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속에 오래 머물면서 약물을 분비하고, 생리학적 모니터링을 수행한 후 소장으로 내려가 안전하게 몸 밖으로 배출되는 새로운 의료용구가 개발됐다.
이 기구는 탄성 재질로 돼 있어 캡슐 안에 압축시킬 수 있고, 이를 약 먹듯이 삼키면 위 안에서 팽창돼 머물며 정해진 시간 동안 악물 분비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 기구는 간단하고 안전하게 삼키기만 하면 되는데다 안에 전자센서를 부착해 체중조절, 지속적인 약물 분비, 질병 진단과 관찰 등 여러 가지 의료 기능을 병행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 생의학 영상 및 생체공학 연구원(NIBIB)이 후원한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소재’(Nature Materials) 10월호에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연구팀은 캡슐이 위장의 강력한 산성 환경에서는 잘 견디다 수소이온농도(pH)가 중성인 소장으로 내려가면 분해되도록 고안했다. 돼지에 대한 실험 결과 기구의 분해물은 생체 밖으로 쉽게 배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공학적 개가는 특히 장기간 경구 투약을 해야 하는 환자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에 따른 불필요한 입원비용으로 해마다 1000억달러의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간편하게 장기적으로 약물 분비
현재 의료공학 분야에서는 위에 머물면서 장기간 약물을 분비하고, 비만인 사람의 체중도 줄일 수 있는 의료용구가 많이 고안돼 나와 있다. 체중 감량의 경우 위장 안에 풍선을 삽입해 여러 달 동안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도 있다. 그러나 위장 안의 풍선이나 약물분비 기구는 결국에는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이 기구들이 찢어지거나 부숴져서 창자로 내려갈 경우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는 하버드대 매서추세츠 종합병원(MGH) 조반니 트라베르소(Giovanni Traverso) 박사와 로버트 랭거(Robert Langer) 매서추세츠공대(MIT) 교수팀이 참여해 장 폐색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줄이면서 위장에 효과적으로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생체공학적 고분자 겔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트라베르소 교수는 “이 기구 시스템의 유용성은 엄청나다”면서 “우리 연구팀은 가려져 있던 ‘위장 국경’(gastrointestinal frontier)을 개방함으로써 위장 안에서 며칠,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약물을 분비하도록 조절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장기적인 약물전달시스템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랭거 교수는 이 시스템이 실제로 인체에 적용 가능하도록 정교하게 고안해 내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약은 일단 환자들이 복용을 해야 효과가 있는데, 선진국에서도 환자들이 제대로 약물복용지침에 따라 약을 먹는 사람들이 50%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여러 가지 약을 복합 복용해야 하거나 보건의료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 하는 개발도상국 환자들의 약 복용 실태는 이보다 더 나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은 그런 문제에 직접 해답을 줄 수 있는데, 예를 들면 한 주 동안의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경우 의사를 한 차례만 방문해 처방을 받아 이 기술이 적용된 캡슐을 한 알 삼키면 약물이 일주일 동안 자동으로 분비되고 일주일 후에는 캡슐이 아무런 해도 없이 분해된다”고 설명했다.
“삼키는 전자진단기 개발의 첫 단계”
연구팀은 또 이 기술을 이용한 말라리아나 다른 감염병에 대한 단일 관리 약물전달시스템이 보건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원격지나 개발도상 지역의 유행성 질병 치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IBIB의 약물전달시스템 및 생물의약품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시카 터커(Jessica Tucker) 박사는 “이번 위장병학과 생체공학 연구진의 전문지식 융합은 학제간 협동이 어떻게 새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기술을 탄생시키는가를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라며, “위에 적응 가능하고 탄성재질인 새로운 고분자 시스템은 장기간 복약을 해야 하는데 따른 여러 문제점을 해결해 줄 뿐 아니라, 환자들의 대사기능 자료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는 ‘삼키는 전자진단기’ 개발을 향한 중요한 첫 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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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12-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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