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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05-25

멸종 흰코뿔소를 되살릴 수 있을까 샌디에고 동물원, 염기서열 해독 후 복원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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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9일 케냐 올-페제타 보호 구역에 살고 있던 북부흰코뿔소 마지막 수컷 ‘수단’이 숨을 거두었다. 이 소식을 접한 세계 언론은 이 포유류 동물의 죽음이 지구 대멸종기 진입의 신호탄이라며 ‘수단’의 죽음을 애도했다.

남아 있는 것은 두 마리의 암컷뿐. 그러나 과학자들이 체외 수정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이 북부흰코뿔소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샌디애고 동물원 보존연구소(San Diego Zoo Institute for Conservation Research)가 그중의 하나다.

25일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이 연구소에서는 보존 중인 북부흰코뿔소 세포를 통해 멸종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시간을 다시 되돌리고 있는 중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그동안 이 북부흰코뿔소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북부흰코뿔소 개체군(population)을 되살려낼 정도로 다채로운 ‘유전적 다양성(genetic diversity)’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유전적 다양성이란 생물 종내 및 종간에 존재하는 다양성 중 유전자에 의해 후세대로 전달되는 것을 의미한다.

개체군과 개체군 사이 내에서의 변이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다양성이 클수록 질병이나 변하는 환경에 대한 내성이 강해진다. 생물의 외형만 봐서는 유전자의 작용 때문인지 환경적 영향인지 알 수가 없으나 유전자의 수준에서는 직접 다양성의 측정이 가능하다.

지난 3월 북부흰코뿔소의 마지막 수컷이 사망하면서 이 종을 되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샌디애고 동물원 보존연구에서 세포 염기서열을 마쳤으며 현재 대리모 선정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ikipedia
지난 3월 북부흰코뿔소의 마지막 수컷이 사망하면서 이 종을 되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샌디애고 동물원 보존연구에서 세포 염기서열을 마쳤으며 현재 대리모 선정을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ikipedia

북부흰코뿔소의 유전자 다양성 매우 풍부해

세포학자들은 유전적 다양성이 클수록 다양한 모습의 동물 복제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샌디아고 동물원 올리버 라이더(Oliver Ryder) 유전자보존팀장은 최근 세포복제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멸종위기 동물을 되살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북부흰코뿔소 세포의 염기서열을 해독하기 위해 동물원에 냉동보관하고 있는 세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더 박사는 “서로 혈통이 섞어지 않은 8종의 세포들로 향후 이 멸종위기 동물을 되살리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논문은 생화학·분자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지놈 리서치(Genome Research)’에 실렸다. 논문 제목은 ‘ Evaluating recovery potential of the northern white rhinoceros from cryopreserved somatic cells’이다.

연구팀은 현재 이 북부흰코뿔소 세포의 염기서열을 완전히 해독했으며, 이 코뿔소와 친척뻘 되는 남부흰코뿔소 염기서열과 비교분석 중이다. 라이더 박사는 “비교 분석 결과 두 코뿔소의 유전자 다양성이 매우 유사했다.”고 말했다.

이는 북부흰코뿔소를 되살리기 위해 남부흰코뿔소 암컷을 대리모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부흰코뿔소를 대리모로 활용하려면 남부흰코뿔소가 북부흰코뿔소의 아종(subspecies)임이 확인돼야 한다.

남부흰코뿔소의 대리모 가능성 놓고 논란

그러나 두 코뿔소가 아종이라는 주장은 아직 가설에 불과하다. 미국 몬타나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마티 카도스(Marty Kardos) 교수는 “북부흰코뿔소와 남부흰코뿔소의 염기서열을 비교할 필요조차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부흰코뿔소에게 발생한 해로운 돌연변이가 발생해 지금까지 생존에 악영향을 미쳐왔다.”며 두 코뿔소를 아종으로 보는데 대해 강한 이견을 표출했다. 스코틀랜드 애딘버러내피어 대학의 생태학자 제이슨 길크리스트( Jason Gilchrist) 교수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멸종된 동물을 복원한다는 것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동물 복원보다 동물들이 자연  상태에서 안전하게 생존할 수 있도록 환경을 복원해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며, 연구자금을 환경 복원에 사용해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 멸종을 크게 걱정해왔던 환경보호 분야 과학자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중이다. 캐나다 칼턴 대학에서 환경보호를 연구하고 있는 조셉 베넷(Joseph Bennet) 교수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코뿔소 복원이 성공을 거둘 경우 울리 매머드(woolly mammoth), 나그네 비둘기( passenger pigeon) 등 다른 멸종 동물의 복원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샌디아고 동물원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성공을 기대했다.

코뿔소 보존을 위한 국제 자선기구 ‘Save the Rhino’의 캐시 딘(Cathy Dean) 회장은 “다른 어떤 멸종 동물과 비교해 북부흰코뿔소를 되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에 세계인의 관심이 특히 더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기회에 북부흰코뿔소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수마트라 코뿔소, 자바 코뿔소, 검은 코뿔소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주문했다. “그대로 놔둘 경우 이들 코뿔소들도 북부흰코뿔소와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며 더 큰 관심을 촉구했다.

샌디아고 동물원의 라이더 박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누구를 대신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그동안 수많은 동물들이 멸종하는 것을 안타깝게 보고 있었다.”며, 다양성 보존의 취지를 강조했다.

지구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많은 생물이 절멸하는 대멸종기를 겪었다. 가장 최근 멸종기는 6500만 년 전 백악기 말이었다. 당시 공룡, 암모나이트 등이 멸종하고 대신 포유류가 번성하기 시작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가 이미 6차 대멸종기에 진입했으며 과거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는 경고하고 있다. 이를 대변하는 것이 코뿔소다. 북부흰코뿔소를 되살리려는 노력에 인류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05-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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