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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20-09-02

세계서 가장 깊은 수중동굴의 수심은? 체코 탐사팀, 베일에 가려져 있던 동굴 비밀 밝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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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간 다수의 동굴 탐험가들은 체코에 있는 석회석 동굴 ‘흐라니체 어비스(Hranice Abyss)’를 탐험해왔다.

2016년에 알려진 이 동굴은 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중 동굴(freshwater cave)이었다. 동굴을 발견한 폴란드 탐험가 크르지스즈토프 스타르나우스키는 “수중탐사 로봇이 404m까지 내려갔지만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첨단 장비를 사용해 이 동굴의 밑바닥을 탐사하는데 성공했다. 지상으로부터 약 1km 깊이에서 밑바닥에 침전물이 축적돼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는 이전의 과학자들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심의 수중동굴을 정밀 탐사해 동굴 형성 과정의 수수께끼가 밝혀질 전망이다. 사진은 수심 탐사에 성공한 세계 최고 수심의 ‘흐라니체 어비스’ 동굴. ⓒWikipedia

침전물 통해 동굴 깊이 1km 확인해

2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체코과학원 지구물리학연구소와 찰스 다윈 대학 과학자들은 첨단 지구물리학 기술을 적용, 이 동굴의 물 깊이를 탐사해왔다.

가장 먼저 사용한 기술은 특별히 제작된 전극(electrodes)이다. 수면 아래 다수의 전극을 내려보내 밑바닥에서 반응하는 신호를 측정했고, 관련 데이터를 통해 공간과 깊이 등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다음에 시도한 것은 중력을 세밀하게 탐지해 분석할 수 있는 센서(sensors) 기술이다. 이 센서를 통해 물의 깊이뿐만 아니라 동굴 아래쪽을 구성하고 있는 지형 및 물질 등을 상세하게 파악한 후 물 속 깊은 곳에 감춰져 있는 동굴 지도를 작성할 수 있었다.

탐사 결과는 놀라웠다.

약 1km 아래쪽에서 펼쳐져 있는 밑바닥은 석회암으로 곳곳에서 물에 의해 침식돼 있었는데, 그중 일부는 위에서 가라앉은 침전물로 덮여 있었다.

탐사를 이끈 체코과학원의 레덱 클라니카(Radek Klanica) 박사는 “침전물을 통해 이 수중동굴의 수심이 1km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클라니카 박사는 "이는 수중동굴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역사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문은 최근 ‘미국 지구물리학회(AGU)’ 지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Hypogenic Versus Epigenic Origin of Deep Underwater Caves Illustrated by the Hranice Abyss (Czech Republic)—The World's Deepest Freshwater Cave’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그동안 석회암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는 거대한 수중동굴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있었으나 그 생성 과정에 대해 물이 석회암과 같은 용해 암석을 분해한 결과라는 일반적인 사실 외에 충분한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수중동굴의 기원 놓고 과학계 논란 예고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수중동굴과 관련,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중동굴의 깊이가 당초 예상했던 것을 넘어 1km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더 놀라운 것은 지하에서 분출된 물이 고여 수중동굴이 형성됐다는 이론과 달리 지상에서 탑다운 방식으로 물이 스며들어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탐사를 통해 수중동굴의 배수 시스템(drainage system)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물이 스며드는 방식에 따라 동굴 크기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해왔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소규모의 동굴들은 지표면에서 물이 스며들어 형성된 것들이다.

비와 눈이 내리면 그 수분이 조금씩 흘러들어 석회암과 같은 용해성 암석(soluble rock)을 녹여 동굴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거대한 동굴들(caverns)의 경우 지하에서 분출한 물에 의해 형성돼 왔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물속에 포함돼 있는 탄소와 헬륨 동위원소를 그 증거로 제시하며, 이들 물질이 지하 깊은 곳에서 생성된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수심 1km로 추정되는 ‘흐라니체 어비스’와 같은 동굴은 후자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이 동굴 속에 고여 있는 엄청난 양의 물이 지상으로부터 스며든 물이라는 증거가 제시되면서 과학자들 간에 논란이 예상된다. 연구를 이끈 클라니카 박사는 “동굴 형성 과정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논문이 발표되면서 많은 과학자들이 이 이론에 동조하고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지구과학자 프란시스코 사우로(Francesco Sauro) 교수는 “체코 과학자들이 그동안 불가능했던 것으로 여긴 탐사를 성공적으로 끝냈다.”며, 성과를 치하했다.

아울러 사우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오랜 기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거대한 수중동굴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후속 연구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hanmail.net
저작권자 2020-09-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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