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사이언스’ 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0~19세 신생아‧유아‧청소년 중 암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 수가 42만 9000명에 달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0~19세 환자들의 생존율이 경제력에 따라 극심하게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고소득 국가(HICs)에 살고 있는 환자 45000명을 대상으로 5년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80%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하위소득 국가(LMICs)의 환자 38만 4000명을 대상으로 5년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30% 이하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치료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극심
세계은행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2000달러(한화 약 1470만 원) 안팎일 경우 고소득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WHO는 이들 고소득 국가들은 자체적으로, 혹은 국제협력을 통해 암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환자 치료를 위해 최적화된 진단과 함께 수준 높은 의약품을 투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항암치료제인 세포독성항암제(cytotoxic drugs)를 예로 들었다. 이 항암제는 무분별하게 분열하는 암세포를 공격해 빠른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의약품이지만 정상적인 세포들도 공격해 백혈구 감소 등의 부작용을 유발해왔다.
그러나 최근 개발된 분자 차원의 바이오마커 ‘분자예후표지자(molecular prognostic markers)’ 검사를 기반으로 한 치료법은 장‧단기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초기 암 환자와 말기 암 환자에 대해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 치료를 위해 새로운 의약품도 연이어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소아암을 유발하는 생체학적 기전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의약품들이 암 치료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되고 있다고 전했다.
WHO는 이런 노력의 결과로 고소득 국가의 0~19세 암 환자의 5년간 생존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골수 속에 종양세포가 발생하는 림프모그백혈병(lymphoblastic leukemia)의 경우 고소득국가 암 환자의 5년간 생존율이 80%까지 올라갔는데 이는 중하위권 국가와 비교해 45%나 더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뇌종양(brain tumors) 환자의 생존율도 급격히 상승해 80%를 훨씬 넘어서고 있으며, 고소득 국가와 중하위권 국가 간의 차이가 51%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 연령 암 환자, 치료해도 치명적
WHO는 논문을 통해 고소득 국가들은 대외적으로 국제 협력을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대내적으로는 암 진단을 확대하고, 치료 소외 지역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런 노력을 확대할 경우 0~19세 암 환자의 생존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문제는 중하위 소득 국가들이다. 0~19세 신생아‧유아‧청소년 중 중하위 소득 국가에 살고 있는 인구 비율이 89%에 달한다.
더 심각한 것은 중하위소득 국가에서 0~19세 암 환자 수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별 암 환자 발생률을 집계한 결과 매년 1% 포인트 이상 신생아‧유아‧청소년 암 환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HO는 저 연령층 암 환자 치료에 있어 나타나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중하위소득 국가들에게 고소득 국가의 수준 높은 치료법과 의약품을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WHO가 특히 우려하고 있는 것은 0~19세 암 환자 중에서도 15세 이하 암 환자들이다. 저연령층의 환자일수록 성장 과정에서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며 성인이 되더라도 정상적인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논문은 특히 15세 이하 연령층에서 급성 백혈병(acute leukemias), 뇌종양(brain tumors), 림프종(lymphomas), 뼈와 연부조직 종양(bone and soft tissue sarcomas), 배아세포종( germ cell tumors) 등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배아종(embryonal tumors)의 경우 15세 이하 저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16~19세 청소년층의 경우는 피부조직에 나타나는 상피암(epithelial tumors) 발생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논문은 이런 종류의 암 발생으로 인해 중하위소득 국가 0~19세 암 환자 사망률이 95%에 달하고 있다며, 고소득 국가의 의료 시스템을 중하위소득 국가로 확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WHO가 목표로 하고 있는 생존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WHO는 오는 2030년까지 아이‧청소년 암 환자의 생존율을 60%까지 높일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는 현재 전 세계 평균 35% 수준의 생존율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WHO는 이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 각국 정부는 물론 신생아‧유아‧청소년과 관련된 암 관련 단체와 기구들, 그리고 헬스케어 기기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들, 의료기관, 학자 등이 적극적인 협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참여를 촉구했다.
한편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WHO의 논문 제목은 ‘암에 걸린 아이들을 위한 과학과 건강(Science and health for all children with cancer)’이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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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3-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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