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에서 시스템 엔지니어(SE)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공계 기피에 따른 현상으로, 우수 인재를 시급히 육성하지 않을 경우 산업 전체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젠니쿠(ANA)의 시스템 장애로 인한 항공대란을 비롯해 IP전화와 휴대전화 불통, 은행 현금자동지급기 거래 중단 등 시스템 트러블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근본 원인도 시스템 엔지니어 부족에서 찾고 있다.
도쿄(東京)신문에 따르면, 이 같은 국가 기간 시스템의 중대한 장애 외에도 교통기관이나 상점가, 공공시설 등에서 시스템상의 크고 작은 장애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은 지난해부터 정보처리기술자의 시험제도와 대학의 교육제도 개선 등의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구미 선진국과 중국, 인도 등 IT(정보기술) 강국에서는 고도의 IT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일본 대학에서는 컴퓨터 과학에 대한 전문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않고 있음은 물론 이를 가르치는 교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정보서비스 산업에서는 전문교육을 받지않은 졸업생을 대량으로 채용해 수개월간 사내 교육을 통해 '속성 SE'를 배출하고 있다.
일본에서 우수한 시스템 엔지니어가 부족한 원인은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로 우수한 인재가 몰리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소프트웨어 기업이 매년 채용하는 신입사원 가운데 자체 연수없이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은 1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수 인재가 SE를 기피하는 이유는 직장의 성격상 잔업이 많은 데다 급여가 싼 이른바 '신 3K 직장'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종전 '3K 직장'이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곳을 의미하는 일본어의 앞자를 땄다면, '신 SK'는 '힘들고, 집에 갈 수 없으며, 급여가 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 중견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근무하는 여성(26)은 "팀의 거의 전원이 수개월간 집에도 가지 못한 채 직장과 호텔에서 가면을 취하고 있다. 그나마 평사원은 잔업수당이라도 있지만 관리직은 적은 급여에 잔업수당까지 없어 그야말로 비참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기술혁신의 속도가 너무 빨라 추세를 따라잡기 힘든 점도 있어 업계에서는 '35세 정년설'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은 인재 부족을 배경으로, 중국과 인도에 대한 아웃소싱도 급격히 늘고 있다. 또한 인도와 중국으로 부터 우수인력의 진출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기업의 아웃소싱은 아직은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어라는 언어의 장벽과 일본 사회의 IT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다. 시스템을 발주하는 회사에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인도나 중국 회사에 감히 발주하지 못하고 수준이 낮은 일본 회사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게이단렌(經團連)은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일본의 기간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불가능해져 산업전체의 국제 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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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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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7-08-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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