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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9-07-04

식물에게는 의식이 없다? 식물학계, 셀 지에 공격적 논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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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미국의 신경생리학자인 그레그 게이지(Greg Gage) 박사는 TED 강연에서 식물도 사람처럼 생각하고 숫자를 셀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보이는 증거를 제시했다.

건드리면 수축하는 ‘미모사’, 입을 벌려 곤충을 잡아먹는 ‘파리지옥’에 전극을 연결한 후 이들 식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자극에 대한 전자 펄스를 측정해 보여주었는데 마치 사람 대뇌의 신경세포(neuron)가 신호를 주고받는 것과 흡사했다.

지난 10여 년간 게이지 박사 외에도 많은 과학자들이 식물에게 감각이 있으며, 다른 동물들처럼 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해왔다. 그러나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식물학계에서는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었다.

식물에게 의식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주류 식물학계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학자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식물의 의식을 주장하는 증거가 되고 있는 파리지옥. ⓒWikipedia
식물에게 의식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주류 식물학계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학자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식물의 의식을 주장하는 증거가 되고 있는 파리지옥. ⓒWikipedia

“식물에게 의식 있다는 증거 제시 못해” 

주류 식물학계에서는 식물에게 결코 의식이 있을 수 없다는 전통적인 결론을 고수하며 반대 주장을 하고 있는 과학자들과 충돌해왔다.

4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최근 이 논쟁이 미국 식물학자들에 의해 점화돼 영국, 독일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주류 식물학자들이 타깃으로 삼은 것은 식물에게 의식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과학자 들이다.

주변 환경에 대한 식물의 인상적 능력(impressive ability)과 관련, 감각 등의 반응 능력을 확대해석하면서 도를 넘어서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들을 맹비난하고 있는 중이다.

화가 난 주류 식물학자들은 식물이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해 잎을 구부리거나, 소‧염소와 같은 동물들의 먹이로 소멸하지 않기 위해 더 빨리 자란다든지, 먹이를 포획하기 위해 함정을 파놓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믿을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신경생리학자들이 여러 가지 특이한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식물이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식물학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어떤 연구 결과도 인정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주류 식물학자들이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신경생리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 박사가 주장하는 ‘the feeling of what happens’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는 감각(feeling)이 의사 결정에 있어 필수적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다른 과학자들이 다마지오 박사의 이론에 근거해 식물이 동물처럼 감각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 능력을 통해 의식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

그러나 주류 식물학계에서는 이런 주장들을 근거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물과 식물학적 관점에서 식물이 감각과 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과학계를 혼란시키고 있다고 분개하고 있다.

신경생리학자 등 반발 ‘편협한 주장’ 

캘리포니아 대학의 식물학자 링컨 타이즈(Lincoln Taiz) 교수는 3일 ‘셀(Cell)’ 지를 통해 ‘Plants Neither Possess nor Require Consciousness’란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교수는 논문을 통해 “식물이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래서 의식(conciousness), 느낌(feeling), 의도(intentionality)를 갖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른 분야 과학자들의 주장을 거듭 비난했다.

타이즈 교수는 식물에게 의식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동물 뇌의 진화 과정에서 보는 것처럼 구조적(structural), 유기적(organizational), 기능적인(functional) 특징들을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경생리학자를 비롯 진화생물학자, 동물학자 등이 이런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신경생리학자인 토드 와인버거(Todd E. Feinberg) 박사와 진화생물학자인 존 말렛(Jon M. Mallatt) 박사의 최근 논문을 예로 들었다.

두 사람이 최소한의(minimum) 동물 뇌 조직과 비교하면서 식물에게 뇌 조직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지만 식물의 실상과는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제시하고 있는 어떤 사례도 식물이 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식물에게 지각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뇌 기능이 작동하기 위한 복잡하고 미세한 구조적, 기능적인 부분을 얼버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타이즈 교수는 ‘가디언’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식물이 자기 자신 외에 다른 것을 지각해 판단하는 의식(conciousness)을 지니고 있지 않으며,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 그런 능력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식물학자들의 이러한 주장은 시드니 대학의 동물학자인 모니카 가글리아노(Monica Gagliano) 교수로부터 격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그동안 다양한 실험을 통해 식물 반응을 연구해온 인물이다. 타이즈 박사 논문과 관련. “자신의 관점으로만 연구 결과를 판단하면서, 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증거들을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가글리아노 교수는 “식물학자들이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지만 식물학자들 스스로 식물이 의식이 없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식물학자들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한다면 우리들도 그 증거를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다.”며, 식물의 의식 연구 결과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데 대해 크게 반발했다.

19세기 초 식물의 성(性)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 순수주의자들은 꽃 안에서 그런 음란한 일이 벌어질 수 없다고 주장했고, 극단주의자들은 식물도 욕망이 있어 섹스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관계자들은 식물의 의식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이번 논쟁이 19세기 논쟁의 대를 잇는 치열한 논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9-07-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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