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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9-03-25

미세먼지로 인해 정자 수 감소 유전자 분석…쥐 고환 생식 위축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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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오염을 일으키는 미세 먼지가 동물의 정자 수를 줄이고, 생식 작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25일 과학논문소개사이트인 ‘유레칼러트(eurekalert)’ 에 따르면 이 같은 사실은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일레인 코스타(Elaine Maria Frade Costa)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번 주부터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릴 미국 내분비학 학회(The Endocrine Society) 연례회의에 공기오염과 동물 생식작용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문을 제출했다.

DNA 분석을 통해 미세 먼지가 동물의 정자 생산을 줄이고 생식작용을 위축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 ⓒ 이강봉/ScienceTimes
내분비학자들이 DNA 분석을 통해 미세 먼지가 동물의 정자 생산을 줄이고 생식작용을 크게 위축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최근 미세 먼지로 뒤덮인 부천시 상공.   ⓒ 이강봉/ScienceTimes

PM 2.5로 인해 생식작용 위축 

상파울루 대학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특히 수컷 쥐가 공기오염을 일으키는 작은 미세 먼지들에 노출될 경우 정자 생산(sperm production)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쥐와 같은 동물의 경우 새로운 개체를 낳아 다음 세대에 퍼뜨리는 생식작용(generative process)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코스타 교수는 “공기오염으로 인해 동‧식물의 생식작용 위축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미세 먼지가 동물의 생식작용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홍콩 중문의대와 대만, 중국, 네덜란드 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직업과 환경 의학'을 통해 오염된 대기 속 미세먼지 ‘PM2.5’가 사람의 정자의 질을 떨어뜨려 불임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내분비학자들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생식작용과 관련된 유전자 분석을 통해 불임 유발 가능성을 유전자 차원에서 확인한 것으로 향후 세계 환경정책은 물론 인구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세계보건기구(WHO)는 불임을 질환으로 보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세계 인구의 약 15%가 출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남성의 경우 절반가량이 불임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상파울루 대학의 이번 연구는 특히 동물의 정자생산(sperm production)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세 먼지에 주목했다.

미세먼지란 ‘PM'이라 불리는 부유성 고형물(particulate matter)을 말한다. 물질의 파쇄·선별 등의 기계적 처리나 연소·합성 등의 과정에서 생기는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미세한 물질을 말한다.

발생한 뒤 일정기간 대기 중에 흩어져 있으면서 동물의 폐나 호흡기에 흡입될 경우 피해를 입히는데 식물의 잎에 쌓이면 햇빛을 막아 탄소동화작용을 방해하고, 동물이 이들 식물들을 먹을 경우 간접적 피해를 일으킨다.

사람의 경우는 식물을 깨끗이 씻어 먹는 관계로 다른 동물들과 같은 피해는 막을 수 있지만 호흡을 통해 흡입되는 미세 먼지 입자들을 모두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세 먼지가 유전자 발현 억제해 

연구팀은 이 먼지 입자들이 동물에 흡입될 경우 정자 생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름 2.5 마이크로미터(1µm는 100만 분의 1m) 이하의 미세먼지 입자들을 수집했다. 머리카락 굵기인 70 마이크로미터와 비교해 35분의 1에 해당하는 입자들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직경 2.5 마이크로미트보다 작은 입자인 ‘PM 2.5’가 동물의 정자 생산을 비롯한 생식 작용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해왔다.

이런 주장에 주목한 상파울루 대 코스타 교수 연구팀은 심각한 공기오염을 일으키는 이들 입자들이 동물에게 어떻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관찰하기 위해 수컷 쥐들을 네 부류로 분류해 실험에 투입했다.

첫 번째 부류의 쥐들은 태어날 때부터 어미로부터 젖을 뗀 후 어른 쥐가 될 때까지 출생 전후에 걸쳐 상파울루 시의 심각한 공기오염에 노출된 쥐들이다. 연구팀은 이들 쥐가 미세 먼지 ‘PM 2.5’ 입자에 노출됐다고 판단하고 실험에 투입했다.

두 번째 부류는 임신 기간 중에 어미가 ‘PM 2.5’ 입자를 인공적으로 흡입하게 했고, 세 번째 부류는 출생 이후 성체로 성장할 때까지 ‘PM 2.5’ 입자를 인공적으로 흡입케 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부류는 임신 기간서부터 출생 후 어른 쥐로 성장하기까지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PM 2.5’ 입자가 없는 깨끗한 공기를 흡입토록 했다.

그리고 DNA 테스트 등을 통해 네 부류의 쥐들의 고환 내에서 이루어지는 생식작용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또한 정자 생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장기간에 걸쳐 관찰을 진행했다.

연구팀이 DNA 테스트를 통해 특히 주목한 것은 유전자 정보가 특정 단백질 형질로 나타나는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 과정이다. 고환 내에서 정자를 만드는 튜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아니면 기능이 악화되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PM 2.5’에 노출된 쥐들의 경우 이 튜브 기능이 급속히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태어날 때부터 어미로부터 젖을 뗀 후 어른 쥐가 될 때까지 출생 전후에 걸쳐 상파울루 시의 미세 먼지를 흡입한 쥐들이다. 분석 결과 먼지 입자에 노출되지 않은 쥐와 비교해 그 생산력이 월등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출생 이후 성체로 성장할 때까지 ‘PM 2.5’ 입자를 인공적으로 흡입케 한 세 번째 부류의 쥐들이었다. 네 부류의 쥐들 가운데 고환 기능이 최악이었다.

코스타 교수는 “이런 변화가 쥐가 출생 후 발현되는 후성적(epigenetic)인 결과로 생식과 관련된 유전자 기능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는 또 “상파울루 시와 같은 도시의 공기 악화가 쥐를 비롯한 다른 동물들, 그리고 사람까지도 후성적으로 생식 기능에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환경과 관련된 정부 당국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9-03-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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