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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10-11

사람은 5천명 얼굴 기억한다 친밀도‧중요도 등에 따라 얼굴 선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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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인사를 하면 상대방이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경우가 있다. 인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언젠가 만났던 기억이 떠오르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악수를 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은 얼마나 많은 얼굴 모습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일까? 그동안 심리학자들은 이 궁금증을 풀기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최근 뉴욕대 연구팀이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발표했다. 한 사람이 약 5000명의 얼굴 모습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약 1000명에서 1만 명 사이의 친구, 가족, 친척, 동료 그리고 연예인 등의 얼굴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평균하면 약 5000명의 얼굴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이 약 5000명의  사람 얼굴 모습을 기억하며 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과학자들에 의해 발표됐다. 친밀성, 중욛 등에 따라 선별해 얼굴을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안면인식을 전문으로 하는 미믹 사이트.  ⓒMimic
사회적 동물인 사람이 약 5000명의 사람 얼굴 모습을 기억하며 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과학자들에 의해 발표됐다. 사진은 안면인식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미믹 사이트. ⓒMimic

필요하다고 여기면 98%까지 기억할 수 있어

관련 논문은 11일 ‘영국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사람은 얼마나 많은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가?(How many faces do people know?)’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사람들은 가능한 많은 얼굴 모습을 기억하기위해 노력해왔다”라며 “현대에 들어오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또한 더 많은 얼굴 모습을 기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람이 얼마나 많은 얼굴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확인한 뉴욕대 연구팀은 18세에서 61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실험 참가자 25명을 모집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시간을 정해 다른 사람의 얼굴 모습을 기억하게 한 후 이들의 얼굴 기억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체크해나갔다.

연구팀은 또 기억력 테스트를 위해 참가자들에게 사전에 가족(family), 가족의 친구(friends of family), 자신의 친구(own friends), 친구의 가족(family of own friends), 동료(colleagues), 이웃(neighbours), 운동 친구(sports friends) 등 14개 항목을 제시했다.

이외에 길거리에서, 혹은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으면 그 사례를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도출된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 참가자 대부분이 자신이 만났던 중요한 사람들의 얼굴을 명확히 기억하고 있었던 것.

실험을 이끈 뉴욕대 심리학자인 마이크 버튼(Mike Burton) 교수는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비율이 2%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선택받지 못한 얼굴은 기억 속에서 지워버려 

특이한 것은 친하지 않은 사람보다 친구, 동료 등 친한 사람의 얼굴 모습을 더 명확히 기억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반면 사진 등의 영상을 통해 기억한 얼굴 모습을 기억하는 경우는 놀라울 정도로 극히 희박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흠모하는 배우나 음악가, 스포츠 스타, 정치인 등의 얼굴 모습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연구팀은 “개인별로 적게는 1000명, 많게는 1만 명의 얼굴 모습을 기억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수치를 평균했을 때 약 5000명의 얼굴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번 실험 결과에 대해 뉴욕대 심리학자인 롭 젠킨스(Rob Jenkins) 교수는 “실제로 사람의 기억력은 5000~1만 명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의 얼굴 모습을 기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미가 강한 독으로 거대한 말을 죽일 수 있는 것처럼 사람도 뛰어난 기억력을 통해 많은 사람의 얼굴 모습을 기억하려 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거미가 말을 먹을 수 없는 것처럼 사람도 기억용량의 한계 때문에 무한하게 많은 사람의 얼굴 모습을 다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이 젠킨스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사람들이 친밀도, 중요도 등에 따라 선택적으로 필요한 얼굴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누군가의 얼굴 모습이 뇌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하면, 그 얼굴 모습이 외부에 노출될 수 있는 기억에서 사라질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사람의 얼굴 기억력과 관련, 그동안 다양한 연구가 시도돼왔다. 지난 2017년 미국 위스콘신대 정신의학과 연구팀은 사람의 얼굴을 잠깐 본 다음 사람 뇌가 어떤 반응을 하고 있는지 분석해 ‘사이언스’ 지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2초간 사람 얼굴을 보게 한 후 같은 사진을 다른 얼굴 영상들과 섞어 놓고 그 사진을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처음 보여준 사진을 구별하지 못했다.

그런데 연구팀이 자기장으로 뇌세포를 2~3초 자극한 다음 사진들을 다시 보여준 결과 그 사람의 얼굴을 정확히 판별할 수 있었다. 이는 뇌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 모습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뇌에 입력된 얼굴 모습이 외부로 환원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친밀성, 중요도 등에 따라 외부적으로 기억해야할 얼굴 모습을 선별하고 있다는 이번 뉴욕대 연구 결과로 휴면 기억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젠킨스 교수는 “연구가 성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실험 참가자의 정직성이 요구됐다”고 말했다. 때문에 연구팀은 실험 때마다 실험참가자들에게 30파운드(한화 약 45만 원)의 참가비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10-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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