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윙~’하고 울려 퍼지는 드릴 소리는 치과를 두렵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드릴을 활용한 치료는 대게 충치(치아우식증) 치료에 쓰인다. 충치 예방법은 어릴 적부터 귀에 딱지가 생기게 들어온 그 방법이다. ‘하루에 3번, 3분 이상의 양치’는 충치를 유발하는 원인균의 먹이인 당분을 양치질로 씻어내는 가장 기본이자 최고의 예방법이다.
그렇다면 설탕이나 곡류 등 당분을 섭취하지 않던 시절의 조상들은 충치가 없었을까. 지난달 27일 국제학술지 ‘분자 생물학 및 진화(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된 연구에는 4,000년 전 인류의 치아에서 충치 원인균의 가장 오래된 고해상도 유전체 지도를 확보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아일랜드 동굴에서 발견된 두 개의 치아

영국과 아일랜드 공동연구진은 아일랜드 리머릭 지역의 킬루라(Killuragh) 동굴에서 두 개의 치아를 발굴했다. 4,000년 전에 살았던 인류의 치아로 두 치아 모두 동일 남성의 것이었다. 이 치아에서 연구진은 치아 우식의 주요 원인인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S.mutans, 이하 뮤탄스)를 비롯한 구강 질환과 연관된 여러 미생물을 발견했다.
뮤탄스균은 현대인의 치아에서는 흔히 발견되지만, 중세 이전의 유전체 기록은 거의 없다. 고대 구강 미생물을 다룬 연구의 75%는 지난 2,500년 이내의 기록만 다뤄졌다. 우선, 곡물 재배가 시작되기 이전 시대에는 뮤탄스균의 먹이가 적어 번식에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뮤탄스균이 내뿜는 산성 물질(젖산)은 치아를 부식시키는 동시에 DNA를 파괴하고, 치석의 화석화를 방해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치아 미생물 연구는 대부분 치석의 DNA를 분석했기 때문에 뮤탄스균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치석 대신 치아에서 직접 구강 미생물 환경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두 개의 치아 중 한 개에서는 극명한 미생물 불균형이 나타났다. 다른 미생물에 비해 뮤탄스균의 DNA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난 것이다. 치아 우식이 발견되지 않은 다른 하나의 치아에 비해서는 뮤탄스균의 상대적 존재비가 무려 7.5배나 더 높았다.
라라 캐시디 아일랜드 더블린트리니티대 교수는 “4,000년 된 치아에서 이렇게 많은 양의 뮤탄스균을 보게 되어 놀랐다”며 “석회암 동굴인 킬루라 동굴이 시원하고, 건조하며, 알칼리성인 조건이 유리하게 작용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뮤탄스균이 적은 수로 유지될 때는 구강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치아 표면에 먹이인 당분이 많아지는 과정이 반복되면, 번성해 우세 세균이 되고 끝내 충치라는 질병으로 이어진다. 킬루라 동굴에서 발굴한 치아에서도 뮤탄스균을 제외한 다른 충치 원인균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우세 세균이 되었다는 의미다.
식습관 변화에 따른 구강 미생물 환경
연구진은 킬루라 동굴의 치아가 발굴된 고대 시대부터 현재까지 구강 미생물의 유전적 변화도 분석했다. 고대의 치아는 현대인의 치아와 비교하여 잇몸 질환과 관련된 미생물인 타네렐라 포르시티아(Tannerella forsythia, 이하 포르시티아)의 계통이 다양했다. 캐시디 교수는 “우리 연구진이 이번에 밝힌 고대 치아의 기록과 기존 도출된 중세 시대 치아의 미생물 기록과 복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지난 750년 동안 포르시티아의 단일 계통이 우세해졌음을 알 수 있다”며 “특히, 산업 시대 이후로는 입안 박테리아 증식과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포함된 계통이 우세해졌으며, 수도 급속하게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뮤탄스균의 경우 계통이 다양해졌다. 인류가 설탕을 필두로 뮤탄스균의 먹이인 당류를 대규모로 소비하는 식으로 식습관이 변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뮤탄스균은 균주 간 유전물질을 쉽게 교환할 수 있는 특성이 있어, 유용한 신기술이 사회 전체로 빠르게 확장되듯 환경 변화가 균주 간에 퍼져 나갔다”며 “포르시티아와 달리 한 종이 우세해져 다른 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계통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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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5-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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