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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0만 년 전 포유류도 충치 앓았다 과일 풍부한 식단이 충치 유발한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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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충북 청원군에서 발굴된 ‘흥수아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구석기 화석이다. 사망 당시 4~6세로 추정되는 이 유골은 초등학교 사회과부도에도 소개될 만큼 유명하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이 유골이 4만 년 전의 구석기 인류 화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는 바로 흥수아이의 아래 치아 씹는 면에서 발견된 심한 충치의 흔적이다. 인류가 충치로 고생하게 된 것은 식물을 직접 재배해서 먹은 농경문화의 시작 이후부터다.

M. 라티덴스는 에오세 초기에 멸종하기 전까지 약 50만 년 동안 생존한 포유류다. ©Ann Sanderson

농경 사회에서는 주식인 곡물을 부드럽게 익혀서 먹게 되었는데, 이 같은 식생활이 충치를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것. 인류가 농사를 시작한 것은 불과 1만 년 전이다.

충치는 입안에 있는 박테리아가 탄수화물을 함유한 음식을 젖산으로 변화시킬 때 생긴다. 젖산이 치아의 딱딱한 부분인 법랑질을 부식시키면 법랑질 아래의 부드러운 부분이 썩어서 서서히 충치로 발전한다.

탄수화물이 풍부한 곡식과 더불어 인류의 충치를 더욱 부채질한 건 산업혁명이다. 제분과 제당산업이 발전함으로써 곡물의 가공 및 당 섭취가 더욱 증가하게 되었던 것. 실제로 호주 애들레이드대학 연구진이 2013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신석기시대의 수렵 원시인들보다는 중세의 농부와 현대인으로 옮겨 올수록 충치 발생이 매우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포유류의 가장 오래된 충치 사례

합성 화학물질을 애용하는 현대인의 생활환경이 충치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충치는 인간과 반려동물에게서만 발생하고 과일 같은 무기질이나 어류 및 육류 같은 단백질을 주로 섭취하는 야생동물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런데 약 5400만 년 전에 멸종한 포유류들도 충치를 많이 앓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포유류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충치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스카버러캠퍼스의 키건 셀릭(Keegan Selig) 박사팀은 현미경으로 ‘마이크로시옵스 라티덴스(Microsyops latidens ; 이하 M. 라티덴스)’의 치아 화석 1,030개를 조사했다.

M. 라티덴스는 에오세 초기에 멸종하기 전까지 약 50만년 동안 생존한 포유류인데, 신체 화석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지만, 미국 와이오밍 남부의 비건 분지에서 수년 동안 치아 화석은 많이 발굴되었다.

에오세는 신생대 제3기를 5개로 구분할 때 그 두 번째에 해당하는 시기로서 5600만 년 전부터 3390만 년 전까지의 지질시대다.

M. 라티덴스의 치아 화석에서 발견된 충치의 흔적. 이는 포유류의 가장 오래된 충치 표본이다. ©Keegan Selig

연구진은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일부 치아 화석을 대상으로 물체 내부를 분해하지 않고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이크로 CT 스캔 조사까지 병행했다. 그 결과 전체 조사 화석 중 7.5%에 해당하는 77개 치아에서 충치를 확인했다.

1970년대에 처음 발굴된 M. 라티덴스의 화석은 이후 광범위하게 연구됐지만, 이들의 치아에 있는 작은 구멍들을 충치라고 식별한 것은 이번 연구가 최초다.

이에 대해 키건 셀릭 박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구멍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생긴 일종의 손상이라고 추측했지만, 그것들은 항상 치아의 같은 부분에서 발생했고 일관되게 매끄럽고 둥근 곡선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당시 동물의 식습관 변화를 알 수 있어

무엇이 이 동물에게서 충치를 유발했는지에 대해 셀릭 박사는 과일이 풍부한 식단 덕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영장류는 M. 라티덴스 이전에 꽤 오랫동안 과일을 먹었지만, 다양한 이유로 약 6500만 전에 과일이 더 풍부해졌고, 이에 따라 이 동물들이 과일을 더 많이 먹기 시작했을 거라는 추측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발견은 조사된 치아 화석 중 이른 시기에 생존했던 그룹보다 늦은 시기에 생존했던 그룹의 경우 충치의 발병률이 17.24%로 훨씬 더 높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과일이나 당분이 풍부한 다른 음식에 의해 그들의 식단이 변했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에오세 초기에 발생한 기후변화가 당시 식물의 성장과 M. 라티덴스 같은 동물의 먹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됐다.

자연과학공학연구협회(NSERC·캐나다 정부의 과학 연구비 지원 기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이 연구는 멸종된 포유류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초기에 일어난 충치 표본뿐만 아니라 당시 동물의 습관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키건 셀릭 박사는 “충치는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고유한 질병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며 “충치가 현대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은 일부 사람들에게 놀라운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1-09-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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