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흔히들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멀리하고 되도록 술자리 기회를 갖지 말라”고 말한다. 미국 대중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어메리칸(scientific american)지는 최근 알코올 중독과 도파민 신경세포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중독과 관련해 과학계에 널리 퍼진 사실 가운데 하나는 약물 남용자의 뇌에는 약물과 약물을 구입하고 남용한 장소 사이에 특별한 연결고리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중독과 관련한 이런 식의 정신적 결합은 잠재적인 형태의 학습을 반영하며 이는 좀처럼 끊기 힘든 중독 증상을 야기한다.
약물과 약물 남용 장소 사이의 묘한 연결고리
미국 텍사스주립대 오스틴 캠퍼스 히토시 모리카와(Hitohsi Morikawa) 연구팀은 ‘반복적인 알코올 섭취는 섭취자의 뇌를 보상기반 연관(reward based association)에 보다 더 취약하게 만든다’고 과학저널 ‘Journal of Neuroscience’ 4월호에 보고했다.
1주일 동안 알코올에 심하게 노출된 생쥐들은 이후에 코카인을 받은 장소를 보다 더 잘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쥐의 이러한 행태는 중독자들이 왜 특별한 환경에서 보다 더 마약과 같은 약물남용에 쉽게 빠지는지를 설명하는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중독성이 있는 약물은 도파민(dopamine) 신경세포가 도파민을 분비하는 것을 야기한다. 도파민 신경세포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합성하고 저장하는 세포이다.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인근 신경세포들은 미래에 똑같은 경험을 보다 더 잘 수행하기 위해 약물 환경이라는 맥락에 주목한다.
모리와카 박사는 “우리는 도파민 신경세포를 ‘선생님’이라고 간주하고 뇌의 다른 신경세포들을 ‘학생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이들 신경세포들은 음식, 섹스 그리고 중독적인 약물과 같은 보상과 관련된 것들을 배우는 학생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코올이나 기타의 중독적인 약물들은 ‘선생님’ 신경세포가 ‘학생들’ 신경세포를 더 잘 가르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모리와카 박사는 이번 연구가 알코올이 의식적인 학습과 기억을 증대시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알코올 섭취는 즉각적이며 지속적인 인지 기능의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학습과 기억에 반해 알코올이나 여타의 중독성 약물이 촉진하는 형태의 학습을 잠재적인 형태의 학습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는 보상이라는 조건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파블로프의 개’ 실험과 매우 유사하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서 개들이 종소리와 이에 따른 보상의 조건으로 음식을 연관시키는 것을 학습하는 것처럼 약물 중독자들은 자신의 집 근처의 특정한 골목길과 코카인 남용을 연관시킨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서 반복된 훈련 뒤 개가 종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리는 것처럼 코카인 중독자는 자신이 코카인을 흡입했던 장소를 지나치는 것만으로도 코카인을 찾게 되는 것이다. 모리와카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중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데 알코올 중독자들은 보상 기반 조건에 일반인보다 더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는 알코올 중독자들이 약물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자극제를 빨리 배우게 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알코올 중독자, 보상 기반 조건에 취약
모이와카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서 생쥐들 대상으로 한 반복적인 암페타민(각성제의 일종)사용은 보상기반 조건에 비슷한 효과를 나타냈다는 점을 보였다. 모리와카 박사는 니코틴과 같은 다른 종류의 중독성향의 약물들의 경우에도 도파민 수치를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모든 형태의 학습과 기억에는 시냅스의 가소성(plasticity)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시냅스란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전달되는 부위를 말하며 시냅스의 가소성이란 뇌가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다.
시냅스 연결은 장기 강화(Long Term Potentiation, LTP)에 의해 강화된다. 장기 강화는 대개 칼슘 이온이 신경세포의 안으로 들어오거나 나가는 것에 의해 좌우된다. 모리와카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현재까지 분자 수준에서 정확한 기작이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반복된 도파민 분비가 뇌의 보상 기작에서 장기 강화를 증강시키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춘기 수컷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들 생쥐를 에탄올에 노출시키는 것은 복측피개영역 ( ventral tegmental area : VTA)에서 시냅스 가소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VTA는 도파민 신경세포를 포함하며 도파민 신경세포는 뇌의 다른 많은 영역과 연관돼있다.
연구팀은 생쥐들에게 하루에 3번씩 몸무게 kg당 2g의 에탄올을 1주일 동안 주입했다. 이는 인간으로 치면 매우 취할 정도의 알코올 수준이다. 혈중 알코올 농도로 환산하면 미국 법정 기준이 혈중 0.08%의 대략 2~3배에 해당한다. 알코올을 주입한 생쥐와는 별도로 실험의 대조군으로 일군의 생쥐들에게는 에탄올 대신 염전(saline)을 주입했다.
하루간의 휴식 후 생쥐들은 보상 기반 조건의 기본적인 측정방식인 ‘조건 장소 선호’ 테스트를 수행했다. 생쥐들은 비슷하지만 실내장식이 서로 다른 2종류의 구두상자를 탐험하도록 처치됐다. 생쥐들은 처음에는 2종류의 공간에서 똑같은 시간을 보냈으며 특정 장소에 대한 선호를 보이지 않았다.
이후 실험그룹과 대조그룹 모두의 생쥐들에게 한 장소에서 보상의 일환으로 코카인을 투여했으며 30분 정도 그 공간에 머물게 했다. 2번의 코카인 주입 후 생쥐들은 다시 자유롭게 공간들을 돌아다니도록 조치됐다.
염전을 주사 받은 대조그룹의 생쥐들은 코카인을 투여 받은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7% 가량 증가한 반면 에탄올을 주사 받은 실험그룹의 생쥐들은 14% 이상 머무는 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주일간 알코올을 심하게 섭취한 것이 생쥐들이 보상(코카인)이라는 경험적 맥락을 보다 더 잘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든 셈이다. 시냅스 가소성의 강화는 일시적이었으며 에탄올 주입이 끝난 이후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생쥐들의 VTA 조직검사를 통해 시냅스 가소성의 변화를 관찰했다. 에탄올을 섭취한 생쥐들의 신경세포는 살린을 주입받은 생쥐들의 신경세포에 비해 평균적으로 2배 이상 많은 LPT를 보였다.
-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 저작권자 2011-05-12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