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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한 단식, 후손에게는 악영향? 좋지 않은 효과가 자손 대대로 나타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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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은 오랫동안 종교 의례의 일부였다. 예를 들면 이슬람 교도들은 라마단 동안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단식을 한다. 유대교, 기독교, 불교, 모르몬교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단식을 행한다.

최근 들어서는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해 단식을 하는 이들이 많다. 단식은 체중 감량을 촉진하고 심장병이나 당뇨병 등 체중과 관련된 건강 문제의 위험 요인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단식을 하게 되면 손자나 증손자 같은 후손들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음식 섭취량을 줄이면 노화 시계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설치류를 대상으로 먹이 섭취를 제한한 결과, 텔로미어의 길이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염색체 양끝의 말단 부위인 텔로미어의 길이가 늘어난다는 것은 노화와 관련된 질병이 적어지고 더 오래 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단식은 류머티즘성 관절염,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알츠하이머병, 헌팅턴병, 대사증후군, 고혈압 등을 개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때문에 아침과 저녁 사이의 12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 간헐적 단식이나 일주일 중 5일은 정상적으로 먹고 나머지 이틀은 500~600칼로리만 섭취하는 5:2 다이어트 등의 단식 요법이 성행하고 있다.

마음껏 먹는 자손들에게는 나쁜 영향 나타나

그런데 단식을 하게 되면 손자나 증손자 같은 후손들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단식 요법은 최근 몇 년 동안 인기가 높아졌지만, 이런 요법의 장기적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UEA)의 연구진은 단식이 먼 후손들에게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4세대에 걸쳐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 2,500여 마리를 연구했다.

흙속에서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선충류인 예쁜꼬마선충은 길이가 약 1㎜에 불과하고 뼈와 심장, 순환계도 없다. 하지만 이 동물은 생물학에서 노화 과정의 실험 모델로 많이 사용된다. 발달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분자 경로를 인간과 많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동물은 2주밖에 되지 않는 짧은 수명 주기를 가지고 있어 자손 세대의 발달 연구에 매우 유용하다.

연구진은 예쁜꼬마선충 1세대에 대해 마음껏 먹거나 아니면 단식을 하는 등의 먹이 환경 중 하나에 배치했다. 이 부모들에게서 나온 4대째의 후손들까지 그 같은 먹이 환경으로 분류해 키웠다.

그 후 이 같은 다양한 먹이 환경이 미래 세대의 번식 및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그 결과 단식은 실제로 예쁜꼬마선충 1세대의 수명을 증가시켰으며, 자손들 역시 단식 그룹은 번식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단식을 한 부모 세대의 자손이 마음껏 먹게 되면 그 같은 능력이 오히려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이런 해로운 효과는 3대 및 4대 후손 그룹들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학회 생명과학 저널인 ‘영국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5월 12일자에 게재됐다.

단식에 대한 미래 세대의 효과 연구해야

이번 연구를 주도한 UEA 생물과학대학의 수석연구원 에드워드 이비메이 쿡(Edward Ivimey-Cook) 박사는 “음식 섭취량을 줄이면 많은 동물의 수명이 늘어나고 인간의 건강을 향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단식은 후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러한 효과는 대대로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라고 말했다.

단식에 관련된 많은 분자 경로가 진화적으로 보존되어 있는데, 이는 인간을 포함한 여러 종에 걸쳐 동일한 경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연구진은 인간을 포함한 다른 유기체들을 대상으로 단식에 대한 미래 세대의 효과가 연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UEA) 생물과학대학의 수석연구원 에드워드 이비메이 쿡(Edward Ivimey-Cook) 박사. ©University of East Anglia

단식은 좋은 점도 있지만 잘못하게 되면 근육량 및 기초대사량 감소, 두통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혈압약을 복용하는 있는 이들은 단식을 하는 동안 약을 줄여야 할 수도 있으며, 일부 당뇨병 환자들은 포도당 수치가 위험해질 수 있다.

임산부나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들에게도 단식은 권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단식을 고려하는 이들은 먼저 건강 관리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이비메이 쿡 박사는 “건강을 위해 행하는 단식의 경우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단식의 해로운 영향은 먼 후손 세대에서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1-05-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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