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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5-12-03

위에 오래 머무는 ‘삼키는 캡슐’ 약 자주 안 먹어도 되고, 환자 상태 실시간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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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속에 오래 머물면서 약물을 분비하고, 생리학적 모니터링을 수행한 후 소장으로 내려가 안전하게 몸 밖으로 배출되는 새로운 의료용구가 개발됐다.

이 기구는 탄성 재질로 돼 있어 캡슐 안에 압축시킬 수 있고, 이를 약 먹듯이 삼키면 위 안에서  팽창돼 머물며 정해진 시간 동안 악물 분비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 기구는 간단하고 안전하게 삼키기만 하면 되는데다 안에 전자센서를 부착해 체중조절, 지속적인 약물 분비, 질병 진단과 관찰 등 여러 가지 의료 기능을 병행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 생의학 영상 및 생체공학 연구원(NIBIB)이 후원한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소재’(Nature Materials) 10월호에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연구팀은 캡슐이 위장의 강력한 산성 환경에서는 잘 견디다 수소이온농도(pH)가 중성인 소장으로 내려가면 분해되도록 고안했다. 돼지에 대한 실험 결과 기구의 분해물은 생체 밖으로 쉽게 배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공학적 개가는 특히 장기간 경구 투약을 해야 하는 환자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에 따른 불필요한 입원비용으로 해마다 1000억달러의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구를 이끈 장쉬이(Shiyi Zhang) 박사가 삼키는 캡슐에 넣을 수 있는 고분자 링을 들어보이고 있다. ⓒ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연구를 이끈 장쉬이(Shiyi Zhang) 박사가 삼키는 캡슐에 넣을 수 있는 고분자 링을 들어보이고 있다. ⓒ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간편하게 장기적으로 약물 분비

현재 의료공학 분야에서는 위에 머물면서 장기간 약물을 분비하고, 비만인 사람의 체중도 줄일 수 있는 의료용구가 많이 고안돼 나와 있다. 체중 감량의 경우 위장 안에 풍선을 삽입해 여러 달 동안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도 있다. 그러나 위장 안의 풍선이나 약물분비 기구는 결국에는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이 기구들이 찢어지거나 부숴져서 창자로 내려갈 경우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는 하버드대 매서추세츠 종합병원(MGH) 조반니 트라베르소(Giovanni Traverso) 박사와 로버트 랭거(Robert Langer) 매서추세츠공대(MIT) 교수팀이 참여해 장 폐색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줄이면서 위장에 효과적으로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생체공학적 고분자 겔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트라베르소 교수는 “이 기구 시스템의 유용성은 엄청나다”면서 “우리 연구팀은 가려져 있던 ‘위장 국경’(gastrointestinal frontier)을 개방함으로써 위장 안에서 며칠,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약물을 분비하도록 조절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장기적인 약물전달시스템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 위는 캡슐이 유사 위장액에 노출된 후 폴리머 링이 캡술에서 풀려나는 모습. 아래는 폴리머 링이 유사 장액에 노출됐을 때 장을 통과해 조각으로 분해되는 모습 ⓒ Macmillan Publishers. Zhang, et al. Nature Materials. Oct 2015
사진 위는 캡슐이 유사 위장액에 노출된 후 폴리머 링이 캡술에서 풀려나는 모습. 아래는 폴리머 링이 유사 장액에 노출됐을 때 장을 통과해 조각으로 분해되는 모습 ⓒ Macmillan Publishers. Zhang, et al. Nature Materials. Oct 2015

랭거 교수는 이 시스템이 실제로 인체에 적용 가능하도록 정교하게 고안해 내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약은 일단 환자들이 복용을 해야 효과가 있는데, 선진국에서도 환자들이 제대로 약물복용지침에 따라 약을 먹는 사람들이 50%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여러 가지 약을 복합 복용해야 하거나 보건의료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 하는 개발도상국 환자들의 약 복용 실태는 이보다 더 나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은 그런 문제에 직접 해답을 줄 수 있는데, 예를 들면 한 주 동안의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경우 의사를 한 차례만 방문해 처방을 받아 이 기술이 적용된 캡슐을 한 알 삼키면 약물이 일주일 동안 자동으로 분비되고 일주일 후에는 캡슐이 아무런 해도 없이 분해된다”고 설명했다.

삼키는 전자진단기 개발의 첫 단계”

연구팀은 또 이 기술을 이용한 말라리아나 다른 감염병에 대한 단일 관리 약물전달시스템이 보건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원격지나 개발도상 지역의 유행성 질병 치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IBIB의 약물전달시스템 및 생물의약품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시카 터커(Jessica Tucker) 박사는 “이번 위장병학과 생체공학 연구진의 전문지식 융합은 학제간 협동이 어떻게 새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기술을 탄생시키는가를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라며, “위에 적응 가능하고 탄성재질인 새로운 고분자 시스템은 장기간 복약을 해야 하는데 따른 여러 문제점을 해결해 줄 뿐 아니라, 환자들의 대사기능 자료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는 ‘삼키는 전자진단기’ 개발을 향한 중요한 첫 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5-12-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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