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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2004-01-14

인간이 주는 디지털 인공생명 윤송이 와이더덴닷컴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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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연은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개최한 '2003 크리스마스 과학콘서트 과학강연' 중 두 번째입니다. 지난 12월 26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열린 극장식 과학강연은 1만여명의 청소년들이 참석, 뜨거운 호응을 보였으며 KBS 1TV를 통해 1월 12일부터 15일까지는 오후 4시5분, 16일은 3시5분부터 차례로 방영됩니다. [편집자주]


요즘 영화나 게임 속에서 살아 움직이며 친숙하게 다가오는 디지털 인공생명체들이 많지요? 방금 전 본 춤을 추고, 걸으며, 인사하는 로봇이 과연 생명체일까요? 과연 영화나 게임 속, 움직이는 것들과 여기에서 춤춘 로봇들은 인간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요?


살아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명이란 스스로 양분을 공급하고 성장한 다음 죽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생명’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무엇이라고 말하기 복잡한 생명의 정의를 묻는 이유는 과연 인공 생명체들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생명’으로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인공생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를 하다가 재미있는 결과를 발견했습니다.


여러분 같은 학생들에게 “과연 살아있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했더니, 11살의 한 아이는 “컴퓨터 안의 동물들은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고, 다른 아이는 “로봇은 피노키오처럼 살아 있다. 피노키오는 진짜 소년이 아니었지만 나중에 살아있는 소년이 되었다”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생명’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일관되지 않은 개념이지요.


그러면 이렇게 다양하게 해석되는 ‘생명’을 인위적으로 구현하는 ‘인공생명’을 왜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 개발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해요. 첫째는 로봇처럼 정말 생물체 같아 보이는 것을 만들어서 인류 생활에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둘째로, 생명의 본질을 좀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또,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의 연구, 개발 이유가 상호작용해서 인공생명체를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인공생명에 접근하는 두 가지 방식

영화 속 캐릭터에서 생명체처럼 움직이고 생각하는 인공생명을 이해하는데 일반적으로 두 가지 접근법이 사용되고 있어요. 하나는 ‘Bottom Up Approach’로 계획을 갖지 않은 접근 방식이고 또 하나는 ‘Top Down Approach’로 계획에 기초한 접근 방식이 그것이지요. 우선 'Bottom Up Approach'는 특정 성질을 갖는 특정한 요소들이 모여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중심으로 하며,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접근법이어서 생명 현상을 이해하고 모방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반면 ‘Top Down Approach'는 시스템의 동작 모델에 관심을 가지며, 하나의 개체를 만들기 위해서 각 구성요소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이들 시스템을 통해 인공물을 만드는 접근 방식을 일컫습니다. 이런 두 가지 접근법을 기초로 거의 모든 인공생명 문제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새 떼를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창발적 현상 연구

인공생명은 디즈니 만화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만화영화 ‘개미’나 ‘라이온 킹’ 본 적 있어요? 그 영화에서 주인공들의 움직임이 어땠나요? 몹시 부드러웠죠? 원래 만화는 한 장 한 장 그려서 연결시킨 것인데, 그 움직임을 나타내기 위해 수많은 그림을 그린 것이죠. 이같이 생명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아이디어가 필요할까요?


창발적 현상(Emergent Phenomenon)은 단순한 몇 개의 규칙으로도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며, 복잡한 과학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86년에 애니메이션을 연구하던 Craig Reynold는 이 창발적 현상을 이용해 새 떼의 이동을 연구해 그 속에서 규칙을 발견했었죠. 이 연구에서 새 떼를 표현하기 위한 기법 3가지만 입력하면 적은 수의 새 그림만으로 무리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결과를 발견했습니다. 3가지 명령은, ‘새들은 서로 가까이 모여 있고’, ‘비슷한 속도(vector)를 유지해야 하며’, ‘충돌을 피하라는 아주 단순한 내용’입니다. 이렇듯 창발적 현상을 이용하면 움직이는 만화캐릭터를 다 그릴 필요 없이 최소한의 그림으로 전체적인 특징을 연구하여, 반복적이고 거대한 움직임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창발적 현상은 밤에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의 행동에서 발견할 수 있어요. 나방이 위험을 무릎 쓰고 빛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보고 ‘나방이 용감해서 그럴까?’, 아니면 ‘불을 좋아해서 그럴까?’하는 생각을 하며 자연의 법칙을 이해할 수 있지요. 창발적 현상은 만화와 자연현상에서 뿐 아니라 자동차, 로봇으로 응용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브레이텐베르그’ 자동차는 빛 센서를 장치해 빛이 있으면 모터가 돌아가도록 하는 신 개념 발명품인데, 바로 나방이 용감해서가 아니라 불빛을 좋아해 돌진한다는 특징을 응용한 것이지요.


간단한 법칙으로 큰 반응을 유도해내는 사례는 뉴런 네트워크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우리 뇌 속 세포를 분석해봤더니 11개의 뇌세포가 기억, 학습, 성격을 결정해 우리 신체 전체를 움직이게 하고 있지요. 생명체 DNA로부터 찾아낸 간단한 법칙을 이용해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 역시 자연으로부터 찾은 진화연산에 속하는 예입니다.


인공생명에 자연생명을 불어넣자

이런 과학의 발명품을 만들면서 여러분이 꼭 가져야할 자세는 무엇을 만들던지 간에 ‘어떻게 하면 생명체처럼 되는가?’에 대한 고민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생명체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영혼이니 마음이니 하는 개념들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왔습니다. 1949년 도널드 헤브는 "마음이란, 행위를 관장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제 아무리 인공생명이지만 '몸'과 '마음'은 과연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인공생명을 만든다는 것은 '몸'을 만드는 것으로 충분한 지, 그렇지 않으면 '마음'까지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계속 가져야 합니다. 또, 무엇을 어떻게 만들었을 때 '마음을 만들었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인공생명은 단지 인간생활과 분리된 주변인 역할 밖에 하지 못하니까요. 서로 ‘몸’과 ‘마음’이 하나 될 수 있는 상호작용이 가능해야 합니다.


인간이 만든 인공생명은 결국 인간 모두에게 책임이 부여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인공생명은 영화, 로봇 뿐 아니라 실용화 분야가 넓어지고 있어요. 지난 6월에는 휴대폰이 소비를 대행해주는 기능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자연에서 나타나는 욕구와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인공생명은 앞으로 편안한 인간 생활을 위해 무궁무진한 영역을 가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정리=장선직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4-0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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