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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07-30

과학으로 분석한 돈의 기원과 탄생 이유 고고학자 통해 수수께끼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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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느 곳을 가든지 ‘돈(money)’이 있었다.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재산이나 재물을 교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실제로 언제, 무슨 이유 때문에 돈이 통용됐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30일 ‘사이언스 뉴스’는 그러나 최근 새로운 연구를 통해 돈의 기원에 대한 연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경제적 측면에서 돈의 기원을 추정하고 있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입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돈이 생겨난 원인으로 크게 네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상품-서비스 교환, 부채(debts) 해결, 다양한 물품에 대한 가격(price) 책정, 그리고 부(wealth)의 축적이다.

중남미를 지배했던 마야인들이 시장에서 뭄품을 거래하는 장면. 피라미드에 그려진 이들 그림을 통해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그 기원이 밝혀지고  있다.  ⓒR. Carrasco Vargas, V.A. Vázquez López and S. Martin/PNAS 2009
중남미를 지배했던 마야인들이 시장에서 뭄품을 거래하는 장면. 피라미드에 그려진 이들 그림을 통해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그 기원이 밝혀지고 있다. ⓒR. Carrasco Vargas, V.A. Vázquez López and S. Martin/PNAS 2009

카카오,천 등 화폐로 사용한 마야인

여기까지는 이의가 없었다. 논란이 시작된 것은 그 다음부터다.

경제학자들과 수정주의 역사학자들(revisionist historians)은 상품과 서비스의 물물교환이 처음 이루어졌을 때, 이 과정에서 돈이 생겨났다고 판단해 왔다.

반면 인류학자와 고고학자들은 경제적인 이유 외에도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 나온 연구 결과는 수백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논란을 새로운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새로운 학설은 수천 년 전 돈이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이유와는 전혀 다른 이유로 생겨났으며, 여러 가지 다른 형태로 발전해왔다는 것. 근거는 1500년대 아메리카로 이주한 스페인 사람들의 기록이다.

일리노이 주립대 인류학자 캐스린 샘페크(Kathryn Sampeck)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아즈텍, 마야를 포함한 이들 문명권에서 거주민들은 상품을 구매하거나 세금을 내는데 카카오 콩이나 실을 꼬아서 만든 천 조각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장면이 기록된 것은 멕시코 동남부에 있는 폐허가 된 마야족 도시 칼라크물에 있는 한 피라미드 벽화였다. 그림 안에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음식들과 담배, 도기, 의류 등을 매매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주목할 것은 한 여인이 멕시코 전통 음식인 타말레를 구입하기 위해 카카오 한 컵을 남자 상인에게 주고 있는 모습. 이는 당시 다양한 계층의 거주민 사이에 돈과 유사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샘페크 교수는 이렇게 카카오 콩과 실을 꼬아서 만든 천 조각을 돈으로 사용한 때가 B.C. 1100년경인 것으로 보고 있다. 마야 통치자가 이렇게 만들어진 돈을 사용하는 것을 법령화한 것은 그 이후의 일로 추정된다.

중남미 원주민들 세금 징수 위해 돈 사용

이런 주장에 고고학자들 역시 동의하고 있는 중이다. 바드 칼리지의 고고학자 조안느 바론(Joanne Baron) 교수는 “B.C. 681년 제작된 화병에 천 조각과 카카오 콩을 왕에게 진상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바론 교수는 이어 “또 왕의 발밑에는 ‘3 피크(pik)’란 텍스트가 쓰여져 있었는데, 이는 2만4000개의 카카오 콩을 나타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바론 교수는 그러나 “중남미 지역에서 돈이 사용된 때는 인류학자들의 주장보다 훨씬 더 이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B.C. 691년 이전에 제작된 도자기나 기념비 등에 돈으로 추정되는 유사한 그림들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로 더 나아가 마야문명이 탄생하기 수 세기 전, 예수 탄생을 전후한 시기에 이미 중남미 지역에 돈이 사용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증거로 궁전 벽화, 도자기 등에 기록된 전쟁과 관련된 기록들을 열거하고 있다.

당시 국가가 커지고 중앙집권화하면서 세금을 징수해야 했고, 그 결과 전쟁 물자를 구입하기 위한 돈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전의 경제학자들, 고고학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세금징수가 돈을 사용하게 된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중남미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추마시(Chumash) 부족에 대한 사례도 발표되고 있다. 이들은 마야문명권보다 약 2000Km 북쪽에 거주한 인디언들이다. 지금의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 부족의 거주민들은 올리브 열매 형상의 달팽이 껍질에 독특한 문양에 새겨진 돈을 족장에게 지불하고 있었다. 현대적 개념으로 보았을 때 부족을 다스리기 위한 세금을 지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고고학자 린 갬블(Lynn Gamble) 교수는 “많은 양의 달팽이 껍질로 만든 돈이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돈이 결혼을 위한 지참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돈의 기원에 대한 연구는 각지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연구도 있다. 서태평양에 있는 연방국 미크로네시아에서 사용했던 돈과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비교하면서 돈의 기원을 추적하고 있는 중이다. 돈의 기원에 대한 수수께끼가 밝혀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07-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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