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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010-11-02

폭발물 탐지 기술, 무엇이 문제일까? 테리리스트와 첨단기술 간의 한판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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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공항에 테러 비상이 걸리며 보안검색이 강화됐다. 예멘발 미국행 항공 화물에서 폭발물이 잇따라 발견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영국의 이스트미들랜드 공항에서 폭발물이 발견된 데 이어 30일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공항에서도 폭발물이 발견됐다.

두 곳에서 발견된 폭발물은 모두 프린터용 토너 카트리지 안에 숨겨져 있었는데, 이스트미들랜드 공항에서 발견된 것에는 타이머가 부착돼 있어 운행 중인 항공기를 폭발시킬 수도 있었다.

또 두바이 공항에서 발견된 폭발물에는 휴대폰 SIM 카드에 전자회로판이 연결돼 있어 휴대폰으로 폭발시킬 수도 있어서 충격을 주었다. 특히 G20 회의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두 건의 폭발물은 모두 군용 고폭발물질인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로 확인됐다. 니트로글리세린 계열로서 TNT보다 충격에 민감하여 소량으로도 강력한 폭발력을 보이는 PETN은 무색 무취의 고성능 폭발물이다.

1988년 270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팬암 여객기 폭파사건 때 이용됐을 만큼 테러리스트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는 물질이다. 설탕과 비슷한 흰색 가루인 PETN은 충격과 열에 민감하지만 점화를 잘못하면 폭발되지 않고 타버릴 수 있다.

PETN은 보통의 공항에 설치되어 있는 검색장비인 금속탐지기나 X선 검색기로는 감지가 어렵다. 금속물질이나 액체가 아니며, 옷 속에 소량을 감춰둘 경우 찾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PETN 같은 폭발물을 미리 탐지해내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최근 선진국 공항에 잇따라 도입되고 있는 전신 투시 스캐너의 경우 신체 은밀한 곳의 윤곽은 물론 승객의 옷 속까지 볼 수 있다. 알몸투시기라고 불리는 이 기계를 비추면 테러리스트가 옷 속에 숨겨둔 플라스틱 폭발물도 한눈에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범인이 폭발물을 삼키거나 몸 속의 은밀한 곳에 숨길 경우에는 탐지할 수 없다. 또 물체를 볼 수는 있지만 그 물체가 폭발물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옷을 통과해 신체 은밀한 곳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므로 사생활 침해 논란이 거세, 도입이 쉽지 않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개가 인간보다 후각세포 40배나 더 많아

공항 검색대에서 플라스틱 폭탄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폭탄이 가진 미세한 냄새를 맡는 것이다. 따라서 금속탐지기나 알몸투시기보다 놀라운 후각 능력으로 폭발물을 찾아내는 폭발물 탐지견이 더 유리할 수 있다.

개는 인간보다 40배나 더 많은 약 2억 개의 후각세포를 지니고 있다. 또 인간의 경우 후각세포가 분포하는 상피의 면적이 3~4㎠인데 비해 셰퍼드 같은 개는 상피면적이 170㎠이나 된다.

때문에 뛰어난 조건을 지닌 개를 잘 훈련시키면 금속탐지기나 X선 검색대에서 감지하지 못하는 폭발물도 수월하게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탐지견으로 훈련시키기가 매우 어려우며 기후나 건강 상태에 따라 탐지 능력의 편차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또 덩치가 큰 탐지견의 경우 승객에게 위협적이라는 문제점과 수많은 탑승객과 화물을 일일이 검색할 수 있을 만큼 탐지견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에는 서울대 수의과대 이병천 교수팀이 동물복제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초의 복제탐지견이 투피(Toppy)를 탄생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앞으로는 개보다 몸집이 훨씬 작은 곤충도 폭발물 탐지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팀은 지난 2004년 박각시나방을 훈련시켜 플라스틱 폭탄을 탐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박각시나방은 짝짓기 할 때 암컷이 분비하는 페로몬 냄새를 200미터나 떨어진 곳에서도 감지할 만큼 후각 기능이 뛰어나다. 훈련시킨 박각시나방이 폭탄 냄새를 감지할 때마다 나타내는 독특한 뇌파 패턴을 확인했다고 오하이오 주립대의 연구팀은 밝혔다.

개보다 뛰어난 후각을 지닌 탐지기 개발

지난 2007년에는 미국 MIT 대학의 팀모시 스웨거 교수가 폭탄에 사용하는 화약 성분인 RDX(Research Department Explosive)와 PETN 앞에서 밝은 푸른색을 방광하는 분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06년 인도 뭄바이 철도 테러에 사용된 폭탄의 주성분인 RDX는 TNT보다 점화속도가 50배 빠르고 폭발력도 50% 이상 강하다.

이 새 화합물은 용액일 때 RDX나 PETN 앞에서 480나노미터의 파장으로 밝게 형광을 발하는데, 폭발물과 연관된 다른 물질들에 노출됐을 때는 형광을 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물질은 TNT 기체들보다 약 1천 배나 검출하기 어려운 RDX 기체들을 검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개보다 더 뛰어난 후각능력을 지닌 혁신적인 폭발물 탐지기도 개발됐다. 최근 미국의 스펙트라플루이딕스사가 개발한 이 휴대형 탐지기는 냄새만으로 폭발물의 존재를 알아낸다.

무색 무취인 PETN은 아무리 철저히 밀봉해도 공기 중에 극미량의 화학물질이 누출된다. 이 탐지기는 내장된 센서 칩을 통해 공기 중에 화학물질이 1나노그램(10억분의 1그램)만 섞여 있어도 찾아낼 수 있다.

스펙트라플루이딕스사에 의하면 이 탐지기는 PETN이나 질산암모늄, 니트로글리세린 등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폭발물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이 탐지기는 성능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초에는 미국 교통안전청과 현장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때가 돼도 당분간은 이번과 같은 사태를 100% 막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번 사건은 여객이 아닌 화물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화물의 경우 보안검색 규정이 국가마다 다르다. 또 첨단 검색기가 갖춰지지 않은 국가에서 발송하는 화물은 검색절차 없이 타국 항공기에 실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항공 보안검색의 허점을 노려 나날이 진화하는 테러리스트들의 수법과 첨단 과학의 폭발물 탐지기술 간에 벌어지는 군비경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0-1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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