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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달러가 걸려 있는 신비한 수”
‘8월의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의 주인공 사토이 교수는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참가한 관람객들의 우렁찬 함성과 박수소리가 없으면 무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옆에 있는 친구들과 잡담을 늘어 놓거나 다른 곳에 신경을 쓰면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또 나왔다가도 곧 무대 뒤로 사라져 버린다. 관심을 집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강연을 들려 줄 수 없다.
관람객들은 우렁찬 함성과 함께 커다란 박수 소리를 보냈다. 그래도 나올 기색이 전혀 없었다. 다시 힘을 모아 목이 터지라고 계속 외치자, 그 것도 세 번 만에 요란한 폭죽소리와 음악과 함께 주황색 셔츠 차림의 사토이 교수가 나타났다. 그는 서투른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를 연방외치면서 인사를 하고는 바로 첫 강의인 ‘수의 신비’를 들려 주기 시작했다.
“여러분은 수의 신비를 잘 알아서 수학의 어려운 문제를 풀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무려 백만 달러를 벌어 백만 장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정원도 있고, 수영장도 있고, 모든 것이 갖춰진 좋은 집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며 편안하게 살 수 있습니다. 수학을 잘 해서 돈 벌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지요?
그런데 한 문제에 백만 달러니깐 두 문제를 풀면 2백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겁니다.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가요? 미국에서 장사를 해서 돈을 무지무지하게 많이 번 기업가가 있습니다. 수학에서 어려운 문제를 맞추면 1백만 달러나 되는 돈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 문제(퍼즐)를 푼 사람은 이미 몇 사람은 받아 갔습니다.
“수학의 난제를 푸는 것은 수의 신비를 통해서”
왜 그 기업가는 어려운 수학문제를 푸는 사람에게 백만 달러나 되는 돈을 줄까요? 기업가는 과학자들을 지원해야 합니다. 기업가는 과학기술과, 현재, 그리고 지구의 미래가 수학에 달려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이죠. 그리고 많이 번 돈은 사회에 공헌하는 데 쓰면서 서로 도와야 하는 겁니다. 여러분들도 돈을 많이 벌면 혼자만 가지려고 하지 말고 나눠 쓸 줄 알아야 합니다. ”
잠깐만요! 사토이 교수가 이야기 하는 기업가란 미국의 부호 랜던 클레이(Landon Clay)를 말합니다. 수십억의 재산을 갖고 있던 클레이는 고향인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자신의 이름을 따서 클레이 수학연구소(CMI)를 설립합니다. 그리고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2000년 수학분야에서 중요한 해결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7개 문제를 상대로 그 해결에 각각 100만 달러씩의 상금을 걸었습니다. 7개 문제니깐 모두 700만 달러가 되는 겁니다.
‘수학의 7대 난제’는 새로운 천 년이 열리는 2000년에 제기 됐기 때문에 ‘밀레니엄 7대 난제’라고도 하고, 또 클레이가 상금을 제안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따서 ‘클레이 7대 난제’라고도 하는 겁니다. 사토이 교수의 강의도 이러한 어려운 문제를 쉽게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수학의 7대 난제에 부호 클레이가 상금을 걸어
가장 최근에 해결된 문제는 수학자 푸앙카레의 ‘푸앙카레 추측(Poincare Conjecture)’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바로 러시아의 천재 수학자 그리고리 페럴만(Grigory Perelman) 박사입니다. 그래서 지난 2006년 8월 세계 수학계는 그에게 1백만 달러도 지불하고 또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도 수여하려고 했는데 어디론가 행방을 감춰 버렸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페럴만은 1백만 달러의 거금을 받는 것도, 또 유명한 필즈상을 받는 것도 다 마다하고 나이가 많이 든 어머니가 살고 있는 고향으로 내려가 숲 속에서 버섯을 따면서 한가롭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말입니다. 좀 이상한가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실래요?
이 ‘은둔의 수학자’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왜 종적을 감췄나?”라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언론의 주목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의 업적은 전혀 평가 받을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나는 그저 원해서 공부했고, 그래서 연구했을 뿐입니다. 나는 잘 살고 유명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난 그저 수학에 매달려 연구하고 싶을 뿐입니다”
너무나 착하고 순진한 수학자라고 생각되지 않나요? 사실 그렇습니다. 부끄럼을 많이 타는 학자라고 합니다. 사진은 수염이 길고 날카롭게 보이지만 말입니다.(사진 참조). 기초과학을 하는 학자들이 원래 순수합니다. 사토이 교수도 순수합니다. 그래서 기초과학을 순수과학(pure science)이라고도 하고 자연과학이라고도 합니다. 기초과학이란 말뜻 그대로 모든 과학의 기초가 된다는 뜻입니다. 수학의 7대 난제에 대해서는 조금씩 설명해 나가겠습니다. 사토이 교수 이야기를 다시 들어 보죠.
푸앙카레 추측을 증명한 페럴만 박사, 숨어서 지내
“우리 인간은 지난 5~6천년 동안 수학을 통해 많은 수수께끼를 풀어 왔습니다. 고대 그리스는 물론, 지금 전쟁이 한참 중인 이라크 바그다드의 메소포타미아, 특히 인도에서 수를 통해 많은 문제를 풀어 왔습니다. 그래서 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풀지 못하는 수가 너무 많습니다.
그런 수가 우리에겐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저 같은 수학자에게는 더욱 더 매력적이죠. 특히 무한수나 소수는 너무나 불가사의합니다. 저가 가장 좋아하는 수가 소수(prime number)입니다. 또 저가 대학에서 주로 가르치는 것도 소수와 관련된 겁니다. 여러분은 다 똑똑한 학생입니다. 소수가 뭔지 잘 아시죠? 한국의 어린이나 학생들은 수학을 참 잘한다고 들었습니다.
소수란 1과 그 수 자신으로만 나누어 떨어지는 수, 즉 2, 3, 5, 7, 11, 13, 17… 등을 이야기 합니다. 예를 들어 17은 1로 나누어지고 자신의 수인 17으로만 나뉘어 질뿐, 어떤 다른 수로도 나눌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용도는 무지하게 다양합니다. 그리고 어떤 마력이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의 인생은 모든 것이 소수로 가득 차”
저의 모든 인생은 소수로 가득 차있습니다. 집주소도 소수로 돼 있고, 자동차 번호판도 소수로 돼 있습니다. 자식도 3명이라서 소수고, 그래서 식구도 집사람과 합해서 5명, 그것도 소수입니다. 소수는 보안(security)을 지키는데 더 편합니다. 여러분의 집주소와 자동차 등록번호가 어떤 수로 돼 있는 지 집에 가면 한번 조사해보길 바랍니다.
요즘 인터넷을 많이 사용합니다. 소수를 아이디나 비밀번호로 쓰면 복사도 거의 불가능하고다른 사람이 훔쳐서 도용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가사의한 수인 소수를 많이 사용하고 있고, 또 소수를 사용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가 정작 소수를 많이 쓰는 것은 소수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소수에 마력이 숨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죠? 사실입니다. 저는 축구를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여러분도 한국의 대표선수 박지성을 좋아하지만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경기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봅니다. 훌륭한 선수입니다.
“한 영국 축구팀, 선수들 번호 소수로 바꾼 뒤 1부 리그로 진출”
영국의 프로축구팀 2부 리그에 저가 좋아하는 팀이 있었습니다. 레크레아티포 핵크니(Recreativo Hackney)라는 팀입니다.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가 그 팀의 감독을 만나 선수들의 유니폼 번호를 전부 소수로 해보라고 그랬지요. 감독은 그를 수용했습니다. 그랬더니 성적이 너무 좋아서 1부 리그로 진출하게 됐습니다.
소수에 어떤 영혼이나 영감이 있어서 다른 팀을 물려 친 것일까요? 아니면 소수라는 수와는 전혀 관계 없이 단순히 우연일 뿐, 팀이 열심히 하고 운이 좋아서 이긴 걸까요? 어쨌든 그 팀은 선수들의 등 번호를 소수로 한 다음부터 성적이 좋아졌습니다.
또 사람들이 전쟁을 시작한 이후부터 암호의 메시지는 꼭 소수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이 알면 결코 안 되는 암호의 가장 중심에는 소수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통장이나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도 소수로 쓰는 게 더 안전합니다. 또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각종 비밀번호(pass word)도 소수로 사용하는 게 안전합니다.”
“각종 비밀번호도 소수로 쓰는 게 더 안전”
잠깐만요! 약간의 보충 설명을 하겠습니다. 소수는 충분히 아실 거고 무한수는 무한소수를 일컫는 말입니다. 일정한 수의 배열이 반복해서 끊이지 않는 소수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2.434343434343 ........ = 2.43 같은 수나 1/3=0.333333…같은 수입니다. 무한수에는 지금 예를 든 순환소수와 무리수로 나뉜다는 정도만 알아도 될 것 같습니다.
수의 신비에 대해서는 수비학(數秘學)이라는 게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짝수와 홀수 가운데 홀수를 좋은 수(吉數, 길수)로 보고 짝수는 좋지 않은 수(凶數, 흉수)로 봅니다. 4를 죽는다는 죽을 사(死)와 발음이 비슷해서 흉수로 생각하지만 짝수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수로는 9가 있습니다. 사토이 교수가 좋아하는 소수는 항상 홀수죠.
수와 길흉(吉凶) 관련해서는 서양이 굉장히 많습니다. 특히 기독교에서 많이 나타나죠. 고대그리스, 이집트 등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라틴어의 원조는 원래 수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즉 라틴어 알파벳은 수에 의해 생긴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알파벳마다 담겨 있는 고유의 숫자가 있습니다.
종말이나 멸망을 뜻하는 불길한 단어들이 숫자로 표기되기도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문화를 그대로 이어 받은 서양 기독교의 예언이나 계시, 인류의 최후 등도 숫자로 나올 수 있습니다. 6을 죽음과 악마와 근접한 숫자로 생각해서 6이 겹치는 6월6일을 싫어하고, 666 등이 대단히 불길하며 또 13을 저주의 숫자로 생각하는 데는 고대 그리스의 수비학의 영향을 받은 라틴어와 기독교의 문화가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유행한 수비학의 영향은 지금도”
고대 그리스 수학자나 철학자들은 숫자가 주는 의미가 관연 무엇인지에 대한 수비학에 많은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특히 명상과 신비주의자로 자기만의 종교까지 개척한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수비학으로 유명합니다. ‘Numbers are God’s languages. 수는 신의 말이다’라는 말도 이런 상황에서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토이 교수가 수비학 신봉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시 사토이 교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봅시다.
“자, 이제 소수를 통한 수학의 신비를 체험해 보죠. 저는 여러분에게 선물하기 위해 초콜렛을 가져 왔습니다. 그런데 악마 앤디(Andy)가 그걸 캐비닛에 숨겨 놓고는 닫아 버렸네요. 그러면서 이 커다랗고 긴 16짜리나 되는 수 3347670493571081를 남겨 놓고는 두 개의 소수로 이 수를 나눠 보라고 하네요. 그러면 그 열쇠가 되는 두 소수로 캐비닛을 열어 초콜릿를 먹을 수가 있는데 말입니다.
암호 전문가인 이화여대 박철민 교수도 여기에 함께 자리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두 소수를 찾을 수 있을까요? 계산기를 이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의 실력으로 충분히 풀 수 있습니다. 수의 신비를 여러분은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계속)
-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hanmail.net
- 저작권자 2007-08-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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