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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04-23

인류 조상은 언제부터 곧게 서서 걸었나? 360만년 전의 발자국 분석 결과 무릎 곧게 펴고 직립 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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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영장류 조상들이 대를 이어오는 과정 속에서 진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래, 많은 이들은 인류 조상들이 언제부터 원숭이처럼 발을 끌며 걷는 방식을 벗어나 오늘날과 같이 허리를 펴고 걷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했다.

과학자들 역시 오랫 동안 이를 궁금하게 여겨왔다. 그 이유는 이 변곡점이 인류 조상들이 어떻게 살고, 사냥하고, 진화해 왔는가를 이해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라에톨리(Laetoli)에서 발견된 360만년 된 고대인 발자국 화석을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우리 조상들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전에 무릎을 펴고 사람처럼 두 발 직립 보행을 하는 전형적인 특징을 진화시킨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가 나왔다.

(A)는 현대인이 통상적으로 걸을 때 나타나는 발자국. (B)는 현대인이 무릎과 엉덩이를 구부린 자세(bent knees, bent hip : BKBH)로 걸었을 때의 발자국. (C)는 탄자니아 라에톨리에 발견된 360만년 된 호미닌의 발자국. 연구팀은 이 같은 분석 결과 고대 인류 조상들은 현대인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걸었다고 보고 있다.  CREDIT: David Raichlen, University of Arizona
(A)는 현대인이 통상적으로 걸을 때 나타나는 발자국. (B)는 현대인이 무릎과 엉덩이를 구부린 자세(bent knees, bent hip : BKBH)로 걸었을 때의 발자국. (C)는 탄자니아 라에톨리에 발견된 360만년 된 호미닌의 발자국. 연구팀은 이 같은 분석 결과 고대 인류 조상들은 현대인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걸었다고 보고 있다. CREDIT: David Raichlen, University of Arizona

“360만년 전 인류 조상, 현대인처럼 걸어”

미국 애리조나대 데이비드 레이츨런(David Raichlen) 조교수는 “발자국 화석은 그 옛날의 보행에 대한 유일한 직접 증거”라며, “우리 연구 데이터는 발자국 크기 차이를 감안해 360만년에 이르러 사람 과에 속하는 인류 조상(hominins)들이 오늘날의 인간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걸었다는 사실을 시사하며, 약간의 미묘한 차이는 있을지라도 이 호미닌들은 걸을 때 통상 우리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레이츨런 교수는 이번 연구를 22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고 있는 ‘2018 실험 생물학 총회( 2018 Experimental Biology meeting, 4월 21~25일) 중 미국해부학회(American Association of Anatomists)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현대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를 구성하는 종은 대략 20만~30만년 전 그리고 사람 속(genus Homo)은 200만~250만년 전에 출현한 것으로 알려진다. 호미닌(hominin)이라는 용어는 이전에 존재했던 광범위한 인류의 조상들을 지칭하는데 쓰이고 있으나 이 그룹에 포함된 종들과 이 종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2016년에 보고된 라에톨리 발자국. Credit: Wikimedia Commons / original figures by Fidelis T Masao Elgidius B Ichumbaki Marco Cherin Angelo Barili Giovanni Boschian Dawid A Iurino Sofia Menconero Jacopo Moggi-Cecchi Giorgio Manzi cropping/editing by Dennis Pietras
2016년에 보고된 라에톨리 발자국. Credit: Wikimedia Commons / original figures by Fidelis T Masao Elgidius B Ichumbaki Marco Cherin Angelo Barili Giovanni Boschian Dawid A Iurino Sofia Menconero Jacopo Moggi-Cecchi Giorgio Manzi cropping/editing by Dennis Pietras

화석 발자국 역학을 현대인과 비교

호미닌들은 약 700만년 전부터 걷기 시작한 것으로 생각되나, 다른 영장류가 진화한 방식을 근거로 보면 이 초기 인류 조상들은 얼마 동안은 다리를 구부리고 웅크린 자세로 걸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레이츨런 교수팀은 초기 인류 조상들의 화석화된 발자국과 뼈대를 토대로 그들의 보행 역학을 다양한 방법으로 재구성했다. 실험 데이터와 형태학적 연구를 조합해 최근에 도출한 연구 결과 라에톨리의 발자국은 완전히 직립해서 인간과 같은 두 발 보행을 했다는 것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한 실험에서 8명의 실험 지원자들에게 똑바로 걷게 하는 외에 무릎과 엉덩이를 구부린 모습으로 걷게 한 다음 라에톨리 발자국과 모양과 깊이를 비교해 봤다. 걸음을 내디딜 때 압력의 중심이 발에서 어떻게 이동하는가를 반영하는 발가락과 뒤꿈치 자국을 분석하자 라에톨리 발자국은 현대인들의 직립 보행 발자국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 조상 출현 연대표 Credit: Wikimedia Commons
인류 조상 출현 연대표 Credit: Wikimedia Commons

직립 보행, 멀리까지 수렵-채집 가능케 해”

무릎을 완전히 편 채 똑바로 서서 걷는 것은 유인원처럼 웅크린 자세로 두 발 보행을 하는 것보다 에너지가 적게 들고 따라서 더 오랜 여정을 견딜 수 있게 한다. 이같이 사람과 더욱 유사한 걸음걸이로의 전환은 인류 조상들이 식량을 찾는 방법 즉 멀리까지 식량을 찾아다니는 것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레이츨런 교수는 “연구 자료를 보면 우리 인류 진화사에서 이때에 이르러 걷는 동안 에너지 소비 감소를 위한 자연의 선택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360만년 전에 이르러 기후와 주거 환경이 변하면서 조상 호미닌들이 식량을 채집하고 사냥하기 위해 좀더 먼 거리를 걸어야 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며, “자연의 선택은 이 당시에 오늘날의 우리와 같은 보행 역학을 만들어내 이동하는 동안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미닌들이 360만년 전에 똑바로 서서 걸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으나, 우리 조상들의 걷는 방식이 오늘날의 유인원들 방식으로부터 언제 갈라져 나왔는지 그 정확한 단계는 미지의 상태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더 오래된 인류 조상들의 발자국을 추적, 연구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4-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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