 사태처럼 개인정보 보호가 침해될 수 있는 현안이 발생했을 때 개보위는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에 대한 건전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도 “코로나19와 같이 중요한 어젠다가 있을 때 개보위가 의견을 개진하고 법에 적용이 안될지라도 선도적으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며 “최근의 N번방 사건도 마찬가지로 개보위가 정책을 선도해서 시민들이 자신들의 정보 유출을 통해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신생 집행기관으로서의 신뢰 구축 필요성도 제기됐다. 임용 교수는 “개보위가 개인정보 보호의 컨트롤 타워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보호와 집행 대상 모두로부터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도 “전문성과 독립성, 적법절차에 따름으로써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을 때 개보위가 국민의 안전망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며 “코로나19 사태에서 취했던 것과 같이 우리나라가 개인정보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선제적으로 대응을 한다면 글로벌 맥락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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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4-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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