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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권예슬 리포터
2023-07-24

인류는 4500년 전에도 키스로 애정 표현했다 타액을 통해 전파되는 감염병의 확산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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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근함을 표정하는 키스가 무려 4500년 전에도 있었다는 공식적인 기록이 나왔다. ⓒGettyImages

4,500년 전에도 연인 사이에 낭만적인 입맞춤을 나눴다는 기록이 나왔다. 이전까지 입술을 맞대는 키스는 3,500년 전 인도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기존 정설이었다. ‘인류 최초의 키스’ 기록을 1,000년가량 앞당긴 이번 기록은 이라크 유프라테스강과 시리아 티그리스강 사이에 존재했던 메소포타미아 문명 지역에서 나왔다. 키스가 어느 한 지역에서 시작돼 퍼져나간 관습이 아니라, 수천 년에 걸쳐 여러 고대 문화권에서 이뤄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점토판에서 발견한 낭만

덴마크 코펜하겐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지난 5월 1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기원전 2,500여 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점토판에서 키스에 대한 기록을 찾았다고 보고했다. 구강 미생물(Methanobrevibacter Oralis)의 이동을 바탕으로 네안데르탈인이 현대인과 입술 키스를 했다는 가설이 제시된 적은 있지만,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 즉, 가장 오래된 인류 키스의 직접 증거를 찾은 셈이다.

그간 키스의 역사를 찾아온 연구들은 키스를 부모와 자녀의 입맞춤처럼 친근함의 표현인 ‘플라토닉 키스’와 연인 간에 나누는 ‘로맨틱 섹슈얼 키스’로 분류했다. 플라토닉 키스는 시간과 지역에 관계없이 인간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이지만, 로맨틱 섹슈얼 키스는 계층화된 사회에서 주로 나타나고, 문화적으로 보편적이지는 않았다. 이때, 타액이나 호흡으로 전달되는 화학적 신호는 애착 감정을 중재하고, 성적 흥분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인간과 유사한 동물인 보노보와 침팬지도 이 같은 목적의 키스를 한다.

▲ 키스하는 연인의 모습이 담긴 점토판 ⓒ대영박물관

연구진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 시절 남겨진 점토판을 근거로 키스에 대한 기록을 찾았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은 기원전 3,200년부터 기원후 75년까지 수메르어와 아카드어로 기록을 남겼다. 수메르어로 기록된 초기 문헌에서 키스는 주로 로맨틱 섹슈얼 키스였다. 아카드어로 남겨진 기록에는 두 유형의 키스가 모두 나타났다. 플라토닉 키스는 친근함과 존경을 표시하기 위해 주로 발이나 땅에 키스를 하는 모습이었고, 로맨틱 섹슈얼 키스는 입술을 위치로 했다.

두 유형 중 로맨틱 섹슈얼 키스가 묘사된 사례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기록들은 미혼남녀의 키스는 성적 욕망으로 간주하고, 부부가 하는 행위라고 암시한다. 흥미로운 ‘가십거리’들이 담긴 기록도 발견됐다. 한 유부녀가 다른 남자의 키스 후 불륜에 가까워진 상황이나 미혼 여성이 특정 남성과의 키스나 성관계를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내용 등이다.

 

전염병이 퍼지는 매개체가 되기도

▲ 입술을 맞대는 키스는 타액을 통해 의도치 않게 바이러스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GettyImages

키스는 의도치 않게 바이러스를 전달하여 감염병을 확산시키는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로 알려진 단순포진바이러스 1형(HSV-1)과 파르보바이러스(B19)가 대표적이다. 해당 바이러스는 주로 타액을 통해 병원체를 옮긴다. 연구진은 고대 의학 문헌에 등장하는 ‘부샤누(bu’shanu)’라는 질병이 HSV-1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일 것으로 추측했다. 입 안이나 주위에 수포가 생기는 증상이 HSV-1 감염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고대 사람들은 키스가 전염병의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사회적인 통제를 도입해서 확산을 억제했다. 기원전 1,775년경의 기록에서 한 여성이 병변을 일으키는 전염병에 걸렸는데, 감염을 피하기 위해 모든 사람은 이 여성의 컵으로 물을 마시거나, 침대에서 자거나, 의자에 앉지 않도록 지시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최근 일각에서는 특정 바이러스의 확산을 가속화 한 생물학적 방아쇠가 키스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53~1700년 유럽인의 유골에서 나온 치아의 HSV-1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청동기 시대에 이들 바이러스의 유전적 계보에 변화가 있었음이 발견됐는데, 이 원인이 외부에서 유입된 성적인 키스 행위 등 새로운 문화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키스는 여러 고대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행위였기 때문에 특정 질환을 유발하는 생물학적 방아쇠가 될 수 없다고 일축한다.

트로엘스 아뵐로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는 “키스는 여러 고대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행위였기 때문에 최근 제기된 특정 질환을 유발하는 생물학적 방아쇠라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3-07-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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