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코원숭이도 어렸을 때 아빠의 보살핌을 오래 받은 딸이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인간 사회에서 부모가 자녀를 보살피는 행위의 진화적 기원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노트르담대 엘리자베스 아치 교수팀은 18일 영국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서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의 개코원숭이 집단을 수십 년간 관찰, 아빠와 딸 개코원숭이 간 유대 관계와 딸 수명 사이에서 이런 연관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아치 교수는 이는 생채 초기 개코원숭이 아빠와 딸 관계의 강도를 통해 딸의 생존을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많은 포유류 수컷이 자식을 거의 또는 전혀 보살피지 않지만, 이 연구가 부모가 자녀를 보살피는 인간 문화의 진화적 기원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인간 외에 아버지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포유류는 거의 없지만 그런 종이 있다면 이는 자식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개코원숭이는 어미가 자식들을 보살피지만 지금까지 생애 초기 자식과 아빠의 관계가 자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1971년부터 진행된 케냐 암보셀리 개코원숭이 연구 프로젝트(ABRP)의 일부로, 개코원숭이 무리 내 암컷 216마리와 이들의 아버지를 수십년간 관찰한 데이터를 이용, 아버지-딸 관계가 딸 생존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했다.
이들은 아빠 개코원숭이가 다른 수컷이나 딸 등의 털을 손질해주는 그루밍(grooming) 행동을 통해 관계의 잠재적 강도를 평가하고, 아빠와 딸의 유대 관계 강도와 암컷들의 생존 기간 간 연관성을 조사했다.
아치 교수는 그루밍은 개코원숭이 무리에서 위생과 사회적 유대의 수단으로 사용된다며 "사람으로 치면 함께 앉아서 커피 한잔하며 좋은 대화를 나누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암컷 개코원숭이의 약 3분의 1은 최소 3년 이상 아빠와 같은 사회 집단에서 생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나머지 3분의 2는 3살이 되기 전에 아빠가 집단을 떠나거나 죽었다.
암컷 개코원숭이들의 수명을 비교한 결과 아빠와 3년 이상 함께 살았거나 강한 유대 관계를 형성한 딸들이 아빠-딸 유대 관계가 약한 암컷들보다 2~4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치 교수는 "생애 초기 역경은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 결과는 아빠가 있다는 게 역경을 경험한 딸이 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빠가 제공하는 사소해 보이는 기여도 중요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코원숭이 수컷들은 상호 작용을 많이 하기 때문에 아빠 근처에 있는 새끼는 어미와만 있는 경우보다 더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하게 된다"며 "아빠들이 딸들에게 일종의 '안전지대'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출처 :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Elizabeth Archie et al. , 'Early-life paternal relationships predict female survival in wild baboons'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10.1098/rspb.2025.0194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5-06-19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