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2009년 이후 자살이 청소년 사망원인의 1순위로 떠오르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2011년 청소년(10~19세) 사망자가 1,405명 중에 373명(26.5%)이 자살에 의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청소년 중에 자살을 시도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군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 최근 ‘빅데이터와 청소년 자살’을 주제로 연구를 한 한국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 연구센터의 권정은 선임연구원을 만나 이모저모를 질문했다.
청소년들 자살을 문제해결 수단으로 여겨
“자살키워드로 소셜 데이터를 추출했더니 그 수에 놀라기도 했지만 ‘너무 괴로운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죽고 싶은데 도와 달라’ 등 자살에 대한 힌트를 남긴다는 의미 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세대들이다. 2011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인터넷 이용률은 99.%이고, 만6~19세 인터넷 이용자 중 78.9% SNS를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톡이나 블로그 등에 자살의 메시지를 남기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경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친구나 부모보다 익명이 보장된 온라인 공간에서 쉽게 얘기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청소년 자살과 관련하여 소셜 데이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청소년들에게 ‘문제해결 방법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자살이란 행위가 아주 위험한 일이라는 사실에 대한 교육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합니다.”
소셜 네트워크에 남아있는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 청소년 자살의 특징은 충격적이다. 자살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이번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성인들은 자살을 도피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반면 청소년들은 문제해결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살을 아름답게 보기까지 했다. 자살에 대한 인식에서도 성인들은 부정적으로 보는 반면 청소년들은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전화 플랫폼, 자살관련 알람 시스템 필요
“청소년들이 소셜에 자살 관련 멘트가 심야시간대에 많이 나오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보통 중고등학생들이 학원 끝나고 집에 오는 시간을 시작으로 급증하거든요. 심야시간대에 상담사를 대폭 보강해 대응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자살에 관한 언급이 폭증하는 요일에 상담 스케줄을 유동적으로 짜는 것도 중요하다. 상담사들이 “위험한 순간만 잘 넘기면 자살하고 싶은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공통적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정은 연구원은 “상담채널 플랫폼을 만들어 급히 전화가 많을 때 상담 인력을 고루 이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상담 전화가 많지만 어느 한쪽으로만 몰리다보면 어느 기관은 폭증하고 다른 기간은 상담인력이 있음에도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전화를 한 사람들이 만약 통화가 되지 않는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권 연구원은 “‘민원콜’처럼 상담 전화가 배분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자살을 막을 수 있는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알람 메시지를 활용해 볼 만하다”고 권 연구원은 강조했다. 이미 ‘네이트 온’ 등과 같은 채팅 창에서는 돈에 대한 대화를 하면 ‘신용사기일 수 있으니 조심하라’라는 메시지가 뜬다. 이를 자살과 관련된 몇 가지 구문이나 단어에 적용해 보는 것이다. 권 연구원은 “돈에 대한 단어들이 기계적으로 인식해 자동 알람이 보내지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 구축은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방법을 몰라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해결방법을 먼저 찾아 줄 수 있는 노력을 한다면 청소년 자살을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다. 즉 ‘돈’처럼 소셜에 ‘죽고 싶다.’등 자살 관련 단어가 나오면 ‘너무 힘들어 하지 마세요. 어디어디로 전화주시면 저희들이 도와줄게요’ 라는 안내 멘트가 뜨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또한 권 연구원은 “다양한 웹사이트에 올라온 '자살‘ 관련 글을 한 군데 모아 볼 수 있는 웹 게시판을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는 해당 게시판에 가야만 글을 볼 수 있다. 만약 이런 시스템이 이루어진다면 상담사들이 실시간으로 답을 달아 줄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개인정보 침해 문제 한계
“위험도를 단계별로 나눌 수는 있지만 각 단계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힘들어서 죽고 싶다’ 등과 같은 표현 분석을 구문 분석이라고 하는데, 구문만을 봐서는 과연 정말 죽고 싶은 것인지, 그냥 힘들다고 하는 표현을 과하게 하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구문들 중에 ‘절망감, 자괴감’ 등 감정이 들어 있는 분석은 더욱 만만치 않다. 감정분석이라고도 부르는 이 구문분석은 아직까지 이루어진 연구가 거의 없다. 빅데이터 자체가 아직 초기이기 때문이라서 그렇다.특히 한글 분석은 가장 까다로워 진척이 더디다. 아직까지 영어는 60% 정도, 한글은 10% 정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정보 침해’도 어려운 문제이다. 사실 자살의 위험도를 단계별로 나눠봤을 때 이미 1단계부터 상담채널을 확대시킬 수 있다. 이미 기능적으로도 그 글을 올린 사람이 누구이고 접근 루트도 판별해낼 수 있다. 그러나 개인들 입장에서는 그냥 농담으로 나온 대화에 어떤 구체적 행동이 취해진다면 개인정보 침해로 느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안다는 것만으로도 신변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현재까지 기계적 멘트를 자동적으로 보내는 방법밖에 제안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빅데이터가 발전할수록 개인정보 침해 문제는 더욱 화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분야에서 좋은 정책이 제안되기 위해서는 혹은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좀 더 관대하고 폭 넓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 김연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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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3-04-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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